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과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에 대한 2차 공판 기일을 열었다. 카카오 측 변호인과 검찰은 이 자리에서 각각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 이어 "피고인들이 인위적인 주가 조작을 공모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변호인은 특히 김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부정적이었고 경영권 확보 경쟁 상대인 하이브 측과 협상하기를 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짜고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도록 임원에게 지시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변호인은 그 근거로 지난해 2월 카카오 관계자들이 주고 받은 메시지를 들기도 했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해당 메시지에는 "브라이언(김 위원장의 사내 영어 이름)은 선비라서 (경쟁에 끼어들기 싫다고 했다)"는 등 내용이 담겼다.
반면 검찰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할 때 단순히 이 회사 지분을 확보할 목적을 넘어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를 저지할 의도가 명백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확보를 방해하기 위해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했는데 이 과정에 김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본 것이다.
김 위원장은 변호인과 검찰 양쪽의 발표 이후 진행된 보석 심문을 마치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구속된 지 3개월째인데 사실 구속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카카오 측'이라며 제가 하지 않은 수많은 행위를 말하는데 답답하고 억울하지만 재판에서 충분히 소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보석 여부는 늦어도 일주일 안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법원이 보석을 허가한다면 김 위원장은 경영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지난 7월 2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90여일 만이다.
그러나 카카오그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풀려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정 구속 기간은 공소장이 접수된 날로부터 2개월이지만 법원은 지난달 19일 김 위원장의 구속 기간을 오는 12월 7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 수사는 최장 6개월까지 가능하다.
카카오는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경영 공백으로 인한 타격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초 김 위원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구상한 여러 가지 쇄신책과 사업이 모조리 불발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