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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31년 만에 '회장' 직함 단 이재용…'뉴삼성' 막 올랐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2-10-27 16:56:40

이재용 회장, 사내 게시판 통해 취임 일성 밝혀

"선대 업적 계승하는 게 소명"…인재·기술 강조

부장으로 삼성전자 입사, 회장까지 순탄치 않아

그룹 콘트롤타워 부활·신사업 육성 등 과제 산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 의결을 통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공식 취임한 27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취임 일성을 밝혔다. 이 회장은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같이 만들자"며 각오를 다졌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별도로 취임식을 열거나 취임사를 하는 대신 평상시처럼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은 지난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취임사를 갈음했다.

◆이재용 "현실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 기술·인재에 생존 달려"

이 회장은 "(이건희)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 업적과 유산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도 내비쳤다. 그는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을 두루 살펴봤다"며 "절박하다"고 심중을 드러냈다. 또한 이 회장은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과 선친 이건희 회장이 한결 같이 강조한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고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했다.

이재용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뉴삼성(새로운 삼성)'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나왔다. 이 회장은 "젊은 임직원들은 일터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며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 상황 변화에 유연한 문화, 삼성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꼽았다.

이 회장은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이자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입사 후 31년…이재용 '부장'에서 '회장'까지

1968년생으로 올해 만 54세인 이재용 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로부터 회장 직함을 달기까지 31년이 걸렸다.

이 회장은 1987년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게이오기주쿠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를 수료했다.

오너 3세로서 부장 직급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최고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2004년 에스엘시디(S-LCD·현 삼성디스플레이) 등기이사, 2007년 삼성전자 전무, 2010년 같은 회사 부사장과 사장을 거쳤다.

이 회장이 부회장 직함을 단 때는 2012년으로 10년 동안 이 직급을 유지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지면서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았다. 2018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재용 당시 부회장을 삼성 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공식적인 총수가 됐다.

'부회장' 이재용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구치소를 드나드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을 부당하게 합병하고, 그 과정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이유였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등 돌린 여론을 설득하고 내부를 다독이며 미래 사업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파격적인 모습도 보였다.

2020년 5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한 '대국민 사과'가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 준법경영·시민사회 소통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깜짝 발언을 했다.

이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무보수 경영을 지속하면서도 현장을 챙겼다. 그는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렸다"(2020년 6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2020년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고 언급하는 등 기술과 인재를 우선했다.

지난 8월 국정농단 사태 관련 특별 사면·복권 이후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여러 계열사를 잇따라 방문하며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자) 직원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보수적이고 위계를 중시하는 분위기와 다른 '뉴삼성'의 새로운 조직문화를 암시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재용 회장 "어깨가 무거워졌다"…향후 과제는

이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파운드리(위탁 생산)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신사업인 바이오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향후 5년 간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신속한 투자 집행과 계열사 간 조율을 위한 그룹 차원의 콘트롤타워 부활 여부도 관심사다. 삼성은 시기별로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등을 통해 그룹 전체를 총괄했다. 현재 삼성전자·생명·물산 등 핵심 계열사에 제각기 운영 중인 태스크포스를 재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가 승진을 결의한 날에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법원에서 취재진을 만나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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