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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튼테크놀로지스, 개발자와 정책 직접 연결…AI 스타트업 중심 정책 소통 본격화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AI 스타트업이 국회와 직접 소통하며 산업 경쟁력 강화와 정책 개선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개발자와 기획자들이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산업계 중심의 정책 소통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6일 AI 서비스 플랫폼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서울 사무실에서 AI 개발자와 프로덕트 매니저(PM) 등 실무진이 참여한 가운데 AI 산업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참석해 스타트업 구성원들과 AI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AI 에이전트, 캐릭터 채팅, 개발 자동화 도구, 콘텐츠 서비스, 마케팅, 제품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30대 실무자들이 참여해 실제 개발 및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겪는 경험과 산업 환경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AI 산업 특성상 정책과 제도가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와 개선 필요성 등이 주요 논의 주제로 제시됐다. 현장 개발자들은 AI 서비스 기획과 개발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기준, 제품 경쟁력 확보 방안, AI 산업 인재의 성장 환경 등 산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기업 실무진이 직접 정책 담당자와 소통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AI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논의 과정에 반영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해민 의원은 약 20년간 구글에서 구글맵과 검색 서비스 전략 수립을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산업 경쟁 환경과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하나의 서비스가 10억명의 삶을 바꾸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요한 지점은 최종적으로 서비스 혹은 법안이 도달하는 이용자이자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IT 서비스가 기획되고 만들어져 이용자들에게 제공되기까지의 긴 여정이 하나의 법안이 마련되고 입법 과정을 거쳐 시행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의견을 청취할 기회가 많지 않은 가운데 이번 간담회는 AI 스타트업이 정책 논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 현장의 요구와 정책 간 간극을 줄이기 위한 산업계 중심 소통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와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술 경쟁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 서비스 규제, 산업 지원 정책 등 다양한 제도적 환경이 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더불어 대한민국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견을 나눴다"며 이번 간담회를 평가했다. 이해민 의원은 "기술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믿음으로 이 자리에 계신 분들과 같은 현장의 국민들이 실제 말이 된다고 체감하는 입법 활동을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02-26 16: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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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성적 이미지 범람에 경고등…개보위, GPA 공동선언 채택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그록(Grok)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악용한 딥페이크와 미성년자 성적 이미지의 생성·확산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하면서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2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제 개인정보 감독기구 협의체(GPA) 차원의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공동선언문' 채택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최근 일부 생성형 AI 플랫폼에서는 텍스트 명령만으로 특정 인물을 지목해 노출·성적 행위를 묘사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사진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유사 이미지를 제작하는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기술 접근 장벽이 낮아지면서 청소년 이용자까지 손쉽게 딥페이크 제작에 가담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국내외 통계 역시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업계와 아동보호 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딥페이크 음란물 유통 건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피해자의 상당수가 10~2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성적 이미지 범죄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생성형 AI의 고도화로 이미지·영상의 정교함이 높아지면서 피해 확산 속도와 2차 피해 위험도 함께 커지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언은 실제 인물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묘사·확산되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 의지를 공식 목표로 정했다. 선언문에는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활용 기관이 준수해야 할 4가지 핵심 원칙이 담겼다. 개인정보 오남용 및 동의 없는 성적 콘텐츠 생성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 이행, 인공지능 시스템의 이용 가능 범위와 한계에 대한 투명성 확보, 신속한 신고·삭제를 위한 효과적인 구제 절차 마련, 연령 적합 정보 제공 등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화된 보호조치 이행 등이다. 각국 감독기구는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혁신'이라는 공동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집행·교육 분야의 대응 경험을 적극 공유하고 초국경적 사안에 대한 공조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의 사전적 위험 평가와 기술적 안전장치 도입, 피해자 중심의 구제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선정됐다. 