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라면‧만두 출시 ‘봇물’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에서 대체육 등 대체 식품으로 만든 라면과 만두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농심과 삼양, 풀무원 등이 관련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올해 초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대체육과 조리 냉동식품,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등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신제품 ‘속이 보이는 알찬 만두’를 새로 내놨다. 야채와 두부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기존 대체 만두와 달리 독자 개발한 대체육으로 고기의 씹는 맛과 육즙을 그대로 구현해 눈길을 끈다.
풀무원식품은 올해 4월 출시한 ‘정백홍 비빔면’ 3종 가운데 ‘정비빔면’이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육류 원료 대신 사과, 배 등 과일농축액과 숙성 고추장을 사용했고 콩에서 얻은 식이섬유인 소이 화이버를 함유한 제품으로, 채식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삼양식품 역시 올해 3월 100% 식물성 원료로만 맛을 낸 ‘맛있는라면 비건’을 출시했다. 역시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획득한 제품으로, 표고버섯과 파 같은 채수를 기반으로 청양고추 조미유 등으로 맛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의 개념이 환경·동물권 보호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라면 제품에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농심 측은 “비건식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식품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제품을 선보이며 영업과 마케팅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국내 라면업계의 잇단 비건 신제품 출시 배경은 이미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식품 전문 인그리디언트 인사이트는 2018년 기준 44억달러 규모였던 전세계 육류 대체식품 시장 규모가 오는 2023년까지 연평균 6.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방송 CNBC 역시 미국 식물성식품협회(PBFA)를 인용한 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대체 식품 부문은 지난해 미국 소매 판매를 27% 성장시켰다고 밝혔다. 시장 가치는 70억달러로 한화로 환신 시 약 7조 9520억원에 이른다.
비건 열풍 상황은 이웃나라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마케팅 리서치 전문회사인 TPC마케팅리서치는 식물성 식품 관련 일본 시장은 연평균 27%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현지 업계도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돈코츠 라멘(돼지뺘를 우려낸 국물로 만드는 라멘)으로 유명한 일본 라면 전문점 체인 잇푸도(一風堂)는 3년간의 개발 끝에 동물성 재료가 함유되지 않은 돈코츠 라멘을 개발했다. 버섯과 다시마로 맛을 낸 두유를 베이스로 해서 국물을 만들고 차슈는 강낭콩 페이스트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채식비건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년새 약 10배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MZ세대 등 젊은 세대의 친환경 소비에 대한 욕구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비건 시장을 지속 성장이 가능한 미래 먹거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