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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유니버스' 광폭 투자…정용진 '책임 경영' 부담 커졌다
재계 순위 상위권 기업 오너 3세가 속속 '회장'으로 명함을 고쳐 찍은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대열에 올라섰다. 이른바 '범삼성가(家)'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또 한 명의 3세 회장이 탄생했다. 여전히 모친인 이명희 그룹 총괄회장이 총수로서 일선을 지키고 있지만 정 회장의 책임은 이전보다 커졌다. 쿠팡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신생 '유통 공룡'의 기세가 매서운 상황에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아서다. 유통업계는 정용진 회장이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건설·SSG·지마켓에 잠식당한 당기순이익 정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최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9조4772억원으로 쿠팡(31조8298억원)에 밀렸고 주가는 5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같은 해 이마트는 당기순손실을 낸 종속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더 많았다. 종속회사 중 당기순손실이 1000억원 이상인 곳은 신세계건설(-1585억원), SSG닷컴(-1042억원), 에메랄드SPV(-1512억원)였다. 이들 세 회사는 전년도(2022년)에도 성적이 좋지 못했다. 신세계건설(-142억원), SSG닷컴(-1228억원), 에메랄드SPV(-830억원) 모두 당기순이익이 적자였다. 신세계건설이 손실 폭을 키운 원인으로는 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지목됐다. 본업인 유통 분야의 연이은 부진은 신세계그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신세계그룹은 앞서 본업인 오프라인을 토대로 온라인을 결합한 신세계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러한 전략은 '신세계 유니버스'로 명명됐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평균 2개월이 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총 4건에 이르는 인수합병(M&A)을 단행하자 유통업계에서 붙인 표현이다. 릴레이 M&A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신세계그룹은 당시 이베이코리아(현재 지마켓)를 약 3조5000억원에 사들이는가 하면 스타벅스코리아 지분(17.5%)을 4700억원에 추가 인수했다. 이미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현재 SSG랜더스)와 여성 전문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하느라 총 4000억원을 쓴 상태였다. 모두 합치면 4조원이 넘는다. 지마켓이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뒤 적자로 돌아서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이는 지분 80.01%를 확보한 에메랄드SPV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3분기 무렵까지 지마켓 인수를 놓고 "독이 됐다"거나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낼까…수익성 개선 급선무 회의적인 시선에도 신세계그룹은 지마켓에 투자를 지속했다. 오프라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한 온라인 경쟁력을 키우려면 대형 업체 인수가 필요했다는 이유다. 지마켓 적자는 이전 소유주인 미국 이베이가 매각을 염두에 두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비용 절감에 집중하면서 투자는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인수 효과를 내려면 인수 초기 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신세계그룹에게 지마켓은 신세계 유니버스를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하는 교두보다. 정 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신세계 유니버스'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일주일에 한 번씩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엔 이마트24에서 맥주를 마시고, 주말엔 SSG랜더스필드에 가서 야구를 보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력한 오프라인 인프라를 온라인과 연계해 통합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대대적인 M&A에 이어 신세계 유니버스 전략을 공식화한 신세계그룹은 2022년 6월 "5년간 2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에 11조원, 자산 개발에 4조원,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에 3조원, 신사업 발굴에 2조원을 각각 쏟아붓는 내용이었다. 오프라인에 비중을 싣되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한 물류센터 등 토대 확장에 나선다는 게 핵심이다. 의지는 확고하다.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수원'이 지난 1월 문을 열었고 보름도 안 돼 100만명이 이곳을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026년 경남 창원에 개장 예정인 스타필드 창원은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며 공사 일정이 미뤄지고 있지만 신세계그룹은 어떻게든 완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에는 돔 야구장과 호텔, 쇼핑 시설을 결합한 '스타필드 청라'가 건설 중이다. 정 회장으로서는 투자 재원이 될 매출을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 이마트는 올해 연결 매출 목표치를 30조30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보다 3%가 채 안 되는 성장률로 상당히 보수적이다. 여기에 회장 승진을 계기로 사내이사를 맡는 등 책임 경영 요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2013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을 해왔다.
