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최근 전 세계 이차 전지 시장이 2020년 525억 8000만 달러(약 74조 7162억원)에서 지난해 576억 1000달러 규모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832억 40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30년 이차 전지 시장이 2021년 대비 10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이차 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번 충전 가능한 만큼 친환경 기술로 분류돼 있어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유망 사업으로 손꼽힌다.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한국의 글로벌 이차 전지 시장 점유율은 25.8%로 중국(56.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선전한 덕이다.
다만 공급망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주요 이차 전지 원료 광물이 중국, 호주, 콩고, 인도네시아 등 특정 지역에 한정적으로 매장되어 있는 탓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김유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전략연구센터장에게 의뢰한 ‘한국과 중국의 이차전지 공급망 진단 및 정책 제언’ 보고서에는 "한국 내 주요 이차 전지 광물 생산이 전무해 원료 공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한국 이차 전지와 전기차 산업은 중국의 정책 변화나 물류 여건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또 한국 기업들은 이차 전지 완제품의 제조 경쟁력이 우수하지만 원료 확보가 취약한 만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국만 해도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 자원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에 기술·법률·재무적 자문 조직 확충과 함께 해외 자원 개발 기금 운용이나 자원 개발 연계 정부개발원조(ODA) 등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스템 마련도 시급한 상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는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떨어지고 특히 원료 확보와 폐배터리 재활용 부문이 취약한 만큼 해외자원개발과 재활용 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