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대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협상이 7개월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복잡한 주주 구성과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으로 인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티빙의 최대 주주인 CJ ENM(49% 지분)과 웨이브의 최대 주주인 SK스퀘어(약 40.5% 지분)는 글로벌 OTT 강자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규모의 국내 OTT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합병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양사의 복잡한 주주 구성이 합병 협상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티빙의 주주로는 CJ ENM 외에도 KT스튜디오지니(13.5%), 젠파트너스앤컴퍼니(13.5%), SLL(12.8%), 네이버(10.7%) 등이 있다. 웨이브의 경우 SK스퀘어 외에 지상파 3사인 KBS, MBC, SBS가 각각 1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SLL(에스엘엘중앙)은 합병 무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SLL은 입장문을 통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무산 위기이며, 그 원인이 SLL의 무리한 요구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SLL은 티빙의 주주로서 협상에 우호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합병 협상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으로 각 주주사의 이해관계 조정을 꼽고 있다. 특히 합병 비율, 전환사채(CB) 상환, 합병 후 콘텐츠 공급 대가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한 세부적인 의견 조율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의 경우, 오는 11월까지 약 2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는 2019년 11월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자금으로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걸었다. 웨이브가 적자 행진으로 CB 상환 여력이 부족해 티빙과의 합병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해 상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합병 논의가 길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양사 모두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티빙은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2억 원, 2023년 14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웨이브 역시 같은 기간 558억 원, 1178억 원, 791억 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합병 시 양사의 시장 지배력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티빙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740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했다. 웨이브는 1년간 400만 명대의 MAU를 유지하고 있어, 합병 시 MAU가 1000만을 넘어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제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내 합병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전에 합병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웨이브의 지상파 3사 콘텐츠 계약 만료 시기가 9~10월이며, 11월 CB 상환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통합 플랫폼 출범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 타결까지만 연내에 가능하고 통합 법인과 플랫폼 출시는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국내 OTT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양사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글로벌 OTT들과의 경쟁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복잡한 주주 구성과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합병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