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전 SK텔레콤이 인공지능 브랜드 '에이닷'(A.)을 정식 출시한 데 이어 KT도 조만간 초거대 AI '믿음'으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챗GPT 등장 이후 초거대AI 경쟁이 치열해졌고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기업들이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사도 치열하다. 통신3사는 인프라 기반의 ‘이동통신’을 주축으로 차별화 하고 있다.
◆ SK텔레콤 AI 비서 '에이닷'…글로벌 진출
SK텔레콤은 지난해 시범 서비스로 론칭한 AI '에이닷'을 최근 정식 출시했다. 에이닷은 SK텔레콤이 처음으로 선보인 한국어 LLM 서비스를 기반으로 마치 개인 비서가 옆에서 필요한 일들을 도와주듯 AI가 이 역할을 대신해 준다.
SK텔레콤은 전세계 순위 47위, 국내 기업 중 2위를 기록한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미국의 AI 기업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원)을 투자하고 오픈AI와 제휴하는 등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레거시가 없는 통신사에게 AI 혁명은 무조건 기회가 된다”며 “AI는 포털에서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란 기존 사업 모델을 파괴할 수 있다. AI 골드러시가 바야흐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확보한 LLM을 발판 삼아 에이닷을 ‘24시간 이용자를 관리하는 나만의 AI 개인비서’로 진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유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2~3개씩 쓰듯 머지 않아 AI 개인 비서를 2~3개씩 쓰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AI 전쟁의 승부는 AI 서비스에서 결정될 것이다. 앞서 AI 비서 전쟁이 한 차례 있었다면 이제 1~2년 뒤면 2차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닷은 일반적 AI 비서와 다르게 통신사 강점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전화를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통화 내용을 요약하는 기능을 제공 및 통화 중 약속한 일정을 일정에 등록하거나 주소를 공유하는 등 필요한 업무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오는 11월에는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가능 언어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11개 언어로 확장할 계획이다. 음성 통역 내용을 자막으로 볼 수 있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국내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진출까지 추진한다. 유 대표는 “SK텔레콤은 에이닷을 통해 AI 서비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며 "실리콘밸리에 회사를 만들어 해외 통신사와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고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이라고 포부를 나타냈다.
SK텔레콤은 AI 전략을 바탕으로 2028년 매출 2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 중 AI 매출 비중은 현재의 9%에서 36%로 확대 설정했다. 이를 위해 AI 투자 비중을 33%로 늘릴 계획이다.
◆ KT, 초거대AI '콜센터'에 적용…대화 공감하고 세심하게 상담
KT는 생성형 AI 사업의 구심이 될 LLM '믿음'을 다음달 정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고도화해 2025년까지 AI 산업 관련 매출 최소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000억 파라미터 이상의 모델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픈AI가 발표했던 GPT-3 규모 이상으로, 이를 기반으로 금융권을 비롯해 초거대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다양한 산업계와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믿음은 해석과 생성 등 모든 영역을 고려한 다중 영역의 한국형 최적화 AI 모델이다.
현재 AICC(인공지능컨택센터)와 기가지니에 우선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분류·해석 △요약 △필터링 △생성·변환 등 4개 영역에서 믿음 기반 AI API를 제공해 활용도를 높일 구상이다. KT는 지난해 리벨리온(AI반도체 설계), 모레(AI 인프라 솔루션) 등에 전략 투자하기도 했다.
먼저 KT는 초거대 AI를 고객센터에 접목, AI컨택센터(AICC) 서비스를 ‘에이센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다. 에이센클라우드는 실시간 대화록, 상담 어시스턴트, 보이스봇·챗봇을 상담 애플리케이션과 결합한 서비스다.
KT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객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AICC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KT측은 “고객센터에 AI를 적용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도 거뒀다”설명하며 “금융·보험·카드·커머스 등 업종에 도입할 경우 상담 품질 10% 향상, 운영 비용 15% 절감, 구축 비용 30%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AI 원팀'을 구성해 최신 알고리즘을 연구 중인 KT는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등 인프라부터 고객이 사용하는 AI 응용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상품인 'AI 풀스택(Full Stack)'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반도체 설계 회사인 리벨리온에 300억원, AI 인프라 설루션 회사 모레에 190억원, 생성형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와 교육 특화 스타트업 콴다에 각각 100억원 등을 투자해 개방형 AI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업스테이지는 오픈LLM 리더보드 1위에 오르는 수준의 생성형 AI 성능을 갖추고 있다. 콴다는 20개국에서 교육 애플리케이션 랭킹 1위를 차지한 기록을 확보하고 있다.
KT가 세운 AI 매출 목표는 2025년 1조3000억원이다. 아울러 AI 기술력 강화를 위해 2027년까지 총 7조원 규모를 투자할 방침이다. 초거대AI 원천기술 개발에 4조원, AI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고도화에 2조원, 로봇·교육·케어 등 AI 신사업 발굴 및 고도화에 1조원 등을 집행할 예정이다.
◆ LG유플러스, 생성형AI로 시간·비용 절약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선보인 AI 통합브랜드 ‘익시’를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 고객센터 ‘콜봇’ 서비스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AI 엔진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 텍스트를 통해 고객이 어떤 의도로 문의했는지 분석한 뒤 적합한 답을 음성으로 답한다.
LG유플러스는 고객 청구요금 조회, 청구 주소 변경 업무 등 상담서비스에 콜봇을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홈서비스 장애 확인, 선택약정할인 만기, 요금 조정 등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콜봇이 전화로 안내하는 서비스로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최근에는 생성형 AI로 영상광고도 제작했다. 광고 시나리오는 챗GPT, 영상 이미지는 생성AI 스테이블디퓨전, 목소리 생성은 자체 음성 AI 기술을 활용했다. 광고 제작에 필요한 이미지, 음성, 영상 등의 소스는 익시 기술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전체 작업 기간은 평시 대비 3분의 1로 줄었고, 비용 또한 평균 광고 제작 비융의 4분의 1 수준으로 아낄 수 있었다.
LG유플러스는 LG 계열사들과 AICC 사업도 하고 있다. ‘원LG’ AICC 솔루션을 제공한 데 이어 그룹 차원에서 개발한 초거대AI ‘엑사원’을 활용해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