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6건
-
-
-
-
-
-
-
황성엽 제7대 금투협회장 취임…"K-자본시장 청사진 그려나갈 것"
[이코노믹데일리] 황성엽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이 협회를 단순한 통로가 아닌 문제 해결의 엔진으로 만들고, K-자본시장 10년 청사진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2일 황 회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융투자협회는 이제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플랫폼이 돼야 한다"며 "문제를 전달하는 협회가 아니라 문제가 해결되는 협회, 전달자가 아니라 해결의 엔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지난 3개월 동안 모든 업권을 직접 만나 각자의 현실과 고충·과제를 들었다"며 "그 과정에서 세 가지 원칙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중소형사의 혁신 참여 확대 △어떤 업권도 소외되지 않는 균형 설계를 세가지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어 "작은 규제는 과감히 풀고, 큰 위험은 확실히 관리하는 강단 있는 규제 철학을 세우겠다"며 "회원사를 대표해 금융당국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10년은 금융투자업이 은행업을 보완하고, 나아가 산업 그 자체로 자리 잡는 시기이고, 금투협은 시대적 소명을 부여받았다"며 "앞으로 3년, 제 모든 경험과 역량을 다해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 친애하는 금융투자협회 임직원 여러분, 오늘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러나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과연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이 엄중한 책임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다. 저는 38년 동안 한 회사에서 증권맨으로 살아왔습니다. 제가 금융투자협회장이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약 1년 반 전부터 주변의 권유와 추천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거치며 민간회사의 CEO 역할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셨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도 받았습니다. "굳이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있느냐." 임기도 남아 있고, 존경과 신뢰를 받으며, 임기 이후에도 비교적 편안한 길이 있는데 왜 이 선택을 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짧은 취임사에 그 모든 고민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저는 이 도전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작년 9월 초 출마 의사를 밝힌 뒤 10월부터 본격적인 선거 과정에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회원사 대표님들을 직접 만나 뵙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 생각 또한 차츰 정리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들은 수많은 아이디어와 제안들은 앞으로 협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선거 당일 정견발표에서 말씀드렸던 핵심을 다시 한 번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는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동고동락할 제 리더십의 방향이기도 합니다. 제 리더십의 첫 번째 원칙은 이신불립(以信不立), 신뢰 없이는 바로 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CEO를 Connecting Executive Officer, 사람을 연결하고, 업계를 연결하고, 미래를 연결하는 리더라고 정의해 왔습니다. 신뢰, 경청, 그리고 소통. 이 원칙은 앞으로 협회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도 반드시 지켜나가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고무친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은행 중심의 금융 구조만으로는 한국 경제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자본시장 중심의 대전환을 위해 금융투자업의 존재 이유를 더욱 분명히 해야 합니다. 국회와 정부, 언론과의 장기적인 공감대 형성,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합니다. 저는 연금과 자본시장 구조의 재설계, 장기투자 문화의 정착, 비생산적 유동성의 자본시장 유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저는 '어항론'을 말씀드렸습니다. 어항이 작으면 싸우지만, 어항이 크면 함께 성장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누구의 몫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어항 자체를 키우는 일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모든 업권을 직접 만나 각자의 현실과 고충, 과제를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 가지 원칙을 정리했습니다. 첫째, 대형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둘째, 중소형사의 혁신 참여 확대 셋째, 어떤 업권도 소외되지 않는 균형 설계입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제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문제를 전달하는 협회가 아니라 문제가 해결되는 협회, 전달자가 아니라 해결의 엔진이 되어야 합니다. 회원사의 불편함이 가장 먼저 해결되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작은 규제는 과감히 풀고, 큰 위험은 확실히 관리하는 강단 있는 규제 철학을 세우겠습니다. 회원사를 대표해 금융당국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어떤 이슈가 구조를 움직이는 킹핀인지, 어디를 눌러야 시장과 당국이 함께 움직이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겠습니다. 저는 이것을 '버튼을 찾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세상은 이미 변했습니다. 출제 방식도 바뀌었고, 채점 방식도 바뀌었고, 경쟁자도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60km로 달리고 있을 때 보수적이라 여겨지던 일본은 이미 100km로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저는 협회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K-자본시장 10년 청사진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입니다. 협회가 통합된 지 16년, 바로 지금이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시점입니다. 선거 당일 저는 이렇게 부탁드렸습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집단지성과 네트워크를 빌려달라고. 이 말씀을 오늘 이 자리에서도 임직원 여러분께 그대로 드립니다. 저는 여러분의 전문성과 역량, 그리고 책임감을 깊이 신뢰합니다. 우리는 이제 한 배를 탔습니다. 뱃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큰 파도가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라고 합니다. 