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유럽연합(EU) 의회가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안에 대한 투표를 6일(현지시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투표 결과에 따라 타격 받을 가능성이 있는 한국 원전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유럽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경제통화위원회와 환경보건식품안전위원회가 채택한 택소노미 관련 결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EU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 경제 활동으로 인정되는 목록을 담은 분류 체계다. EU의 기후, 환경 목표에 맞는 민간 투자 목적의 경제 활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과 조건을 담고 있어 기업과 투자자, 정책 입안자가 투자 활동에 참고할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진다.
앞서 두 개 소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천연가스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안을 찬성 76, 반대 62, 기권 4로 채택했다.
EU 집행위원회(행정부격)가 지난 2월 초 내놓은 이 제안은 처음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당초 전망됐다. 그러나 두 소위원회는 집행위원회 결정을 사실상 뒤집었다.
해당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유럽의회 의원 705명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본회의에서 두 소위원회가 채택한 결의안이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통과되면 집행위원회는 택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안을 취소하거나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표결에서 반대가 더 많으면 원전과 천연가스가 포함된 택소노미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표결에서 해당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한국 원전 산업은 소용돌이에 빠져들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탈탈원전'을 선언하며 전 정부에서 소외받았던 원전 산업 부활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쏟고 있지만 EU 택소노미에서 원전이 배제될 경우 '원전 부활'의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관련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가 8월까지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윤 정부의 '원전 포함'에 대한 주요 근거 중 하나가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K택소노미의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EU 택소노미 투표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며 "택소노미에서 원전이 배제될 경우 유럽연합 국가인 체코와 폴란드에서 진행 중인 원전 수주 활동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EU 택소노미 투표 결과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하고, 현재 27.4%인 에너지 내 원전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