이번 선언문은 GPA 산하 국제집행협력 작업반 주도로 마련됐으며 사안의 시급성에 공감한 52개국 61개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서명에 참여했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 EU 회원국 감독기구 등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의 규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인공지능 규제 체계 내에서 고위험 AI와 불법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등도 딥페이크 음란물과 아동 성적 이미지에 대한 처벌 규정을 확대하거나 별도 입법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 역시 플랫폼 사업자의 삭제 의무와 투명성 보고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규범 정립과 함께 사업자의 자율 규제와 이용자 교육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생성형 AI의 혁신성과 사회적 편익을 살리면서도 딥페이크와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로부터 개인정보와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공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 콘텐츠 생성 기술의 오남용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국제 사회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며 "앞으로도 국내외의 신뢰 기반 인공지능 활용 환경 조성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2-23 17: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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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기업 "영구퇴출"… 법이 먼저 막는다
[이코노믹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시장적 행위가 반복될 땐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퇴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담합 제재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과 국가계약법 어디에도 담합 기업을 영구적으로 시장에서 배제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공공 입찰에서 내쫓는 제재도 법정 상한이 2년에 불과하다. '영구퇴출'이 정책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법 개정이 필요한지, 해외는 어떻게 설계했는지 짚어봤다. ◆20년 만에 또 담합… 제도가 실패했다는 신호 담합이란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이 가격이나 물량, 입찰 결과 등을 미리 짜고 합의하는 행위를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사라져 가격이 오르고 선택지가 줄어드는 피해로 이어진다.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은 가격 고정부터 거래지역 제한, 생산량 조정, 입찰 결과 사전 합의까지 모두 9가지 담합 유형을 금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 발언 하루 전인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로 CJ제일제당·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5년간 담합 규모를 5조9913억원으로 추산하고 법인 6곳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긴 상태다. 같은 업계가 2006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고도 20년 만에 같은 혐의로 다시 전원회의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다 돈 벌자고 하는 일이라 처벌은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며 형사 이외의 제재로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걸릴 위험보다 훨씬 크거나 애초에 적발될 가능성 자체가 낮으면 기업은 담합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구퇴출'은 현행 법체계 안에서 실제로 가능할까. ◆공정거래법이 줄 수 있는 것과 줄 수 없는 것 담합이 확인되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42조에 따라 시정조치를 내린다. 담합 행위를 중지하고 그 사실을 공개하라는 명령이 핵심이다. 과징금은 제43조가 근거이며 현행 상한은 담합으로 올린 매출액의 20%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이 상한을 30%로 높이고 최소 부과 금액도 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법률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형사처벌은 제124조 제1항 제9호에 근거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이며 제128조 양벌규정에 따라 임직원이 담합하면 법인도 벌금 대상이 된다.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면 이후 기소 여부는 수사기관이 판단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는 없다. 공정거래법은 영업정지나 허가·등록 취소를 담합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갖고 있지 않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도 형법이 허용하는 자격정지는 일정 기간에 그치며 영구 박탈은 형법 체계상 허용되지 않는다. 담합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물릴 수는 있지만 그 기업을 아예 문 닫게 만들 수단은 현행 공정거래법에 없다. ◆공공 입찰 배제도 2년이 한계, 상습 담합해도 마찬가지 담합 기업을 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은 공공 입찰 배제다. 국가와 계약하는 공사나 물품 납품 입찰에서 아예 참여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다.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은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기업을 '부정당업자'로 분류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담합·위조·뇌물 등으로 입찰 질서를 어지럽힌 자를 일정 기간 공공 계약에서 배제하는 제도다. 그러나 배제 기간은 시행령 제76조 제2항과 시행규칙 별표 2에 따라 최대 2년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계약에 적용되는 지방계약법 제31조도 최대 2년으로 동일하다. 반복 담합에는 가중 규정이 있긴 하다. 배제 처분을 받은 기업이 처분 기간이 끝난 뒤 6개월 안에 또 담합하면 배제 기간을 최대 2배까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가중해도 2년 상한을 넘을 수 없다. 아무리 상습적으로 담합해도 공공 입찰에서 쫓겨나는 기간은 법적으로 2년이 최대라는 뜻이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을 마무리하면 조달청과 발주기관에 결과를 통보하고 발주기관이 별도로 배제 처분을 내리는 절차가 이어진다. 