그러나 방향만 분명하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10년은 금융투자업이 은행업을 보완하고, 나아가 산업 그 자체로 자리 잡는 시기라고 저는 믿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금 시대적 소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앞으로 3년, 제 모든 경험과 역량을 다해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겠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혼자서 단독으로 변화를 완성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닙니다. 회원사, 국회, 당국, 언론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 자리를 빌어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 38년 9개월을 몸담았던 신영증권에서 퇴임식을 가졌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을 믿고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걷겠습니다.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듣고, 더 깊이 소통하겠습니다. 3년 후 이 자리에서의 퇴임식도 또 하나의 감동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2026년이 여러분 모두에게 복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저 또한 이곳에서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01-02 18:12:47
-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신뢰"
[이코노믹데일리]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2026년을 맞아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도전을 당부하며 'TRUST'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2일 모든 임직원에게 보낸 2026년 신년 메시지에서 홍 대표는 2025년을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전략에 대한 큰 그림을 디자인한 한 해'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해는 차별적 경쟁력의 영역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한 시기였다"며 "이 전략 방향은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의 원칙이 돼 고도화되고 모든 실행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6년은 우리가 설계한 미래 경쟁력에 대해 성공 체험을 확대하고 실제 성과를 축적해 가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신뢰를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믿음, 방향에 대한 확신,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정의하며 "신뢰가 쌓이면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되고, 성공의 속도가 붙어 탁월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고객에게 더 단순하고 따뜻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인 '심플리. U+'를 실현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으로 'TRUST'를 제안하며 이를 다섯 가지 요소로 설명했다. 홍 대표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 나가는 여정이 힘들 수 있지만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며 첫째 T(Thrive on Trust)는 고객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과 서로에 대한 믿음을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구성원과 경영진 간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둘째 R(Red Reveals, We Rise)은 문제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함께 해결하는 용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내고 탓하기보다 함께 해결하는 자세가 신뢰에서 비롯된다"며 네트워크, 보안·품질·안전 기본기, 서비스 개발 체계 등 전 영역에서 이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진심 어린 소통으로 쌓이는 신뢰가 동료와 리더에 대한 든든함을 만든다"며 셋째, U(Unite Around the Hardest Challenges)는 어려운 과제일수록 다 함께 뭉치는 연대라고 설명했다. 부서·조직 간 협업과 타운홀 미팅 등 소통 자리를 통해 자신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넷째, S(Segment Deep, Act Smart)는 고객을 세분화해 깊이 이해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성과를 쌓는 것으로 명명했다. 그는 "고객을 진심으로 이해할 때 우리의 일하는 방식도 더 지혜로워진다"며 통신과 AX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공 해법 역시 고객 이해에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감사와 칭찬은 서로를 더 가깝게 하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며 다섯째, T(Thank, Think, and Transform)는 감사와 칭찬의 힘, 그리고 생각이 만드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내 소통 플랫폼 '트리고'를 중심으로 긍정의 문화가 확산되도록 경영진과 리더들이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TRUST를 실천하면 고객과의 약속을 넘어 더 밝은 세상으로 높이, 멀리 도약할 수 있다"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 TRUST를 실천하고 '심플리. U+'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든든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밝히며 신년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2026-01-02 10:01:00
-
여야를 넘는 인사, 진보의 후퇴가 아니라 성숙이다
진보 정권에서 보수 출신 인사를 등용할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왜 굳이 그 사람인가.” “개혁을 위해 우리 편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질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국 현대 정치에서 진보 진영은 늘 ‘개혁의 주체’였고, 동시에 ‘기득권과의 싸움’을 숙명처럼 떠안아 왔기 때문이다. 인사는 곧 권력의 배분이며, 개혁 동력의 원천이라는 인식도 깊이 뿌리내려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정책은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낳고 있다. 지난 정부 인사 일부를 유임한 데 이어, 신규 예산 관련 핵심 직책 후보로 이혜훈 전 의원, 김성식 전 의원 등 보수 진영 출신 인사들을 지명 또는 임명한데 대해 “개혁의 색이 옅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인사 흐름을 단순히 ‘타협’이나 ‘후퇴’로 해석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놓칠 위험이 있다.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기조는 진보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과정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진보의 목표는 특정 진영의 장기 집권이 아니라, 사회를 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역시 시대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 한국 진보 정치의 지난 성취는 분명하다. 권위주의 체제를 넘어 민주주의를 제도화했고, 복지와 노동, 공정이라는 의제를 공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했다. 