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진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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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경매 폭증, 금융 규제보다 더 큰 문제는 '실수요자 공백'
수도권 지식산업센터(지산) 시장에서 경매 물건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권의 잔금대출 중단으로 계약자들이 대거 파산 위험에 놓이면서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는 “경매 급증의 직접 원인은 대출 조임이지만, 근본 원인은 지산이 본래의 실수요 기반을 잃은 채 투자상품으로 변질된 데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1일 부동산 경매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수도권에서 경매에 나온 지산은 2593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564건의 배 가까운 수치로, 지산 경매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1년(365건)·2022년(344건)과 비교하면 시장의 부담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들어 잔금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경매 전환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말한다. 지산의 분양·자금 조달 방식은 주거상품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계약금 10%, 중도금 집단대출 50%, 잔금 40%를 계약자가 직접 마련한다. 중도금은 관행적으로 집행되지만, 잔금대출은 금융권의 담보가치 평가와 시장 전망에 따라 심사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최근 금융권은 지산 시장의 공실 확대와 시세 조정 가능성을 이유로 잔금대출 비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거나 취급을 중단했다. 분양 당시 ‘대출 가능’을 전제로 계약했던 자영업자·중소기업·1인 사업자들이 잔금을 스스로 충당할 수 없게 되면서 입주를 포기하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빠르게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충격이 단순히 금융환경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산은 본래 제조·혁신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산업·업무시설로 설계된 공간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저금리와 부동산 투자 열풍이 맞물리면서 지산은 ‘아파트 대체 투자상품’으로 소비됐고, 공급 또한 투자 수요를 기준으로 확대됐다. 실제 입주 수요보다 투자 매입 수요가 시장을 주도한 결과, 지산은 실수요 중심의 산업시설이라는 본래 기능을 상당 부분 잃어갔다. 이 과정에서 금융 규제는 실수요자에게 가장 먼저 타격을 주는 형태로 작동했다. 지산은 주거상품과 달리 잔금대출에 대한 보호 장치나 정책적 안전망이 사실상 없었다. 임대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대체 수단을 찾을 수 있지만, 영업장을 확보하려는 실수요자들은 금융권의 조치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 중도금 집단대출은 집행되지만 잔금대출이 갑작스럽게 차단되면 실수요자는 대출 구조상 대응 여지가 거의 없다. 이번 경매 폭증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시장 지표도 이를 반영한다. 매각률, 매각가율, 응찰자 수 등 주요 경매 지표는 동시에 하락하며 수요 기반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공급이 누적된 상황에서 금융 규제가 겹치자 지산 시장 전반의 가격 형성력까지 흔들리고 있다. 여파는 시행사와 시공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 이후 자금 경로가 좁아진 상황에서 지산 잔금 미납과 경매 증가가 겹치면 건설사들의 유동성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일부 건설사는 “비주거 미분양이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지산 분양 구조상 실수요자들이 가장 취약한 고리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잔금대출이 차단될 경우 실수요자가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상의 별도 심사 체계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산·상가의 주거용 전환 정책은 단기 연착륙 장치로 거론된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산의 입지와 교통망을 고려해 “주거 전환 허용, 설계변경 요건 완화, 추가 주차장 설치 면제 등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산 경매 물량 증가는 대출 조임의 결과이자, 실수요 보호 장치 없이 투자상품화된 시장 구조가 만든 후유증이라는 평가가 무게를 얻고 있다. 지산 공급이 급격히 늘어난 지난 몇 년간의 흐름과 금융 규제 변화가 맞물리며 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지산 시장은 단순한 조정 단계를 넘어 정책적 재설계가 필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025-12-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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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 외장재가 문제…한국 고층건물도 화재 확산 우려
