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후변화에 대응해 어떻게 생존하는가?” 지금 이 질문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향해 던져진 질문이다. 특히 극한의 추위에 견뎌내며 살아온 극지 생명체에게 닥치는 기후변화는 어느 지역보다도 치명적 위협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환경 변화로 그간 북극곰, 팽귄 등의 개체 수가 급감하더니 최근에는 북극곰에 이어 펭귄이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로 집단 폐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속령인 포클랜드의 씨라이언섬에서 지난 1월 19일(이하 현지시간) 젠투펭귄 35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으며, 죽은 펭귄 중 2마리에서 채취한 샘플은 치명적 조류독감인 ‘H5N1’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동아사이언스가 지난 2월 1일 기사로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포클랜드 정부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점점 더 많은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1월) 30일 기준 200마리 이상의 젠투펭귄 새끼들이 죽거나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전했다.
극지연구가들은 그간 북극곰, 팽귄 등은 조류독감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 조류독감이 이들 사이에 퍼질 경우 대량 폐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이 같은 비보에 이어 남극 식물이 겨울철에 죽지 않고 다음 해를 맞이할 수 있었던 비결을 찾았다는 낭보도 들린다.
우리나라 극지연구소는 남극 식물의 유전자가 계절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환경변화를 기억하고 있어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다음 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이정은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15년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에서 약 1년간 매달 남극낫깃털이끼(Sanionia uncinata)를 수집해 남극의 계절 변화에 따른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극 이끼는 계절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가 기능하면서 환경에 적응했다. 겨울에는 휴면 상태를 촉진하는 유전자를 발현해 생장과 대사를 중지했다가 여름철에 생명 활동을 재개하는 전략으로 환경적 제약을 극복한 것이다.
남극세종기지는 여름철에도 평균 기온이 0~6°C에 불과해 일반적인 식물의 최적 성장 온도 (15~25°C)에 미치지 못하고, 강한 바람과 자외선으로 식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비교적 생존 능력이 뛰어난 이끼와 지의류 등이 남극 식물 생태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극한 스트레스 환경에 특화된 이끼의 휴면 조절 능력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식물휴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앱시스산이 휴면 시작 시점과 휴면의 길이를 정하는 조절자로 작용했다. 여름철 큰 일교차와 강한 자외선에 대응하기 위한 항산화 유전자 발현도 확인됐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연구가 남극의 계절 변화에 따라 남극의 다년생 이끼의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델을 제시해 이끼의 적응전략 규명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과제인 ‘포스트 극지유전체 프로젝트: 극지 유용 유전자 발굴을 위한 기능유전체 연구’와 ‘환경변화에 따른 남극 육상생물의 생리 생태반응 규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식물과학 전문지 ‘식물, 세포, 그리고 환경(Plant, Cell, and Environment)’ 3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