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재활용 어려운 화장품 용기…'그린 워싱' 우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아 기자
2023-04-04 06:00:00

한국소비자보호원 실태조사 결과 '재활용 어려움' 등급 용기가 62.6%

'재활용 용기' 표기 여부가 재활용률 갈라

화장품 업계 친환경 노력에 소비자들은 5점 만점에 2.6점

친환경 용기 개발에 나선 한국콜마가 지난 2021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종이튜브 화장품. 뚜껑 부위만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몸체는 얅은 방수막을 가진 종이로 제작, 몸체의 플라스틱 사용량 80%를 줄였다. [사진=한국콜마]
[이코노믹데일리] #화장품 전문 제조기업 한국콜마는 자회사 연우가 지난 3월 13일 SK케미칼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용기 개발 및 상업화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콜마는 국내외 플라스틱 규제 강화로 친환경 화장품 용기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지난해 7월 국내 화장품 용기 시장점유율 1위인 연우를 인수, 친환경 화장품 용기 상용화에 나섰다. 한국콜마는 앞서 2021년 5월 화장품 플라스틱 튜브의 몸체를 종이로 대체한 '종이튜브'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으며, 2030년까지 화장품 튜브 용기 50% 이상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할 계획이다.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업체 코스맥스는 지난해 10월 25일 친환경 소재개발업체 어라운드블루와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용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친환경 무독성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씨엘씨(CLC)' 활용 화장품 용기를 개발 중이다. 기존 친환경 플라스틱은 생분해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유통 중 분해되는 문제가 있었으나 CLC는 플라스틱과 동등한 성능이면서도 탄소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아모레퍼시픽은 일찌감치 친환경에 관심을 갖고 2020년 10월 경기도 수원 아모레스토어 광교점에 국내 최초의 리필 화장품 판매점 ‘리필스테이션’을 열었다. 소비자가 가져온 용기에 샴푸, 바디워시 등을 담아 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은 2021년 4월 서울 성동구 이마트자양점, 2022년 2월 이니스프리 건대점 등으로 확대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9년부터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 리사이클링 혹은 업사이클링 해왔으며 지난2021년에는 종이튜브를 사용한 썬크림이 환경부 주관 ‘2021년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솔제지와 협업, 종이 포장재와 친환경 화장품 원료를 개발 중이다. 
 
 

'2021년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제품'으로 선정된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메라 선크림 [사진=아모레퍼시픽]


최근 소비재 포장에 대한 재활용 표시 기준이 바뀌면서 화장품 기업들이 앞다퉈 재활용 가능한 용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생활용품 가운데 가장 재활용이 어려운 소비재 중 하나가 화장품이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도'는 소비자의 재활용 우수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포장재를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평가 및 결과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친환경 소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이처럼 제도적으로 화장품 성분 뿐 아니라 용기까지 환경과 인체에 해롭지 않은 '클린 뷰티'가 확산되고 있으나 실제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와 화장품 업계의 친환경 노력이 이미지 개선에 그치는 '그린 워싱'에 머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경기도 수원 아모레스토어 광교점에 문을 연 국내 최초 리필 화장품 판매점 ‘리필스테이션' [사진=아모레퍼시픽]

한국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이 최근 공개한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등급·표시 실태조사' 결과 재활용이 쉽지 않은 '재활용 어려움' 등급 용기가 62.6%에 달했다. 또한 화장품 소비자 상당수가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재활용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소비자원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이번 실태조사에서 국내 상위 15개 화장품 유통·판매업체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294개 제품 용기의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확인한 결과 62.6%인 184개 업체가 최하인 ‘어려움’ 등급을 받았다. 이어 △‘보통’ 22.1%(65개) △‘우수’ 14.6%(43개) △‘최우수’ 0.7%(2개) 순이었다. 재활용 평가 등급은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 4개인데,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포장재를 변경할 경우 제품의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포장재에 ‘재활용 어려움’이라고 표시해야 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국내 상위 화장품 유통·판매업체(15개)의 대표 화장품(294개) 및 공식 온라인 쇼핑몰(16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1일부터 12월 12일까지 △화장품별 용기의 분리배출 표시, 재활용 용이성 등급 표시 여부 △화장품 업체별 공식 온라인 쇼핑몰의 분리배출 표시·방법 및 재활용 용이성 등급 정보제공 여부를 묻는 내용으로 실시됐다. 
 

[출처=한국소비자보호원]


  

화장품은 종류에 따라 용기의 모양, 소재가 다르고 재활용 분류에 따라 분리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아 어느 생활용품보다도 사비자들이 사용 후 재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사진=연합뉴스]

 
◆온라인 공식몰에서 '재활용 용이성 등급' 정보 제공하는 곳은 1곳뿐

이번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 15개 업체 대표 온라인몰 16곳에서 재활용 용이성 등급과 분리배출 표시 정보를 제품별로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결과 '재활용 용이성 등급 표시' 정보를 게시한 곳은 1곳에 불과했다. 분리배출 정보에 대해서도 '제품별 분리배출 방법'과 '분리배출 표시'를 제공하는 곳 역시 각각 1곳에 그쳤다.

화장품 재활용에 관한 온라인몰의 정보 제공이 중요한 것은 화장품 주요층인 여성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장품 구매 행태가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소보원이 (설문조사 기준) 6개월 이내 화장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여성 소비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2022년 7월 29일~8월 3일)에서는 가장 선호하는 구매 방식이 ‘온라인을 통해 화장품 정보를 얻은 후 온라인으로 구매’가 57.3%(401명)로 가장 높게 나타나 제품 포장이나 제품 외부 설명 외에 온라인에서도 분리배출, 재활용 용이성 등급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화장품 업체들의 환경보호 노력 정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7개 항목으로 구분해 조사(5점 척도)한 결과 전체 항목의 평균 점수가 2.6점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은 화장품 업체들의 환경보호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한국소비자보호원]

또한 화장품 업체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사안으로 '포장 줄이기(무포장, 무용기 제품 개발 등)'란 응답이 42.6%(298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재활용이 우수한 용기 사용(18.1%,127명)', '분리배출이 쉬운 용기 사용(16.1%,113명)' 등을 꼽았다. 이 밖에도 응답자의 87.3%(611명)가 "동일한 조건이라면 친환경 용기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친환경 용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보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화장품협회와 화장품 유통·판매업체들에게 온라인상 분리배출 표시, 그리고 재활용 용이성 등급 등 화장품 용기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와 자원 순환을 위한 친환경 경영 노력 강화를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