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중구 회현동 소재 우리은행 본점 건물(지하 6층~지상 24층, 연면적 9만7350㎡)은 은행권 최고층 건물로 꼽힌다. 1999년 준공돼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소속 2000여명의 업무시설로 이용된다.
이 건물의 비상계단은 현재 임직원의 건강을 지키는데 톡톡히 한 몫하는 명물로 평가받는다. 최근까지 별다른 특색이 없던 비상계단에 백두산의 4계절과 동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벽화를 디자인하고 물소리, 새로리를 구현한 음향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모든 층에 에어컨, 공기청정기, 체지방분석기, 체중계 등을 배치해 계단을 활용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건강 계단'이란 별칭도 생겼다. 이 모든 구상이 손태승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22층 집무실로 향하던 손태승 회장이 중간층에 내려 계단을 이용해 올라간 게 '건강 계단' 기획의 배경이었다. 지상 2층부터 22층부터 설계된 '건강 계단'은 총 475개 계단으로, 완주할 경우 약 71.25킬로칼로리(㎉)의 열량이 소모된다.
손태승 회장부터 계단 오르기에 나서자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잇따라 하루 평균 이용자만 1200여명에 달한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계단으로 오르내린 층수와 열량 소모량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인 '계단왕'을 자체 개발해 임직원들의 이용을 권장했다.
또 매달 '건강 계단'과 관련한 이벤트를 벌여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벤트는 매달 영업일 첫 날을 '걷기 데이'로 지정해 '건강 계단'을 이용하는 우수 참여자 직원 20명과 부서장 1명을 선발한데 이어 이들에게 운동화와 텀블러 등 소정의 상품으로 포상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본점은 물론 전국 영업점 직원들도 '건강 계단'을 찾아 인증샷을 찍을 정도다. 김모(34·여) 과장은 "석 달가량 매일 15층을 계단으로 오르니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며 "헬스장을 찾지 않아도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건강을 챙길 수 있고, 퇴근 후 취미생활 시간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손태승 회장은 "활기찬 일터를 조성하는 필수조건은 건강이고, 자신이 건강해야 워라밸 수준도 높아진다"며 "건강계단과 함께 오피스 운동, 금연 캠페인 등으로 구성한 '건강한 우리(Woori) 만들기'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