홍콩의 고층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28명이 숨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고층 건물의 외장재와 피난시설을 중심으로 화재안전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비계 구조 등 일부 공사 방식이 홍콩과 다르지만, 고층 주거 비중 증가와 노후 건물의 외장재 취약성은 여전히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홍콩 타이포의 32층 아파트단지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는 1948년 창고 화재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당국은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외벽을 둘러싼 스티로폼 패널과 대나무 비계를 지목했다. 불이 저층에서 시작돼 가연성 외장재를 타고 수직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 11명이 체포되면서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의 화재 양상은 국내 대형 화재 사례와 맞닿아 있다. 한국은 대나무 비계를 사용하지 않지만 외벽에 가연성 자재가 쓰일 경우 비슷한 형태의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 화재는 외장재가 불길을 빠르게 키워 30여 분 만에 38층까지 번졌다.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도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이 단열재를 타고 상층부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고층 건축물의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외장재와 피난시설을 중심으로 위험요소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에는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 136동, 31층 이상 준초고층 건물 4620동이 있다. 준초고층 건물은 피난 안전구역 설치 의무가 없어 규제 사각지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가연성 외장재가 적용된 필로티 구조 노후 건물은 11만6000동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홍콩 참사를 계기로 고층건축물 화재안전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30층 이상 또는 높이 120m 이상 고층건물은 총 949개 동이며 이 가운데 50층 이상 초고층건물은 32개 동이다. 시는 30층 이상 건설현장 36곳을 대상으로 임시 소방시설 설치, 화기 취급, 공사장 안전관리 등을 전수 조사한다. 모든 현장에는 관리자급 소방공무원을 지정해 월 1회 이상 점검하도록 했다. 설계 단계에서는 ‘성능위주설계’ 가이드라인 적용을 강화해 피난안전구역, 소방배관 이중화, 고가수조 방식, 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 핵심 항목을 검토한다. 공정률 80% 이상 현장은 민·관 합동점검을 통해 설계대로 시공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완공 후 사용 중인 고층건물은 소방시설 유지관리와 방화·피난시설 적정성 등을 중심으로 전수 조사한다. 50층 이상 초고층건물 전 대상에는 반기 1회 민·관 합동훈련을 실시한다. 대피훈련에서는 피난안전구역 활용, 방화문 관리, 초기 대응 절차 등을 점검하며, 스프링클러 미설치 노후 아파트에는 대피 요령 교육도 병행한다. 홍영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고층건축물은 화재 발생 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홍콩과 한국의 건축 방식과 규제가 일부 다르지만 고층화 속도와 노후 건물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화재안전 체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2025-12-0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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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부실이 덮친 한양학원…재단 운영권까지 시장에 나온 이유
한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한양학원이 외부 자본에 이사 선임권을 넘기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법인의 직접 매매는 금지돼 있지만, 이사 선임 체계를 바꾸는 방식으로 운영 주체가 바뀌는 길이 열릴 수 있어 사실상 재단 운영권이 시장에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은 최근 재단을 대신 운영할 투자자를 조용히 접촉 중이다. 논의되는 금액은 약 3000억원 수준이다. 사립대 운영권을 가업처럼 이어온 한양학원이 외부에 이사권을 넘기는 상황까지 내몰린 배경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있다. ◆계열사 보증이 결국 재단 부담으로 번져 한양학원의 어려움은 계열사들이 참여한 PF 사업에서 연대보증과 신용보강을 제공한 데서 비롯됐다. 한양산업개발 등 계열사들이 여러 PF 사업에 보증을 서면서 위험이 쌓였고, 이 부담이 백남관광과 대한출판을 거쳐 재단까지 번지는 흐름이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계열사에서 시작된 위험 요인이 최상위 법인까지 끌어올려진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PF 관련 보증액은 5024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개발 일정 지연이 겹치자 PF 자금 회수가 막히기 시작했고, 선보증금이 고스란히 재무 부담으로 쌓였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재무 여건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재단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국면으로 이어졌다. ◆ 등록금 의존도 높은 대학 특성상 충격 더 커져 한양대는 외부 수입원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학으로 꼽힌다. 2023년 기준 등록금 의존율은 54.6%로 전국 사립대 평균(51.4%)보다 더 높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대규모 전임교원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법정부담금만 해도 매년 수백억원 단위로 추산된다. 사립대는 별도의 수익형 자산을 통해 재정을 보완해야 하는데, 최근 많은 사립대가 기숙사·물류시설·상업용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 확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양학원은 수익 기반 확충 과정에서 PF 보증이 엮이면서 오히려 재정 압박을 키우는 결과를 맞았다. 김종량 이사장의 외조카가 관여한 자산운용사를 통해 물류센터 개발 등에 투자된 자금은 초기에는 기대감이 컸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이 여파가 계열사 보증 부담으로 이어지며 재단까지 영향을 받은 셈이다. ◆한양증권 매각도 ‘임시 호흡기’ 역할에 그쳐 재단은 지난해부터 긴급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올 6월에는 재단의 대표 자산이었던 한양증권을 2204억원에 매각했다. 