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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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의 '모험자본' 독려, 규제 샌드박스부터 열어야 한다
[이코노믹데일리]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최근 증권사·자산운용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모험자본 생태계 활성화'를 독려했다. 혁신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 노후자산 증식을 견인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후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명분만 놓고 보면 타당하다. 혁신기업의 성장 자금 조달과 개인투자자의 자산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 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금융위원장의 '모험자본' 독려가 진정성을 갖추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금융투자 사업을 질식시키고 있는 각종 규제와 법적 장벽을 걷어내는 것이다. 당국이 주도적으로 막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낮추고, 금융회사들의 혁신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들을 정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독려와 규제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순적 상황은 금융투자업계에 혼란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장의 발언 자체는 긍정적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접어든 가운데, 기술 혁신과 신성장 산업이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환경에서 모험자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부터 유니콘 기업, 나아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까지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이기도 하다. 국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생 근로소득으로만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적절한 수익성의 자산에 투자해 노후자산을 확충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그 과정에서 혁신기업에 투자하고, 이들이 성장하면서 얻게 되는 수익이 곧 국민의 자산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생산적 금융의 핵심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위원장이 이런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당국은 금융투자업계의 혁신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독려 차원의 메시지와 현실의 규제 환경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뛰어다니라'면서 다리는 묶어두는 것과 같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취지를 생각해보자.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 시 기존 규제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면제해주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한 장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어떤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거나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 할 때, 규제 샌드박스 신청 절차는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다.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의 사업 기획력과 혁신 의지가 빠져나간다. 결과적으로 규제 샌드박스는 명목상의 제도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당국이 진정으로 '모험자본 생태계'를 원한다면, 규제 샌드박스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승인 절차를 합리화하고, 소비자 보호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들이 더 많은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 한두 건의 사업 모델 승인으로는 생태계 활성화를 말할 수 없다.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각종 금융규제 법안들이 금융투자 사업 자체를 막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금융투자 관련 법안들은 대부분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금융회사들의 활동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발행어음 규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관련 법안, 자산운용사의 펀드 수수료 규제 등이 그 예다. 이들 법안이 완전히 부당한 것은 아니지만, 누적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창의성과 사업 영역 확장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개별 규제 이슈마다 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체 그림을 보면 금융투자 사업 자체가 위축되는 방향으로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혁신기업의 성장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국민의 자산형성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금융위원장이 모험자본과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현실적 실행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지 '말의 정치'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는 리더십이 보여주는 방향과 현실의 규제 환경 사이의 괴리에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진정으로 모험자본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규제 샌드박스를 실질적으로 낮추고 금융투자 사업을 제약하는 각종 법안들을 정리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의 혁신을 독려하면서 동시에 규제로 수렴하는 모순적 상황은 끝내야 한다는 뜻이다. 혁신기업의 성장과 국민 자산의 증식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당국의 '말'과 '행동'이 일관되어야 한다. 규제를 풀지 않으면서 독려만 하는 것은 금융투자업계의 의욕만 꺾을 뿐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비전이 현실이 되려면, 당국 스스로가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2025-11-20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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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국민성장펀드 본격 가동…금융위, 산은·5대 금융과 상호 협력
