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상장을 서두르는 예비상장사들이 기준 미달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 심사에서 투자위험 항목과 합병가액 등의 항목을 집중 감독하면서 정정요구를 늘리는 등 심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진행된 IPO는 총 15개로, 공모금액이 2조6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년간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 공모규모가 총 2조6000억원임을 고려하면 1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금액 규모를 뛰어넘은 셈이다.
IPO시장이 활황세를 띠자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증권신고서 심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금감원이 22일 발표한 ‘2020년 증권신고서 분석 및 투자자 유의사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증권신고서는 556건으로 전년(496건) 대비 12.1% 늘었다. 이 중 주식증권신고서 정정요구 건수가 211건(16.6%)으로 2019년(5.9%)과 비교 시 10.7%포인트 증가했다.
실제로 에이치피오, 삼영에스앤씨, 아모센스, 라온테크, 제주맥주 등의 예비상장사가 증권신고서 정정을 이유로 공모일정을 연기했다.
에이치피오는 지난달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조달 자금 사용계획과 투자위험 부문에서 연구개발(R&D) 영역을 더 상세히 기술하는 등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해외시장 자금 관련 내용을 보완하라며 정정신고서를 요구해 사실상 두 번 정정신고서를 신고했다.
아모센스는 금감원이 중요 사항의 기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주맥주는 ‘주세 납부 유예’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추가했고, 라온테크는 매출, 원재료, 재무안정성 등의 내용을 보완한 정정 신고서를 제공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의 관심이 IPO에 집중됐을 때 상장을 서두르는 기업이 늘면서 미흡하게 작성된 신고서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며 “상장 이후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당국이 평소 보다 더 신경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하이브(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상장 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부각된 것과 관련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이브 등 일부 종목이 상장을 준비하면서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있었다”며 “상장 후 변동성이 커지면 결국 투자자가 피해를 보게 위험이 커지므로 금융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