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러시아 시장 철수는)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에 '전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애플에게는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시장이지만 경쟁사는 이미 러시아에서의 점유율이 크다는 점에서다.
앞서 애플은 러시아로 제품을 구매하거나 배송할 수 없도록 했다. 러시아에서 실물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애플은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구매를 허가해왔다.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국영 매체인 RT 뉴스와 스푸트니크 뉴스도 삭제했다. 러시아 내 애플 페이 서비스도 중단했다.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의 이런 조치가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이 러시아의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화웨이, 샤오미 같은 중국이 러시아에 더 폭넓게 진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도 악재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런 문제가 정보기술(IT)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완성차업체와 금융, 해운사 등 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미국 GM과 독일 폭스바겐 등은 이미 러시아에서 자동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마스터카드는 결제망을 차단했고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은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과의 합작 프로젝트 등 모든 러시아 내 사업을 멈추기로 했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더라고 지정학적 리스크 자체가 한국 기업들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재개가 원자재 상승으로 이어지면 전자와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도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원재료비 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TV와 스마트폰, IT 제품 등 세트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우려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분간 특별한 이슈가 없기를 바라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상품군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을 고려할 때 3억명 인구를 보유한 러시아와의 교역이 끊기면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 중 하나가 된다"라며 "제조업 위주 국가로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상황을 고려할 때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등 다른 판로를 개척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