[이코노믹데일리]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지원을 위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범을 앞두고 정부와 금융권이 펀드 조성과 투자 집행 관련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권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국산업은행 별관에서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현판식 및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이 참석했다. 산은과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국민성장펀드의 조성·집행을 위해 첨단전략산업 관련 정보 교류, 전문 인력 파견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 75조, 민간 75조로 구성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생태계에 집중 투자한다. 이억원 위원장은 "'단군 이래 최대 펀드'라고 평가받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자금의 물꼬를 바꾸고 혁신 역량을 모아 우리 첨단산업의 대변혁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규모뿐 아니라 지원 방식과 협업 체계도 그간 산업 금융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라며 "기존의 마인드와 업무방식은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권의 생산적금융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다"며 "정부도 위험가중치(RWA) 출자 부담 개선방안, 투자 실패 시 면책 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의사 결정을 돕겠다"고 밝혔다. 앞서 5대 금융은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씩 총 50조원을 부담하겠다는 계획과 사별로 73조~93조원 규모의 생산적금융 공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권 전체의 생산적금융 공급 계획은 526조원에 달한다. 다만 이 위원장은 "시장과 국민의 평가는 아직 냉정하다"며 "여전히 손쉬운 부동산 담보 위주로 막대한 규모의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고 여기고, 미래 성장동력 지원에는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국민성장펀드는 150조원 규모로 조성돼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을 민관합동으로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며 "금융권이 하나의 실행축을 형성해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무협약식에 이어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현판식도 진행됐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신설과 함께 사업 부처 및 첨단산업 기업으로부터 투자 수요를 모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금운용심의회' 구성 절차도 진행 중이다.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 따라 다음 달 10일 국민성장펀드가 공식 출범하면 신속한 투자 집행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사무국과 혁신성장금융부문 등 기존 투자 관련 조직을 '국가산업성장지원그룹'으로 묶어 보다 전략적인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2025-11-17 16: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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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 현실화율 69% 동결… 급등한 서울 집값에 '속도조절'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인 69%로 동결하기로 했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과 ‘10·15 부동산 대책’ 후폭풍으로 세 부담이 급증할 우려가 커지자, 부동산 세제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현실화율은 4년째 동결되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단계적 인상 로드맵은 사실상 중단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3일 ‘2026년 부동산 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결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내년 공동주택 현실화율을 80.9%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지만, 급등한 집값과 세 부담을 고려해 올해와 동일한 69%를 유지하기로 했다. 토지(65.5%)와 단독주택(53.6%) 현실화율도 각각 4년째 같은 수준으로 묶인다. 내년에는 시세 변동만 반영해 공시가격을 산정할 방침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과세 기준일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산정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현실화율 인상은 곧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치적·경제적 파급력이 크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금폭탄’ 논란이 재점화될 경우 여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현실화 계획’을 세웠다. 이후 2020년 68.1%에서 2021년 70.2%, 2022년 71.5%까지 단계적으로 높였으나, 부동산 가격 급등과 맞물리며 서울 아파트 공시가가 매년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현실화율을 69%로 되돌렸지만, 부동산가격공시법에 명시된 현실화 목표는 여전히 살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세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현실화율을 올리면 세 부담이 폭등할 수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시가 정책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동결 결정은 세제 완화라기보다 ‘정책 유턴’을 피한 조정 조치로 해석된다. 서울의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시세 변동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값은 5.63% 올랐다. 전국 평균 상승률(0.26%)의 20배에 달한다. 송파구(14.9%), 강남구(11.5%), 서초구(11.6%), 성동구(11.2%) 등 주요 자치구는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내년에도 현실화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은 오를 전망이다. 신한은행 시뮬레이션 결과,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 보유세는 올해 1275만원에서 내년 1790만원으로 4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잠실주공5단지(45.2%), 대치 은마아파트(42.7%) 등 재건축 단지도 비슷한 상승세다.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39.4%), 마포 래미안푸르지오(38.6%) 등 ‘한강벨트’ 주요 단지들도 세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공시가격 동결 방침은 최근 확산된 ‘10·15 대책 역풍’도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초강력 규제가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집값을 잡는 대신 세금이 치솟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상경 전 국토부 1차관의 갭투자 논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강남 거주 사실 등이 맞물리며 여론이 악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세금 완화라기보다 여론의 급격한 악화를 막기 위한 ‘완급 조절’ 성격이 강하다”며 “대출 규제 등 실수요 억제책이 이미 강화된 상황에서 세제까지 자극할 경우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 파인더 전문위원은 “올해 서울 주요 지역의 시세가 이미 크게 올라 현실화율을 높이지 않아도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재건축 단지처럼 공시가격 변동 폭이 큰 지역은 체감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5-11-04 09: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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