하이트진로 창업주 고(故) 박경복 명예회장의 일가 3세인 박태영·박재홍 형제는 지난해 말 이뤄진 정기 임원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승계를 예고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사장은 지난해 12월 임원인사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하이트진로가 '테라'의 흥행에 힘입어 맥주부문이 지난해 10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시기적으로도 박 사장의 승진에 우호적인 환경이 갖춰졌다.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8120억원으로 전년(7266억원) 대비 11.7% 늘었고, 영업이익은 40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같은 실적개선으로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A) 전망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조정된 바 있다.
지난 2012년 하이트맥주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입사한 박 사장은 그해 말 경영전략본부장(전무)으로 승진한 뒤 2015년 말부터 부사장을 맡았다. 하이트진로 측은 "박태영 사장은 경영전략본부장과 영업, 마케팅을 맡아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왔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전문경영인인 김인규 대표와 오너일가인 박태영 사장이 공동 경영 체제를 이루고 있다"면서 "박 사장의 법적 이슈가 해결되는대로 공식적인 승계에 돌입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현재 하이트진로 법인과 박태영 사장, 김인규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정공방을 진행 중이다. 앞서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 제조·유통 과정에서 박 사장이 최대주주인 서영이앤티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는 '통행세' 방식으로 수 십억원 상당의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준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 소송은 2심에서 하이트진로가 패소해 지난해 2월 대법원에 상고됐지만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