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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증권가, 부동산PF '8500억' 파티…현실은 미분양 '시한폭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이삭 기자
2023-10-26 05:00:00

메리츠>한국투자>미래에셋>KB>키움 '톱5'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침체 장기화 조짐

부실 확정되면 성과급 환수 진행될 전망

지난 8월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대형 증권사들이 최근 4년 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90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해 '돈 잔치' 논란이 확산 중이다. 천문학적 금액이 임직원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며 대조를 이뤘다.

금리 인상과 수요 위축에 따른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PF 부실 뇌관이 결국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2년 사이 메리츠·미래에셋·신한투자·삼성·키움·하나·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성과급은 총 851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메리츠증권(3550억원) △한국투자증권(1411억원) △미래에셋증권(840억원) △KB증권(824억원) △키움증권(595억원) △NH투자증권(517억원) 등이 500억원 이상 성과급을 제공했다.

1인당 연평균 성과보수의 경우 △한국투자증권(4억900만원) △메리츠증권(3억9800만원) △키움증권(1억7500만원) △신한투자증권(1억3700만원) 순이었다.

이 의원은 "부동산 PF 사업이 부실화되는 상황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부적절하다"며 "증권사의 과도한 부동산 PF 사업 쏠림 현상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대개 증권사는 본 PF 전 브릿지론 또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등에서 수수료를 챙긴다. 저금리 시대 국내 증권사들은 부동산 PF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으나 금리가 오르면서 PF 사업에 관심을 거둔 실정이다.

반면 PF 부실이 선명해진 건설업계의 줄도산 공포는 점차 커지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불어나는 데다 사업이 중단·지연되는 사례마저 속출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은 7676호로 지난달 대비 13.1%(1158호) 줄었으나 지방의 경우 5만4135호로 전월 대비 0.2%(118호)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부실 PF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국민에게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지점에 대해 저희가 (지원)하겠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인에 대해서는 엄격히 통제하고, 사업성이 없는 부분은 재구조화 내지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나 금융당국의 신념"이라고 발언했다.

앞서 당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 보증기관의 PF 대출 보증 규모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은행·저축·여전업권에서도 2조원대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 정책이 PF 부실을 상쇄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경기를 둘러싼 악조건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속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PF 보증 한도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고금리·경기 침체·낮은 사업성으로 위기를 겪는 시행사와 건설사, 금융사가 실제 본 PF와 주택 건설 사업에 참여하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고심을 이어 가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작년부터) 부동산 PF 관리가 안 되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물가가 오르는 국면이라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이어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금리를 추가로 올리게 된다면 현 상태에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가장 걱정된다"며 "부동산 PF는 금융기관과 연결돼 있어서 금융안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사업 부실이 거듭될 경우 과거 발생한 이연 성과급이 환수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각 금융사는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 지급해야 한다. 이 의원은 "부동산 PF 부실 여부에 따라 향후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 철저한 성과급 환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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