정권 교체가 곧 ‘전면 부정’으로 이어지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약화됐고, 공직 사회는 늘 정치적 충성도에 흔들렸다. 개혁을 외치면서도 국정 운영의 안정성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대통령의 최근 인사는 이러한 진보 정치의 딜레마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볼 수 있다. 즉, 개혁의 방향은 유지하되, 집행의 방식은 넓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전체의 대통령이다. 국가 운영은 선거 캠프의 연장이 아니라, 수천만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행정의 영역이다. 특히 재정과 예산 정책은 이념적 순수성보다 전문성과 균형 감각이 중요한 분야다. 재정은 복지 확대의 수단이자, 동시에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다. 진보 정부가 재정을 무기로 삼으려면, 그만큼 재정 운용의 신뢰도 역시 확보해야 한다. 보수 진영에서 정책 경험을 쌓아온 인사를 기용하는 선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는 보수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진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진보 측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이것일 것이다. “보수 인사를 쓰다 보면 개혁이 희석되지 않을까.” 그러나 인사의 출신과 정책의 방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누구였느냐’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하느냐’다. 개혁 정부의 기준은 인사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성과와 책임성에 있어야 한다. 고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통찰을 찾을 수 있다. 맹자는 군주의 덕목으로 “백성에게 이로운가 아닌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어느 편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정명(正名)’ 역시 직함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진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사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역할에 맞는 사람을 쓰는 것이다. 서양 정치사에서도 진보적 개혁은 종종 통합적 인사를 통해 완성됐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이라는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재정과 금융 분야에서는 보수적 전문가들의 조언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개혁은 이념 논쟁을 넘어 제도로 정착될 수 있었다. 링컨의 ‘라이벌 팀’ 역시 마찬가지다.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그는 반대파를 배제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지금 심각한 정치적 피로 상태에 놓여 있다. 진영 간 대립은 일상화됐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정부가 또다시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구도를 반복한다면, 개혁의 정당성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통합적 인사는 진보가 스스로의 도덕적 우위를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인사 정책은 바로 이 점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등용은 보수를 끌어안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기보다, 진보 정부가 더 이상 진영 정치에 갇히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는 진보의 후퇴가 아니라, 자신감의 표현이다. 자기 철학이 분명할수록, 타인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물론 조건은 분명하다. 통합 인사는 성과로 증명돼야 한다. 보수 출신 인사라 할지라도 개혁 방향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과감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대로 진보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보호받는 구조도 사라져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질 때, 여야를 넘는 인사는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진보 정치가 지향해 온 공정의 가치 역시 여기에 있다. 공정이란 출신과 배경이 아니라, 역할과 성과로 평가받는 구조다. 인사에서조차 진영 논리가 작동한다면, 공정을 말할 자격은 약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기조는 공정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공직 사회에 주는 신호다. “정권이 바뀌어도 능력이 있으면 일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행정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높인다. 이는 결국 진보 정책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효과로 돌아온다. 정권 초반의 속도전보다, 중장기적 성과가 중요한 이유다. 이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여야 통합 인사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시작 단계이며, 평가 역시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의 흐름은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을 넘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가려는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진보 정부가 오래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다. 『서경』에는 “사람을 얻으면 나라가 안정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같은 편이 아니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정책을 놓고 여권은 당장 감정적 불편함보다, 장기적 국정 성과와 사회 통합이라는 큰 그림을 놓고 평가할 때다. 여야를 넘는 인사는 진보의 포기가 아니라, 진보의 진화다. 개혁은 혼자서 완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을 쓰되, 분명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 그것이 성숙한 리더십이며, 지금 이 대통령이 보여주려는 정치의 모습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결과다. 그 결과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오늘의 인사는 내일의 성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진보 정부가 통합을 말할 수 있을 때, 그 개혁은 비로소 사회 전체의 자산이 된다. 지금의 인사 흐름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5-12-28 18:53:32
-
-
-
-
제주에서 새만금, 울산 앞바다까지… 한국 해상풍력이 그리는 다음 10년
