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창춘=신화통신)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시 정딩(正定)현에선 각양각색의 음식 향기가 거리에 가득하다.
한 음식점에 들어서자 붉은 종이에 '옌지(延吉)대냉면'이라고 쓰인 글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원하죠? 맛은 어떤가요?" 음식점 주인 궈청(郭成)이 냉면을 먹고 있는 손님에게 웃으며 물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진한 국물에 아삭한 오이와 상큼한 사과채가 어우러져 입안을 가득 채운다. "진짜 맛있어요! 옌지에 가본 적이 있는데 현지의 맛 그대로입니다." 안후이(安徽)성 출신 여행객 리(李)씨의 말이다.
"하나의 도시가 서로 다른 음식과 문화를 수용하듯이 국수 한 그릇에 여러 식재료가 담겨 있어요." 지린(吉林)성 옌지시 출신인 궈청은 정딩현에서 일가를 이루고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두 도시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딩현과 옌지시가 관광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포용'이라는 특징과 관계가 깊다고 덧붙였다.
역사적으로 문화의 용광로였던 정딩현에는 앙소(仰韶)문화, 용산(龍山)문화 등 찬란한 문화유산과 유가·석가·도가 등 문화 요소가 모여 있다.

'포용'적인 분위기는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정딩현은 이에 힘입어 번화한 도시가 됐다. 전통 묘회(廟會, 옛날 절 부근에 임시로 섰던 장터)에서 민속 공연, 원곡(元曲·원나라 희곡 문학)에서 음악 축제, 고대 건축물에서 문화·스포츠·비즈니스·관광 멀티플렉스에 이르기까지...문화적 배경, 흥미, 취미가 모두 제각각인 외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정딩현에서 1천600㎞ 떨어진 옌지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옌지시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통 스낵, 별미 요리, 최신 카페 등 유행 문화 요소와 조선족 전통문화가 어우러져 인기 있는 관광도시가 됐다.
옌지시는 지리적 강점과 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문화와 관광 융합 모델을 모색해 '관광+문화', 생태, 스포츠 등의 융합·협동 발전을 추진했다. 지난해 옌지시를 방문한 여행객은 총 877만9천 명(연인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관광수입은 81% 급증한 140억4천만 위안(약 2조6천395억원)을 기록했다.
십여 년 전 정딩현 거리에는 스자좡 주변 지역 차량이 주를 이뤘다. 이곳을 찾는 산둥(山東)·산시(山西)·허난(河南)·허베이 4개 성(省)의 차량이 점차 늘어났으며 쓰촨(四川)·충칭(重慶)·산시(陝西)·네이멍구(內蒙古)를 비롯해 동북지역 차량도 많아졌다.
정딩 철도 화물 야적장은 스자좡에서 가장 가까운 플랫폼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오가는 스자좡 중국-유럽 화물열차를 지켜봐왔다. 열차에 가득 실려 수입된 밀가루는 정딩에서 한 그릇의 국수로 만들어지고 정딩의 국수는 이로 인해 국제적인 요소가 담기게 된다.
옌지시에서는 옥수수 국수, 귀리 국수, 보리 국수, 목이버섯 국수 등 조선족 브랜드 식품이 생산되어 중국 전역으로, 나아가 한국·일본 등 세계 각지로 판매되고 있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도시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모이고 활력이 돈다. 피젠춘(皮建存)은 지난 2020년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정딩현으로 파견돼 문화·스포츠·비즈니스·관광·산업성 멀티플렉스 프로젝트 개발 및 건설을 진행했다. 그는 멀티플렉스와 전체 구역의 시너지를 위해 '스포츠와 문화관광의 융합 발전 실현을 위한 '사계절 빙설 프로젝트'', '잡화 시장 주차장 공유로 교통체증 해소' 등 구상을 제시했고 현지 정부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지린시 출신 장전줘(張朕卓)는 31세에 옌지시에서 첫 번째 안경점을 오픈했다. 그의 프랜차이즈 안경점은 3년 만에 9곳으로 늘었다. 그는 지역 당국이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며 "옌지시에 와서 자리 잡고 사업을 일구길 바란다"고 말했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정딩현의 잡화 시장과 야시장에선 반몐(拌麵, 중국식 비빔면), 냉면 등 노점이 차려지고 호객 소리, 흥정 소리 등이 뒤섞이며 활기찬 분위기가 더해진다.
옌지시의 랜드마크인 '옌볜(延邊)대학 왕훙 탄막벽'에서는 알록달록한 네온사인과 간판에 불이 들어오고 북적이는 인파를 비춘다. 사람들은 휴대전화 각도를 조절해 왕훙벽을 각자의 카메라 프레임에 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