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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의 도전과 배틀그라운드의 영광···크래프톤 15년 성장 서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선재관 기자
2025-11-27 06:00:00

'테라'의 기술 위에서 '배그'의 신화가 피다

"무모했지만 위대했다"…블루홀의 장인정신

스팀 325만 동접의 전설…우리가 기억하는 '배틀그라운드'

PUBG 배틀그라운드 사진크래프톤
PUBG: 배틀그라운드 [사진=크래프톤]

[이코노믹데일리] 어느 날,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심장부인 스팀(Steam) 차트 최상단에 낯선 이름 하나가 박혔다. 승리의 문구는 투박했지만 강렬했다.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Winner Winner Chicken Dinner!)” 그 한 문장이 전 세계 게이머들을 밤새도록 모니터 앞에 붙잡아 두었고 한국의 중견 개발사가 만든 게임 하나는 그렇게 글로벌 게임 생태계를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PUBG)’ — 지금은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 지식재산권(IP)이지만 그 출발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개발자들의 ‘낭만’과 무모할 만큼 과감한 실험 정신이었다. 크래프톤의 역사란 한국 게임 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세계 시장으로 비상한 가장 극적인 서사이자 도전의 기록이었다.

◆MMORPG 왕국에 반기를 들다···‘테라’라는 첫 비행

시간을 2000년대 후반으로 되돌려 보자. 대한민국 게임 시장은 ‘리니지’가 지배하던 정통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왕국이었다.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로 스킬을 사용하는 정적 전투가 룰처럼 자리 잡았던 그 시절, 서울 강남의 작은 사무실에 ‘블루홀 스튜디오(현 크래프톤)’라는 낯선 이름의 개발사가 조용히 등장했다. 그들의 모험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MMORPG에서도 콘솔 액션처럼 싸울 수 없을까”.

 
프로젝트명 S1 ‘테라TERA’의 창기사사진블루홀스튜디오
프로젝트명 S1, ‘테라(TERA)’의 창기사[사진=블루홀스튜디오]

프로젝트명 S1, 훗날 ‘테라(TERA)’로 불리게 되는 도전의 시작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길은 ‘프리 타겟팅(Free-Targeting)’이었다. 수천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오픈 월드 환경에서 캐릭터간 거리·방향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회피와 타격을 정교하게 구현한다는 것은 당시 서버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개발진은 포기를 몰랐다. 4년의 인고, 400억원의 개발비, 수많은 밤을 지새운 엔지니어들의 투쟁이 쌓여 2011년 1월 11일 오전 6시, 마침내 ‘테라’의 서버가 열렸다.

그날의 열기는 기록으로 남았다. 오픈 5분 만에 동시 접속 1만명을 돌파했고 점심 무렵 10만명을 넘어섰으며 오후 9시 55분엔 최고 동시 접속자 16만5400명이라는 전무후무한 숫자가 찍혔다. 36개의 서버가 붉게 타오르던 장면은 단순한 흥행을 넘어 한국 게임 개발력이 세계적 기술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한 승전보였다. 비록 11년 뒤인 2022년, 아르보레아 대륙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유저들의 배웅 속에 ‘디지털 장례식’으로 막을 내렸으나 테라가 남긴 서버 운용 기술과 논타겟팅 전투 노하우는 이후 크래프톤이라는 거목을 지탱하는 뿌리가 됐다.

◆낯선 모더와의 도박···‘배틀그라운드’의 탄생

 
블루홀 최용욱 사업실장좌과 김창한 PD우 사진블루홀
블루홀 최용욱 사업실장(좌)과 김창한 PD(우) [사진=블루홀]

그리고 그 뿌리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배틀그라운드’다. 테라 이후 성장의 정체기에 놓였던 블루홀은 김창한 PD(현 크래프톤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모험을 택했다. 아일랜드의 브렌든 그린을 영입하며 ‘배틀로얄’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베팅한 것이다.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살아남는다.” 한 번 죽으면 끝이라는 잔혹한 룰은 게이머의 본능을 자극했고 전 세계는 곧 '에란겔'을 전장 삼아 밤새도록 낙하산을 펼쳤다.

2017년 3월 스팀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대규모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폭발했다. 6개월 만에 ‘도타 2’의 동접 기록을 넘어섰고 최고 동접 325만명이라는 스팀 역사상 불멸에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한국 게임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그 열풍은 PC에만 머물지 않았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누적 매출 13조원을 돌파하며 모바일 게임 시장을 다시 썼다. 인도에서의 서비스 중단과 재개라는 변수 속에서도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고 2021년 기업가치 30조원을 목전에 두며 상장에 성공했을 때 크래프톤은 더 이상 한국에만 머무는 기업이 아니었다. 배틀그라운드는 ‘보는 게임’ 시대를 앞당겼고 e스포츠 시장의 저변을 넓히며 세계 청춘들에게 ‘에란겔’이라는 공통의 추억을 남겼다.

테라가 불가능해 보였던 기술에 도전하던 그 뜨거운 밤들과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를 ‘치킨 디너’ 열풍으로 데워냈던 순간을. 그것은 한국 게임 산업이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간이자 앞으로도 길을 밝힐 등대다. 기술과 열정이 만나 전설을 만든 블루홀의 도전정신은 지금의 크래프톤을 존재하게 한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그 DNA가 다시 한번 혁신을 향해 불꽃을 일으키길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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