[이코노믹데일리] 돌과 여자, 바람이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불린 제주. 그 제주 한림 앞바다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이곳의 풍력 터빈은 단순한 발전 설비가 아닙니다. 그 터빈은 지금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지역과 이익을 나누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입니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바람도 오래전부터 불어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이제 그 바람을 정책과 제도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입니다. ◆제주 한림 해상풍력, 국내 해상풍력의 ‘첫 완주’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지난 15일 개최된 '한림 해상풍력 발전단지 준공식'에 참석해 풍력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들에 정부포상을 수여했습니다. 장관 표창 수상자는 양창영 한국전력공사 차장, 김태우 한국중부발전 부장, 이상국 현대건설 책임매니저, 전철규 한국전력기술 차장, 양창모 제주시청 팀장 등 5명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2017년 착공해 약 6년의 공사와 시운전을 거쳐 2024년 말 상업 운전에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공기업 주도의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형 프로젝트라는 점입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전력기술이 개발·설계·건설·운영 전 과정을 맡았고, 주요 설비에도 국내 기술과 제작 역량이 대거 활용됐습니다. 그 동안 국내 해상풍력은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한림 프로젝트는 국내 기술로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이 차관은 "한림해상풍력은 공기업 주도로 국내 기술과 제작 역량을 결집해 성공적으로 완료한 모범적 사례"라며 "해상풍력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한림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현재 상업 운전 중인 국내 해상풍력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비 용량은 100메가와트(MW)로 연간 약 7만~9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합니다. 주민 참여 방식도 눈길을 끕니다. 발전단지 인근 3개 마을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전체 사업비의 약 4.7%, 300억원을 직접 투자했습니다. 발전 수익의 일부가 매년 배당 형태로 지역에 환원되는 구조입니다. 해상풍력이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지역 소득과 연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한국 풍력의 현재 위치 한국의 풍력발전 설비 용량은 2024년 기준 약 2.3기가와트(GW)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해상풍력은 아직 0.2GW 남짓으로 전체 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반면 영국, 독일, 덴마크 등 유럽 국가는 이미 해상풍력만으로 수십 기가와트 규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뒤처졌다’는 표현은 반만 맞습니다. 한국은 풍황(바람 자원) 자체가 우수하고, 조선·해양·전력기기 산업이란 강력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즉 조건은 충분하지만 제도와 속도가 따라오지 못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12GW 보급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도전적인 목표지만 한림과 같은 프로젝트가 복수로 이어진다면 불가능한 수치만은 아닙니다. ◆새만금과 서남해, ‘바다 위 산업단지’의 실험 해상풍력의 다음 무대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전북 새만금과 서남해 연안입니다. 새만금은 대규모 간척지와 해상 공간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풍력·태양광·수소 산업을 결합한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미 새만금 인근 해역에서는 수백 메가와트급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계획 단계에 들어섰고, 장기적으로는 수 GW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발전단지 조성과 함께 해상 시공, 유지보수, 항만 인프라까지 연계되면 단순한 발전소를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큽니다. ◆울산과 강릉·삼척, 부유식 해상풍력의 전진기지 동해로 시선을 옮기면 이야기는 더 입체적이 됩니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기존 고정식 풍력 대신 부유식 해상풍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울산 앞바다는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의 최대 거점입니다. 이미 수 GW 규모의 부유식 단지 조성이 논의되고 있고, 조선·해양플랜트 산업과의 결합 가능성도 큽니다. 울산의 조선소에서 만든 부유체 위에 풍력 터빈을 세우고, 그 전기를 산업도시가 직접 사용하는 그림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됩니다. 강릉·삼척 앞바다 역시 동해안 부유식 해상풍력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기존 화력발전소와 송전 인프라가 있어 전력 계통 연계 측면에서 장점을 지닙니다. 해상풍력이 석탄발전의 빈자리를 서서히 대체하는 전환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이 바람의 속도 정해 해상풍력의 진짜 변곡점은 국회와 정부에 있습니다. 기술도 있고, 자본도 준비됐지만,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불확실하면 사업은 멈춥니다. 실제로 국내 해상풍력 사업 다수는 환경영향평가, 해양이용 협의, 주민 수용성 문제로 수년씩 지연돼 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해상풍력 특별법과 전력망 확충 관련 법안이 논의돼 왔습니다. 핵심은 정부가 해상풍력 개발 구역을 사전에 지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통합 관리해 사업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전력망 역시 중요한 축입니다. 해상풍력은 발전보다 송전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들은 국가가 선제적으로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용 부담을 분산하는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만든 전기가 육지로 오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터빈을 세워도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책 리스크와 제도 개선...결국 정부의 선택 물론 과제도 분명합니다. 해상풍력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정책 방향이 바뀔 경우 리스크가 커집니다. 허가 기준의 일관성, 주민 보상 기준, 해상 공간 이용 원칙 등은 여전히 정교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해상풍력 발전 단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이란 시대적 요구가 풍력의 성장을 밀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제주에서 시작된 바람은 새만금을 거쳐 울산과 동해안으로 확산되며 한국의 전력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큽니다. 제주 한림 앞바다에 세워진 풍력 터빈은 하나의 시작점입니다. 그것은 한국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역과 이익을 나누며, 산업과 기후를 동시에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바람은 늘 불어왔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 바람을 어디까지, 얼마나 빠르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 그 답은 결국 정책과 제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2025-12-18 06:00: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