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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퇴직연금 펀드, 선택 아닌 필수…내년 60조 시장 임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병근 기자
2022-12-29 06:00:00

은퇴시점 맞춰 위험자산 비중 낮추는 TDF 핵심

사전지정운용제外 관련 제도 본궤도…규모 확산

업계 "비대면 거래 확대, MZ세대 투자율 증가"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2023년 기묘년 새해를 맞아 금융투자·자산운용업계는 급속도로 시장 규모가 커지는 퇴직연금 펀드 시장에 주목한다. 은퇴 시점이 점차 당겨지면서 퇴직 이후 생활비를 충당할 연금 펀드 관련 투자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일상화한 비대면 거래 속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투자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퇴직연금 펀드의 키워드로 은퇴 시점에 맞춰 점진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꼽았다.

◆간판 상품 TDF…OCIO펀드 성장률은 228%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펀드 시장 설정액은 올해 32조여원으로 작년 30조5000억여원 대비 5%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금투업계 전반적으로 금리 상승 직격탄을 맞고 '최악의 해'를 보냈다는 평가 속에서도 퇴직연금 펀드 시장 규모만큼은 늘고 있다.

특히 내년은 정부가 주도하는 퇴직연금 관련 제도가 정착해 이같은 시장 확장세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사전지정운용제(디폴트옵션)와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 의무 제도가 본궤도에 올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물론 은행들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용자 책임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영하는 임직원 300명 이상 기업에 한해서는 적립금운용위 설치가 의무화된다. 

전문가를 포함한 적립금운용위 설치와 함께 회사별 운용계획서는 연 1회 이상 필수로 작성해야 한다. 연금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복수의 제도까지 밑바탕에 깔리자 내년 퇴직연금 펀드는 36조원, 연금저축 펀드는 21조원 이상 설정액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체 규모로 봤을 때 60조원 돌파가 임박한 셈이다.

퇴직연금 펀드 시장을 주도할 대표 상품으로는 우선 TDF가 지목된다. 정부가 승인한 공신력을 토대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대다수에 TDF 활용 상품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펀드 안에서 TDF가 차지하는 설정액도 △2019년 8450억원 △2020년 1조7350억원 △2021년 5조1950억원 등 수직 상승 중이다.

올해 TDF 시장 설정액은 6조5000억원에 육박할 예정으로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상향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혜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내년 연금펀드 시장 설정액 규모는 57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며 그중에서도 TDF는 47% 이상 성장, 시장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며 "펀드시장 트렌드와 금융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자 유형별 전략을 발전시키고 연금펀드 내 TDF 등 포지셔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TDF와 더불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펀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 펀드는 전체 규모 대비 현재 비중은 1%대로 작은 편이나 새로 시행할 연금 제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을 받는다. 

OCIO펀드는 포괄적 자산운용을 외부에 위탁하는 운용체계를 펀드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확정급여형(DB) 퇴직금을 운용할 시 외부 위탁이 여의찮은 회사들의 경우 OCIO펀드 가입으로 퇴직금을 자산운용 전문회사에 위탁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OCIO펀드 역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올해 해당 펀드의 자산운용 규모(AUM)는 5600억여원으로 2019년 최초 도입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228%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판매 압도적…기관투자자·온라인전용 급성장

내년 펀드 시장에서는 증권사 독주가 확실시된다. 증권사 주요 고객 중 기관투자자 영향력이 막강해진 데다 온라인전용 상품 판매에 가속이 붙고 있다. 증권사의 펀드 판매 점유율 80% 달성이 실현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은행의 펀드 판매잔고 점유율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금리 효과를 톡톡히 보는 여·수신 상품 기획에 주력한 결과로 해석된다. 금투협이 집계한 최근 증권사와 은행의 펀드 판매잔고 비중을 비교하면 2020년 76%-15%에서 작년 78%-13%로 벌어졌고, 올해와 내년에는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 비대면 거래 횟수가 늘고 MZ세대 투자 붐이 지속하는 것 역시 증권사 실적의 긍정적 요인이다. 

온라인전용펀드 기준 증권사 판매 비중은 2020년 34%대에서 올해는 38%대까지 늘었고, 같은 기간 은행은 61%대에서 56%대로 감소했다. 치솟는 금리 여파로 주수익원인 주식거래 수수료가 곤두박질치는 실정에서 은행보다 일찍 온라인펀드 판매 플랫폼을 구축한 증권사들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한편 금투업을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우려가 쏟아지지만 업계는 하반기 들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펀드 시장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다가 반등할 공산이 크다는 견해로, 위험요소(리스크)를 줄인 수익 창출 펀드에 투자가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금투업계가 예측한 내년 국내 전체 펀드시장 규모는 960조원대를 달성, 올해 대비 13% 이상 성장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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