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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늘자 전기요금 손질, '시간대 차등' 카드 꺼낸 정부…반도체·철강엔 '역차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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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태양광 늘자 전기요금 손질, '시간대 차등' 카드 꺼낸 정부…반도체·철강엔 '역차별' 우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보운 기자
2026-02-02 17:07:09

24시간 공정 산업은 대응 한계…조립·가공업은 유리

반도체·전기로 철강, 야간 요금 인상에 원가 부담 확대

전력 정책 목표와 제조업 현실 간 간극 부각

경기 고양시 킨텍스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모습이다 사진고양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모습이다. [사진=고양시]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낮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고 저녁·밤 요금을 인상하는 시간대 차등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24시간 연속 공정을 운영하는 반도체·철강·석유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량이 몰리는 낮 시간대 전력 수요를 산업계가 흡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업종별 구조적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 발전 확대로 낮 시간대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밤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보다 35~50% 저렴한 구조로 정부는 이 같은 가격 신호를 조정해 낮 시간대 전력 사용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요금 구조는 과거 원전·석탄 중심의 기저발전 체계 아래 밤 시간대 전력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발전 설비는 계속 가동돼 전력이 남아돌던 상황을 반영해 설계된 것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낮 시간대 전력 피크를 완화하고 설비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산업체의 심야 가동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그간 야간 요금을 낮게 책정해 왔다.

이처럼 과거 전력 수급 구조를 전제로 설계된 요금 체계가 재생에너지 확대로 요금 체계 조정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산업 구조에 따라 대응 여력이 다른 업종 간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 제조업이나 조립·가공 위주 산업은 설비 연속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공정 중단·재가동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아 가동 시간 조정이 가능한 편이다. 또한 자동차·식품·소비재 등 주간 가동 비중이 높은 업종은 근로 형태와 물류·납품 일정이 주간 중심으로 운영되고 야간 무인 연속 공정 비중이 낮아 낮 시간대 생산을 늘려 요금 인하 효과를 일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연속 공정 산업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 산업은 공정 중단 시 제품 불량이나 설비 손상, 재가동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구조로 일정한 온도·압력·공정 조건을 유지하며 설비를 24시간 연속 가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조업 시간을 낮으로 옮기기 어렵고 야간 요금 인상분이 그대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요금 체계 개편이 정책 대응 여력이 있는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 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기요금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평택·화성 사업장에 첨단 라인을 증설하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청주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생산 역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팹은 공정 안정성과 수율 확보를 위해 24시간 가동이 전제되는 구조로 시간대별 전기요금 인상은 가동 방식 조정 없이 곧바로 원가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업계는 구체적인 요금 인상·인하 폭과 적용 기준이 투자 비용과 생산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계 역시 긴장하는 분위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제외한 다수 중소·중견 철강사는 전기로를 활용해 심야 시간대 전력 사용 비중을 높여 왔다. 전기로 공정은 전력비 비중이 높고 그간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심야 전력을 활용해 시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관리해 온 만큼 야간 요금 인상 여부가 수익성과 생산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요금 체계 개편이 전반적인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가격 경쟁력이 추가로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도 전기요금 체계 변화에 따른 영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 여파로 구조 재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력비 부담이 추가될 경우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공정은 크래커 등 핵심 설비를 중심으로 연속 운전이 불가피하고 전력 사용 비중 역시 높은 편이어서 시간대별 요금 인상은 비용 구조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통 부담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요금 체계 설계 과정에서의 형평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기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수급 구조 변화 속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반도체와 철강처럼 24시간 연속 공정이 전제되는 주력 산업의 경우 시간대별 가격 신호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정부와 업계 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속 공정 산업이 국가 주력 수출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제도 설계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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