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중구 한진 본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김광석 전국택배노조 위원장, 정민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김찬희 택배노조 한진본부장 등 한진택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3일 한진대리점협의회에 주 7일 배송 관련 자율성 보장과 불이익 처우 금지 등 요구사항을 담은 협약 체결을 요청했지만 협의회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한진의 주 7일 배송 시행은 노동조합과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제 시행된 사안"이라며 "준비기간을 한 달만 주는 졸속 시행"이라며 한진과 한진대리점협의회를 규탄했다.
이어 "노동자의 권리를 대리점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는 심각한 문제"이며 "현장에서의 심각한 과로사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과 제도 시행 6개월 전부터 사전협의를 진행했으며 지난 1월 주 7일 배송 시행 후에도 끊임없이 논의해 가고 있다. 이들은 6일 초과 근무 제한 등에 대해 협의하는 중이다.
반면 한진은 주 7일 배송 관련 부담을 대리점에 다 전가하며 대책을 세우지도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점장이 집배점장에게 주 7일 배송을 못하겠으면 포기각서를 쓰거나 수수료 삭감을 하겠다는 등의 해고 협박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정 사무처장은 "지난 10일에도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한진에 택배노동자들과 합의할 것을 수차례 요구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듣지 않은 채 강제로 시행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매년 4월 28일은 세계 산재노동자의 날로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 후보에는 쿠팡도 당연히 이름을 올렸다"며 "한진도 최악의 살인기업이 되고 싶은 것이냐"고 물었다.
김찬희 본부장은 한진 택배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 7일 배송에 대한 반대서명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반대서명 참여자는 온라인 1110명과 오프라인 807명 등 모두 1917명으로 이는 일주일 만에 전체 한진 택배노동자 중 약 20%가 참여한 것"이라며 "택배노조의 반대 목소리를 더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한진은 이날 택배노조 기자회견 이후 주 7일 배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진은 오는 27일부터 기존 수도권에서 제공하던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주요 도시로 확대해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진 관계자는 "한진은 집배점, 택배기사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며 "모두가 생존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