2024-03-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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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 3대를 못 간 동업…고려아연 쟁탈전 결말은
영풍그룹은 끝내 계열 분리 수순을 밟을까. 오는 19일 계열사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일가인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간 장외전이 격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그룹 내 매출 비중 70% 이상, 영업이익 약 80%를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로 영풍의 실체나 다름없다. 사업 방향을 둘러싼 견해차로 시작된 장씨와 최씨 두 집안의 싸움이 어떤 결말에 이를지 주목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총에서 양측이 충돌하는 안건은 크게 두 가지다. 고려아연(최씨)은 1주당 결산 배당을 5000원으로 제안했고 ㈜영풍(장씨·지주회사)은 이를 1만원으로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씨 측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때 그 대상을 기존 외국 합작법인뿐 아니라 국내 법인도 가능하게 정관을 바꾸는 안도 추진 중이다. 물론 장씨 측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재계 30위권 기업 일군 75년 동업 관계 '흔들' 현재 두 집안이 벌이는 지분 싸움은 겉으로 비치기에 서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룹 최고 알짜 회사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누가 갖는지가 이번 갈등의 핵심이라는 게 다수 시각이다. 과거 75년 동안 이어 온 최씨와 장씨의 동업 관계를 해소하고 계열 분리까지 갈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회장이 세운 합명회사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창업 이념은 '수출 산업과 수출 진흥을 통한 한국 경제 재건'이다. 지하자원을 채굴, 수출해 일제 식민 통치로 무너진 나라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포부였다. 1960년대 본격적으로 비철금속 제련을 시작한 영풍은 세계 1위 아연 생산, 국내 재계 순위 28위 기업이 됐다. 고려아연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는 영풍전자, 영풍정밀, 영풍문고 등이다. 지금과 같은 체계는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하면서 태동했다. 이때만 해도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은 두 창업회장이 협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1981년 최기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계열사 간 경영권이 이전됐다. 1989년 말에는 이러한 작업이 마무리돼 고려아연은 최씨가, 나머지는 장병희 회장 가문이 경영하는 지금 모습이 만들어졌다. 적어도 장병희 회장이 작고한 2002년까지는 두 집안이 큰 잡음 없이 경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 분리 이야기가 나온 것은 2019년 7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면서다. '㈜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영풍'으로 이어지는 식이었는데 이를 끊어냈다. 당시 계열 분리설에 대해 영풍그룹은 "추측일 뿐 관련 논의는 없다"고 일축했다. 지분 관계 정리 후 영풍그룹은 장병희 창업회장 차남인 장형진 고문이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다. 고려아연 측 최윤범 회장은 최기호 창업회장 손자이자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3세 승계 중 불거진 갈등, 결말은 고려아연 독립? 3세 경영 승계 준비는 장씨 집안이 좀 더 빨랐다. 장형진 고문은 2015년 계열사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으며 아들인 장세준 부회장(코리아써키트 대표)과 장세환 부회장(서린상사 대표), 조카 장세욱 시그네틱스 부회장 등 3세에게 기업을 맡기는 듯보였다. ㈜영풍 최대주주는 지분 16.89%를 보유한 장세준 부회장이다. 그러나 장 고문은 최씨 집안과 벌어진 지분 싸움에 직접 나섰다. 최씨 집안에선 최윤범 회장이 2022년 말 고려아연 단독 회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 체제에 접어들었다. 집안 내부적으론 최창걸·최창영·최창근계가 최윤범 회장을 뒷받침하는 사촌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사이에 고려아연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최윤범 회장이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자원 순환 등 신사업을 이끌며 가문 내에서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장씨 집안은 2019년 지배구조 개편과 동시에 3세로 지분 승계를 대부분 마쳤지만 경영권은 그렇지 못했다. 최씨 집안은 이와 반대로 경영권은 최윤범 회장이 쥐었지만 지분을 분점하고 있다. 각 집안마다 풀어야 할 숙제가 있는 와중에 집안 간 지분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양쪽 모두 일단 성(姓)이 다른 집안끼리 문제를 풀 필요가 있다. 영풍이 배당 증가와 3자 배정 유상증자 대상 유지를 주장하는 건 고려아연 경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지주사로 현금 유입을 늘리고 최씨 측의 '백기사' 확보를 제한하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고려아연의 움직임에서는 '당장은 오너로서 영풍 측을 존중해주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독립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2024-03-12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