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코노믹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SK그룹과 LG그룹은 한경협 회비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납부 방식과 시기를 검토 중이다. 삼성은 전날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에서 정경유착 우려 해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회비 납부와 관련한 결정을 뒤로 미뤘다.
지난해 4대 그룹이 한경협 복귀를 검토할 당시만 해도 삼성이 첫 테이프를 끊고 나머지 3개 그룹이 뒤따르는 모습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8월 준감위에서 "한경협이 정경유착 행위가 있을 때 즉시 탈퇴한다"는 내용을 담아 '조건부 복귀'를 권고했다. 이후 SK·현대차·LG도 내부 절차를 거쳐 한경협 복귀를 확정했다.
복귀 순서와 달리 회비를 가장 먼저 낸 곳은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5곳이 한경협 회원사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회비를 낸 배경과 관련해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를 지낸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이 지난해 9월까지 현대차 자문을 역임한 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류진 한경협 회장(풍산그룹 회장)의 친분이 두터운 점 등을 꼽는다.
SK그룹은 삼성의 회비 납부 여부와 무관하게 각 계열사별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한경협 회비 납부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할 사안인지, 단순히 보고 정도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회비를 분담할 계열사로는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4곳이 거론됐다.
LG그룹에서는 조금 더 신중한 기류가 감지된다. LG그룹은 현재 ㈜LG와 LG전자가 회원사로 가입한 상태다. 이들 계열사는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한경협 복귀를 결정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니다"면서 "계열사에서 검토 후 납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협은 4대 그룹이 회비 납부를 완료하면 올해 예산(약 290억원)의 절반 수준인 140억원 안팎을 수입으로 얻는다. 한경협은 400개가 넘는 회원사를 10개 구간으로 나눠 회비를 책정했다. 가장 큰 액수를 내는 4대 그룹에는 올해 각 그룹마다 35억원이 부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