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대규모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을 내놨다. 정부 발표에 에너지 전문가와 업계는 전 세계 에너지 판도를 흔들만한 매장량 소식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영업 생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리고자 한다”며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포항 앞바다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지역, 깊이 1㎞의 동해 심해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가스 고갈로 인해 생산을 종료한 동해 가스전 주변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을 탐지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물리탐사 심층분석을 맡겼다”며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했다.
이후 지난해 2월 심해 기술평가 전문 기업인 미국 액트지오사에 심층분석을 의뢰한 뒤 지난해 말 부존 가능성이 있다는 검토 결과를 통보받아 5개월 간 검토결과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제(2일) 직접 대통령께 탐사 결과를 보고했다”며 “140억 배럴 중 가스가 4분의 3, 석유가 4분의 1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매장된 가치도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으로 추정했다. 지난 주말 기준 삼성전자 시총을 440조원으로 계산했을 때 2200조원의 가치로 추산된다.
구체적 일정도 언급했다.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다.
황지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는 “140억 배럴은 어마어마한 양이다. 현실화된다면 전 세계 에너지 판도를 바꾸는 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상업화에 나설 경우 긍정적 영향은 막대하다.
김태헌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단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안정적 공급을 통한 에너지 안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또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안정화할 수 있는 등 경제적 효과도 막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밝힌 매장량이 가스와 석유의 탐사자원량이라는 점 때문이다.
탐사자원량은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한 추정 매장량으로 시추를 통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석유와 가스전 개발은 물리탐사→탐사시추→상업개발의 세 단계로 진행되는데 현재 진행된 건 물리탐사 수준이다. 실제 상업 생산으로 이어지는 데는 불확실성이 높다.
익명을 요청한 에너지 관련학과 교수는 “지금 진행된 단계는 시추 전 스크리닝 단계”라며 “지질학자들이 검사 장비로 지하 암반층에 얼마나 많은 가스와 석유가 매장됐나 확인하려면 구멍을 뚫어 채굴을 해봐야하는데 그 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매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영업 개발까지 진행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윤 대통령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1개당 시추 비용으로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추공을 뚫었을 때 실제 140억 배럴이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확률 가능성을 10~20%로 봤다.
정부는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을 계획이다.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은 정부 예산, 한국석유공사 자금, 다른 나라 기업으로부터도 끌어온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