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총수일가는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전액 상속세 납부에 쓸 것으로 보인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가 12조원 이상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최근 고(故) 이건희 회장 명의의 미술품과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마치고, 유산 배분과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해 논의 중이다. 유족들의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은 이달 30일까지다.
이건희 회장의 유산 규모는 2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약 19조원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2∼3조원에 달하는 미술품 △한남동 자택과 지분 절반을 소유한 용인 에버랜드 땅 등 부동산 △현금 등을 더한 액수다.
이에 따라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도 주식 지분에 대해서만 11조원, 미술품·부동산·현금 등 기타 자산에 대한 상속세도 1조원 이상으로 총 1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유족들은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중 국보·보물 등 문화재에 대해서는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계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회장 소유 미술품은 약 1만3000점에 달한다.
그 중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조선시대 청화매죽문 항아리 등 국보 30점, 보물 82점 등 국내 문화재를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앤디 워홀·알베트로 자코메티 등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 전에 기증 여부와 대상을 확정하면, 해당 미술품은 상속 재산에서 빠지고 상속세 납부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유족들이 기증할 미술품의 가치는 1~2조원 가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증할 미술품 규모와 유족별 상속 비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개개인이 납부할 상속세 규모도 달라진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최대 5년간 분할납부(연부연납)하는 방식을 택할 방침이다.
확정된 상속세가 총 12조원일 경우 우선 2조원(6분의 1)을 이달 말 납부하고, 나머지는 연 1.8%의 이자를 적용해 5년간 나눠서 내는 방식이다.
오는 30일 예정된 첫 납부에는 배당금을 주요 재원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
고 이건희 회장과 유족들은 이날 삼성전자의 특별배당금까지 포함해 총 1조3079억원을 배당받았다. 이 중 대부분이 삼성전자 배당금이다.
문제는 다음번 납부다.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은 매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배당이 없는 평년에 총수 일가가 받는 정기 배당금은 8000억원 가량이다.
유족들은 부족한 상속세를 납부를 위해 은행권 신용대출과 일부 제2금융권 대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유족들이 삼성SDS 주식을 매각해 상속세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지금까지의 동향으로 볼 때는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가 그룹 경영권과 관련이 적은 것은 맞지만, 주가와 주주가치를 고려하면 매각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