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가석방 출소한 뒤 곧바로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공백을 깨고 경영 복귀를 앞둔 만큼 반도체 투자, 인수·합병(M&A) 가운데 삼성의 새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무엇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서초사옥에서 반도체·가전사업 등 주요 사업 부문 경영진과 만나 현안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회사를 먼저 찾은 만큼 경영 복귀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형법에 따르면 가석방 대상자는 가석방 이후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 부회장도 부회장직으로는 경영 복귀가 어렵지만, 미등기 임원으로는 경영에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복귀를 계기로 분위기 쇄신을 앞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집중할 부문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글로벌 반도체 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투자가 선행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애초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오스틴, 뉴욕주 등 구체적으로 대상 지역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 부회장의 수감으로 올스톱됐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사업 현장을 직접 챙길 가능성도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공언했다. 총 171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3공장을 건설 중인 경기도 평택 지역을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딕 더빈(Dick Durbin) 미국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삼성SDI와 일리노이주 노멀 지역에 배터리 셀(cell·배터리의 기본 단위)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백신 확보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여론에 응답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 부회장은 뇌물 혐의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지난 1월부터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해왔다.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로서 207일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13일 오전 10시께 출소했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 잘 듣고 있다"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