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나날히 심화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한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지난달 25일부터 지날 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177개국 정부대표단과 이해관계자 등 약 3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나 성안 없이 종료했다.
플라스틱 협약 성사를 위해 3년의 여정을 달려온 일련의 국제회의 중 마지막 회기였던 이번 회의는 당초 폐막 시점인 1일을 넘겨 2일 오전 3시까지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서 협약 도출에 실패한 INC 당사국들은 2025년 추가 협상회의(INC-5.2)를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INC는 유엔 환경총회(UNEA)가 지난 2022년 3월 범지구적인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해양 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성사를 위해 조직됐다.
INC 제1차 회의는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 제2차 회의는 프랑스 파리, 제3차 회의는 케냐 나이로비, 제4차 회의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렸으며 마지막인 제5차 회의가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린 것이다.
7일간 진행된 이번 INC 회의에서는 지난 29일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위원회 의장이 그간 논의한 5차 회의 첫 협약문 초안을 공개했다.
공개된 협약문 초안은 총 41쪽 32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플라스틱 생산과 관련된 제6조를 둘러싸고 마지막까지 가장 큰 난항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항 이름은 ‘공급(SUPPLY)’ 또는 ‘지속가능한 생산(SUSTAINABLE PRODUCTION)’으로 제안됐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이름을 통해 2가지 선택지가 제시됐다. ‘공급’만 명시한 경우는 플라스틱 생산 관리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는 것으로, 산유국·플라스틱생산국들의 주장이 반영된 경우다. 선택지2에는 생산 및 관리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주로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군소도서국가들의 지지를 받은 방안이다.
협약 중△ 목표(1조) △플라스틱 제품(2조) △우려 화학물질(3조) △재원(10조) △건강(19조) 등도 국가간 입장이 맞선 쟁점들로 꼽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마지막까지 △플라스틱 전주기 포함 여부 △오염자 부담 원칙 포함 여부 △우려 화학물질 규제 포함 여부 △플라스틱 관련 개념 정의 △전용 신규 기금 마련 △보건 관련 우려 인정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EU와 군소도서국들은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끝내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업스트림을 포괄하는 전주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산유국·플라스틱 생산국은 관련 규제가 각 국의 경제 발전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좀더 유연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밖에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기존 폐기물 처리조항에 대해서는 대부분 큰 갈등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 향후 일명 ‘플라스틱 총회’를 2년마다 개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INC 회의는 그간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의 반발과 일종의 지연 전술로 인해 회의 5일차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을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 이해관계자로 등록한 석유 로비스트들의 활동도 협약 문구가 완성되지 못할 수 있단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에 국내외 환경단체들이 INC 회의가 열리는 벡스코 인근에서 플라스틱 감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그린피스 소속 외국인 활동가 4명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하며 3000t급 LPG 운반선에 무단승선해 12m 높이 구조물에서 시위를 벌이다 지난달 30일 체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