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 국내외 경영진이 내년도 사업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모든 사업부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단연 '위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첫날 전사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를 시작으로 16일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등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 회의를 진행한다. 22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 회의가 열린다.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는 하반기(7~12월) 실적 악화로 사실상 비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진행된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처음 열리는 자리여서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글로벌 주요 경영진과 임원이 한 자리에 모여 경영 현안을 논의하고 사업 전략을 짜는 정례 회의다. 매년 상반기(6월)와 하반기(12월), 연 2회 개최된다. 지난 6월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최근 정기 인사가 마무리된 점을 고려해 온라인에서 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공동 대표이사인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주재한다. 경영진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이재용 회장은 결과만 보고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며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삼성전자는 대외 여건 악화에도 올해 상반기(1~6월)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성장세가 주춤했다.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6조7817억원으로 직전 2분기보다 0.5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0조8520억원으로 2분기 대비 23%, 전년 동기 대비로는 31.4%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어닝쇼크'로 받아들였다.
DX부문과 DS부문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와 생활가전 모두 경기 침체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가전 역시 세계적인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320만 대(약 5%)가량 빠진 것으로 추산됐다. 태블릿 PC는 수요 침체와 부품 가격 인상이 동반하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태블릿 PC '갤럭시탭' 시리즈 출고가를 모델별로 10~20만원 인상했는데 수익성 방어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는 미국·중국 간 갈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악화,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 경쟁력 확보 등이 과제다.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해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 온 터여서 재고 관리와 수익성 유지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4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수율(양품의 비율) 향상과 고객사 확보가 요구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업황·전략 등과 관련해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로선 이 회장의 회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전략회의 종료 후 신년사 등을 통해 구상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