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 취재진을 만난 이 회장은 ‘삼성 반도체 위기설이 나오는데,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계획이냐’ ‘연말 인사 계획은 어떤 방향인가’ 등 쏟아지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회장에 이어 입국장에 모습을 보인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 역시 하반기 인사 계획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도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탑재 등을 묻는 말에 “준비되면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경영진의 이례적인 침묵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원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이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을 밑도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 지연,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부진 등으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1조원가량 밑돌았다.
전영현 다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건 처음이다.
이번 실적 부진으로 삼성전자가 연말 인사에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 직후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메모리 사업부 D램 연구개발(R&D) 조직 재정비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 등 외신은 최근 삼성전자가 동남아시아·호주·뉴질랜드 등 해외법인에서 수천명 규모의 인력 감축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도와 남미 일부 지역에서 이미 인력의 10%를 감원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