그보다 앞서 백남관광이 보유한 프레지던트호텔과 한양증권을 묶어 통매각하려 했지만 가격 격차를 좁히지 못해 실패했고, 결국 한양증권만 사모펀드 KCGI에 넘겼다. 그러나 이 자금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운전자금 확보에 불과했다. 계열사 보증 위험이 계속 커지고 있어 PF 관련 부담을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국 외부 자본 의존…이사 선임권 이전 검토 이런 흐름 속에서 재단은 더 이상 단독으로 운영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약 3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이사 선임권을 외부에 넘기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사권은 학교법인의 핵심 의사결정 권한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사진이 바뀌면 실질적 운영 주체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양학원의 운영 체계가 흔들리면 한양대의 재정 운용, 의료·교육 분야 투자, 전략적 의사결정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서울 도심 4성급 호텔인 프레지던트호텔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참여한 물류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한 뒤 보증 부담이 연쇄적으로 올라오며 재단 전체를 압박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며 “한양증권 매각으로 숨통은 트였지만 근본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2025-12-04 08: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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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지분 18% 넘긴 호반…'단순 투자'라면서 경영권 반경까지 넓히나
호반건설이 한진칼과 LS 등 대기업 지배구조 핵심에 연달아 지분을 확보하면서 ‘단순 투자’라는 기존 설명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헌 대표가 이끄는 호반그룹의 지분 매집 전략은 자본 축적을 넘어 대기업 의사결정 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재무적 투자를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벌식 지배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비롯해 산일전기, 모델솔루션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한진칼의 경우 취득원가 6455억원 대비 장부가액은 9008억원으로 평가된다. 산일전기 역시 취득원가 20억원에 장부가액은 90억원으로 집계돼 약 350%에 이르는 평가이익을 기록 중이다. 주식 투자 성과가 본업 수익을 위협적으로 앞서는 과정에서, 호반그룹이 지분을 ‘수익 창출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호반건설 전체 금융자산의 규모를 보면 흐름은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당기손익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장부가액은 1조6748억원이다. 취득원가 1조4670억원보다 2000억원 넘는 평가이익이 발생했다는 의미지만, 문제는 이 자산들이 대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지분이라는 점이다.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8.46%다. 호반건설과 100% 자회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가 공동 보유한 지분으로, 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분율만 보면 한진그룹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견제력이 형성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매각하면서 확보한 자금을 다시 한진칼 매입에 투입할 경우 지분율은 20%대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현금성 자산과 금융상품을 더하면 단기간에 1조원대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이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반그룹은 ‘비상장 중견 건설사’에서 ‘항공·물류 그룹의 영향권’까지 확대되는 셈이 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경계하는 시각도 나온다. 건설사라는 산업 정체성과 달리 자본시장과 대기업 지배구조 중심에 영향력을 확장하는 방식이 시장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정 기업의 대규모 지분 변동은 주가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가지며, 중견 건설사가 상장사 경영권 주변부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도 따른다.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수할 여력 역시 여전히 충분하다. 호반산업은 LS 지분 일부 매각으로 약 1000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이 향후 한진칼 지분 매집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될 경우, 호반의 ‘단순 투자’ 설명은 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호반그룹은 “산업 성장성을 보고 결정한 재무적 투자”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호반산업과 호반호텔앤리조트를 통해 분산된 지분 보유 방식, LS 지분 매각 타이밍, 한진칼 지분율 확대 조정 등을 종합하면 ‘투자’가 아니라 ‘지배력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해석이 더 무게를 얻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의 현재 위치는 단순 투자자라기보다 견제력을 가진 투자집단에 가깝다”며 “대기업 지배구조에 중견 건설사가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방식이 시장 건전성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5-12-03 11: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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