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롯데그룹이 2025년을 앞두고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롯데의 신사업으로 주목받았던 바이오 사업은 수장 교체를 통한 혁신을, 헬스케어 사업은 철수를 예고해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등 경영쇄신과 새로운 사업 방향의 도약을 제시했다. 롯데지주는 이번 인사에 대해 대내외 격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전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사에서 신유열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한데 이어 2일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제임스박(58) 전 지씨셀 대표이사 사장을 내정했다. 박 내정자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영업센터장(부사장)을 거쳐 최근 세포·유전자치료제 (CGT)전문기업 지씨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롯데는 박 내정자가 바이오CDMO(위탁개발생산)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 역량을 키우고 의약품 수주 확대를 주도해 롯데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적임자라며 기대하고 있다.
2022년 회사설립과 함께 해오던 이원직 대표는 사임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사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2286억원을 달성하고 설립 1년 만에 흑자전환 했으며 해외 수출액도 2582억원이라는 첫 실적을 기록하며 사업 확장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8일 롯데그룹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로 인해 이 대표가 정부부처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왔다”며 ‘이 대표가 통보성 사임을 당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신유열 전무의 부사장 승진이다. 신 전무는 롯데그룹 3세 경영자로 글로벌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 사업 확장과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는 이번 변화를 통해 오는 2026년 송도 바이오 캠퍼스 완공과 함께 롯데가 CDMO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월 송도 바이오 캠퍼스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26년 1공장 완공을 예정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연면적 약 20남2000㎡ 규모에 12만ℓ(리터) 바이오 약품 생산공장 3개를 건설해 전체 공장 가동 시 캐파(생산능력)는 36만ℓ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4만ℓ까지 합하면 총 40만ℓ에 달한다.
반면 롯데헬스케어는 신사업 기대와 달리 철수 수순에 접어들었다. 롯데헬스케어는 올해 상반기부터 ‘사업 철수’라는 위기설에 휩싸이며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지만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 서비스 종료가 확정되며 사실상 사업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
캐즐은 내달 26일 조기종료가 확정됐으며 부서 또한 해체단계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매출 부진을 비롯해 사업철수 소문이 돌자 올해 하반기 직원들의 이탈이 증가하면서 해체는 예상된 결과였다”며 “현재 담당 홍보팀까지 회사를 떠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롯데헬스케어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전문회사로 2022년 700억원을 투입해 설립됐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출범 첫해부터 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더 큰 폭으로 손실이 증가하며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헬스케어의 영업손실은 228억9464만원에 달하며 순손실은 218억10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롯데헬스케어는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대표적 주력 사업 중 하나였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 서비스는 출범 당시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 가입자는 20만명 수준에 그쳤다. 회사 관계자는 “캐즐은 이용자들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으로 데이터를 쌓기 위해선 장기간 두고 봐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측은 “헬스케어 사업은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들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다만 빠르게 변화되는 시장 상황과 경제 여건을 고려해 검토가 좀 필요한 상황이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