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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비대한 몸집 바꿔라" 특명…KT 김영섭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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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2024-10-22 05:10:00

인력 30% 감축 방안에 '통신망 외주화' 우려

조직 쇄신·통신 공공성 두 마리 토끼 잡아야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사업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사업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본사 인력의 30%를 감축하는 초강수를 둔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노동조합(1노조)의 동의를 구하는 데 성공하면서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에도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일부 KT 직원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신망 외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KT가 지난 17일 노조와 합의한 '인력 구조 혁신'의 핵심은 자회사 신설과 희망퇴직 시행이다. 자회사 전출 또는 퇴직 직원에 대한 보상 강화를 빼면 앞선 15일 KT 이사회가 결의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KT는 노조 요구를 수용해 전출·퇴직 목표 인원을 따로 두지 않기로 했지만 내년 1월 출범할 자회사 KT OSP와 KT P&M로 이관될 업무를 고려하면 의미 있는 합의 사항은 아니다.

신설 자회사 2곳이 맡을 업무는 통신 선로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과 유지보수 등이다. 일각에선 '국가 기간 통신 사업자인 KT가 통신망 관리를 외주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와 같은 국가 재난급 사고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KT 소수 노조인 KT새노조(2노조)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아현지사 화재 복구 당시 KT는 자력으로 망을 복구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인력 구조를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무차별적인 인력 감축으로 유능한 기술자들이 대거 물러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KT의 이번 구조조정에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구조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아현 사태와 같은 통신 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과방위는 오는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이번 구조조정과 관련해 김 대표에게 질의할 예정이다.

KT는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할 때마다 수천명씩 인력을 줄여 왔다. 한국통신에서 민영화된 직후인 2003년 5500여명이 KT를 떠난 것을 시작으로 2009년과 2014년에도 각각 6000명, 8300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그 결과 민영화 직전 무려 4만명이 넘던 KT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만9300명까지 줄었다.

그런데도 KT가 인력 감축을 지속하는 이유는 여전히 조직이 비대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말 기준 경쟁사인 SK텔레콤은 5700명, LG유플러스는 1만600명 수준이다. 직원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연 매출은 SK텔레콤 21억9000만원, LG유플러스 12억5000만원에 달하는 반면 KT는 9억5000만원으로 한참 적다. 여기에 KT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22년에 이른다. SK텔레콤(13.1년)과 LG유플러스(10.2년)의 두 배 정도 길다.

김 대표의 구상은 KT를 무겁고 낡은 조직에서 기민하고 젊은 AICT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실제 KT는 올해 AI 전문 인력 1000여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로서는 조직 쇄신과 통신 서비스 공공성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철밥통만 안 찬 공무원 조직 같은 느낌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가 기간 통신사의 역할도 무시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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