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실적 위기에 직면한 홈쇼핑 업계와 ‘0% 성장률’을 보이는 유료방송사업자(종합유선방송·위성·IPTV)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심각한 업황 부진으로 생존 갈림길에 서자 업체 간 송출수수료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TV 시청자 수 감소와 소비 위축 등으로 홈쇼핑 업황이 앞으로도 악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일부 홈쇼핑 업체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거나 송출 중단을 선언하는 등 초강수를 둔 상태다.
22일 TV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IPTV(인터넷TV) 3사를 비롯한 상당수 유료방송사업자와 올해 송출수수료 인하 협상을 이어가고 있고 GS샵과 롯데홈쇼핑도 일부 사업자와 합의 도출을 위한 막바지 이견 조정을 진행 중이다. 현대홈쇼핑과 위성방송업체 KT스카이라이프 간 수수료 협상도 평행선을 긋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일종의 ‘채널 임대료’다.
송출수수료 갈등 조짐은 매년 있었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TV 시청 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지난해부터 TV홈쇼핑 업계의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잠복해있던 갈등 요소가 폭발하는 양상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지난 2013년부터 작년까지 10년에 걸쳐 평균 8.2% 꾸준히 인상돼왔다. TV홈쇼핑 7개 법인 기준으로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1%, 2022년에는 10.1% 각각 감소했음에도 송출수수료는 7.9%, 5.5% 올랐다.
송출수수료가 매년 가파르게 오르며 TV홈쇼핑사의 방송 매출액 대비 수수료 비율도 2018년 46.1%에서 지난해에는 65.7%로 급상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기준 TV홈쇼핑사의 방송 매출액 비중은 49.4%로 사상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9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롯데홈쇼핑의 올해 1·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6%, 92.8% 줄어들었다. 3분기 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한 2190억원이다.
1~3분기 누적 매출은 6820억원으로 전년 동기(8040억원) 대비 15.2% 감소했고 누적 영업손실은 2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800억원이었다.
일부 홈쇼핑업체는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을 단행하기도 했다.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과 송출수수료 협상에 난항을 겪다 협상을 재개 중이며,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갈등을 지속하다 극적으로 합의했다.
롯데홈쇼핑은 협상 과정에서 딜라이브강남케이블TV에 대한 방송 송출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 9월과 10월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으나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라 송출 중단일을 연기하기도 했다.
문제는 유료방송사업자도 TV 시청인구 감소라는 같은 위기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계열 IPTV 3사에 밀려 가입자 감소 현상이 뚜렷한 종합유선방송(SO)과 위성방송 사업자의 위기의식이 크다.
올해 상반기 유료방송(IPTV+케이블TV+위성방송) 가입자(6개월 평균)는 3634만7495명으로, 작년 하반기 가입자 대비 9만9000명 증가했다. 다만 직전 반기 대비 가입자수 증가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당시 0.67%였는데 이번에는 0.27%로 떨어졌다.
IPTV 가입자수 증가폭 둔화 영향이 컸다. IPTV는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매체로 2020~2021년에는 3~4%대의 가입자 증가율을 보였는데, 2% 안팎 수준으로 내려가더니 올 상반기에는 1.21%에 그쳤다.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이 가까스로 타결된다 해도 내년부터는 다시 가시밭길이다. TV홈쇼핑사와 주요 SO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내년에도 서로 물고 물리는 ‘혈투’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일각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 TV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만성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이 지속하는 와중에 최근 전체 유료방송사업자에 내년도분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문을 보낸 상태”라며 “양쪽 다 명운이 걸려있는 사안이라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