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초로 연간 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세계적인 가전 시장 수요 침체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 속에 이뤄낸 쾌거지만 수익성은 과제로 남았다.
6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2년 4분기(10~12월)·연간 잠정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01조7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21년 279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7.9% 증가했다.
삼성전자 매출이 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1969년 창립한 이후 최초다. 국내 단일 기업 기준으로도 처음이다.
삼성전자 연 매출은 2012년 200조원을 넘어선 뒤로 9년 만에 앞 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100조원을 돌파한 때는 2009년이다. 매출이 10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뛰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에 불과했지만 다시 한 번 기록을 깨기까지는 이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간 성장을 견인해 온 사업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이었다.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한 2021년을 기준으로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은 125조900억원을 벌어들였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가 속한 옛 IM부문은 109조2500억원을 거뒀다. 한 해 매출 279조6000억원 중 대부분이 이들 부문에서 나온 셈이다.
이른바 '300조 클럽'에 가입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분기별 매출을 살펴보면 4분기 70조원에 그쳤다. 직전 3분기(7~9월) 76조7800억원보다 8.83%, 2021년 대비로는 8.58%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1~3월) 77조7800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분기 매출은 2분기(4~6월) 77조2000억원, 3분기 76조7800억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다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60% 넘게 빠지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보였다.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3분기(10조8500억원)보다 60.37%, 전년 동기(13조8700억원) 대비로는 69.0%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6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에 한참 못 미쳤다.
연간 기준으로는 43조3700억원에 머무르며 전년(51조6300억원)보다 16.0% 줄었다. 올해 초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이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망치가 갈수록 햐항 조정되다 40조원대에 연착륙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7조7700억원을 기록한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실적이 급감한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은 탓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PC) 등 제품 수요가 줄었다.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활가전 역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례적으로 사업별 잠적 실적에 관한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삼성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한 가운데 메모리 사업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스마트폰 판매도 둔화하며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메모리 사업에 대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소비 심리 위축이 우려되며 고객사들이 긴축 재정 기조를 강화했다"며 "전반적인 재고 조정 영향으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말(31일) 오전 콘퍼런스콜(전화외의)을 열고 2022년 4분기와 연간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