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미·일 주요 기업들이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가속기 ‘H800’을 활용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R1’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미·일 주요 기업들이 초조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인 A100, H100 등의 도움 없이도 AI 모델을 완성했다.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독자적인 AI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중국이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AI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명 ‘딥시크 쇼크’다.
이에 따라 미국 주도의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가 이러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부상했다.
이번 3자 회동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른 것도 미국에서 추진 중인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였다. 스타게이트는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30조원)를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연산력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 목표다.
만약 3사가 협력할 경우 각자의 강점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AI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비전 펀드’를 통해 AI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또 초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이자나기’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AI 모델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가전제품도 생산하고 있어 향후 AI 시장에서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동은 삼성전자에게도 중요한 기회로 평가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타진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AI 생태계에 진입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일이 AI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은 중국의 딥시크 쇼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며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