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간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국형 AI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산 AI 모델 개발과 반도체 등 연관 산업을 지원하는 한편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국제 규범 정립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전무는 31일 'AI 기술 현황과 국제 규범 동향 세미나'에서 "한국이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관련 투자 확대, 인프라 확보, 인재 유치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전무는 "글로벌 AI 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반도체 시장에 버금가는 5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전경련 회원사 임원과 연구자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별 AI 규범 제정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AI 생태계 발전 방향이 논의됐다.
이광용 네이버 정책전략 이사는 초거대 생성형 AI 분야에서 한국이 고유한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이사는 "자체 AI 모델이 없으면 관련 기술이 종속될 수 있고 생성된 자료에 한국의 가치관을 제대로 담아내기 어렵다"며 "한국은 자체 초거대 AI를 보유했지만 구글이 한국 시장 확장을 천명하며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해외에서는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 구동 엔진 'GPT4'와 구글의 AI 챗봇 '람다', 그리고 중국 화웨이가 선보인 '판구' 등이 나온 상태다. 국내에서는 올해 LG가 초거대 AI '엑사원 2.0'을 공개한 데 이어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내놨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지원과 함께 위협을 통제할 수단도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AI의 부작용을 누가 어떻게 규제할지 논의가 부족하다"면서 미국 AI국가안보위원회(NSCAI) 같은 민·관 협력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NSCAI는 미 연방 독립기구로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행정부에 제시한다.
이종용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영국 사례를 예로 들며 "AI 전략과 디지털 국제 규범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은 정부에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향후 10년간 비전이 담긴 국가 AI 전략과 디지털 전략, 국제 규범 전략을 포괄적으로 논의한다고 전해졌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인공지능의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을 언급하며 "기술 중립성 원칙을 지키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국내 첫 입법부 차원 AI 규범을 제정하는 것으로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