다만 한 발주기관에서 받은 배제 처분이 다른 발주기관에도 자동으로 적용되는지에 대해 법원 판례와 실무 사이에 해석이 엇갈려 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를 법에 명확히 규정하려던 법안이 추진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세청은 담합 이익이 탈세로 이어질 때 움직인다 국세청이 담합 자체를 이유로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는 근거는 현행 세법에 없다. 담합이 세금을 부과할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합으로 번 돈을 장부에 숨기거나 허위 비용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법인세나 부가세를 탈루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세무조사, 가산세 부과, 범칙조사로 이어지고 조세범처벌법도 적용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국세청을 언급한 것은 공정위가 과징금으로 걷어내지 못한 담합 이익을 세금 경로로 추가 환수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두 기관이 이런 공동 대응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공식 협정이나 자료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영구'를 가로막는 세 가지 법적 공백 공정거래법과 국가계약법 어디에도 담합 기업을 영구적으로 배제하는 조문은 없다. 영구 또는 그에 준하는 효과를 내려면 최소한 세 가지 방향의 입법이 전제돼야 한다. 첫 번째는 공공 입찰 배제 기간 확대다. 국가계약법을 개정해 반복 담합이 확정될 경우 배제 기간 상한을 5년이나 10년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아무리 자주 걸려도 2년이 최대인 지금 설계로는 반복 담합을 억누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영업정지 조항의 신설이다. 지금 공정거래법에는 담합 기업의 영업을 일정 기간 멈출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이를 신설하려면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다만 사업할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만큼 제재가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은지 헌법적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하며 입법 과정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세 번째는 담합을 주도한 임원 개인에 대한 자격 제한이다. 지금은 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도 형 집행이 끝나면 임원직에 바로 복귀할 수 있다. 별도 특별법으로 임원 취임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규정을 두면 법인을 해산하고 새 법인을 차리는 방식의 우회를 막을 수 있다. ◆제재를 강화하면 자진신고가 줄 수 있다 제재 수위를 높일 때 맞닥뜨리는 함정이 있다. 담합을 적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이른바 리니언시와의 충돌이다. 리니언시란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 먼저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깎아주는 제도다(공정거래법 제44조). 공정위가 적발하는 담합 사건 상당수가 이 제도를 통해 밝혀진다. 문제는 "신고해도 어차피 퇴출"이라면 기업이 버티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진신고가 줄면 담합을 잡아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제재는 더 세 보이지만 실제로는 담합이 더 오래 지속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진신고자에게는 공공 입찰 배제를 면제하거나 기간을 대폭 줄여준다는 것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법학계에서 나온다. ◆ 미국은 3년 원칙이지만 반복 위반이면 더 길고, 임원도 개인 배제 미국 연방조달규정(FAR) 제9.406-4조는 연방 정부 조달에서의 배제 기간을 원칙적으로 3년을 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반복 위반이나 조직적 사기의 경우 3년을 초과하는 배제도 허용되며 실무에서는 갱신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배제 처분은 법인뿐 아니라 임원 개인에게도 동시에 적용된다(FAR §9.406-5). 회사를 없애고 새 회사를 차리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하려 해도 임원 개인이 배제된 상태라면 그 사람이 운영하는 한 새 회사도 연방 조달에 참여할 수 없다. 한국이 법인 단위 2년 배제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 EU는 최대 3년이지만 개선하면 일찍 풀어준다 EU 공공조달지침(Directive 2014/24/EU) 제57조는 담합 등 경쟁법 위반으로 인한 조달 배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정한다. 회원국이 자국 사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이 '자기정화' 개념이다. 배제 대상 기업이 피해자에게 배상하고 당국에 적극 협조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체계를 갖췄다고 입증하면 배제 기간이 끝나기 전에도 시장에 복귀할 수 있다. 기업에 실질적인 개선 동기를 주면서 무기한 배제의 경직성을 피하는 방식이다. ◆ 영국은 5년 명부에 임원은 최장 15년 자격 박탈 영국은 지난해 발효된 조달법(Procurement Act 2023)으로 '중앙 디바먼트 명부'를 도입했다. 담합·입찰 조작·시장 분할에 가담한 기업은 의무적으로 이 명부에 올라 최대 5년간 공공 조달에서 배제된다. 배제 효과는 해당 법인뿐 아니라 임원과 모회사, 핵심 하청업체에까지 미친다. 또 담합을 먼저 신고한 첫 번째 기업은 배제를 면제받는다고 법에 명시해 자진신고 감소 문제를 제도 설계 단계에서 차단했다. 임원 개인에 대해서는 이사 자격을 최장 15년까지 박탈할 수 있다(Company Directors Disqualification Act 1986). '영구'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도 그에 준하는 실질 효과를 내는 장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 법 조항 하나로는 안 된다, 네 가지가 함께 바뀌어야 선진국 사례를 종합하면 '담합 영구퇴출'은 법 조항 하나를 새로 만든다고 달성되지 않는다. 배제 기간 확대, 임원 자격 제한, 자진신고 연동, 자기정화 제도가 동시에 맞물릴 때 실질적인 억제력이 생긴다. 우선 국가계약법에서 담합 기업에 대한 입찰 배제 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최소 5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반복 담합이 거듭될수록 배제 기간이 누적되는 구체적인 기준도 필요하다. 공정거래법에는 담합을 주도한 임원의 취임을 일정 기간 막는 조항을 새로 만들어야 법인 우회를 막을 수 있다. 개선 의지를 보이는 기업에 복귀 기회를 주는 자기정화 제도를 명문화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 제재를 피할 방법이 없어 오히려 버티기에 나설 수 있다. 자진신고자에 대한 배제 면제를 법에 확실히 담지 않으면 담합을 잡아내는 핵심 도구 자체가 무력해질 위험이 있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과징금 강화는 담합으로 번 이익을 경제적으로 환수하는 직접적 수단이다. 담합 이익보다 과징금이 크면 기업의 담합 유인이 줄어든다. 다만 과징금 계산 방식이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되느냐, 집행이 일관되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실제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현행법 체계 안에서 '영구퇴출'은 불가능하다. 담합을 금지하고 과징금을 물리고 형사처벌하는 수단은 있지만 기업을 시장에서 영구히 내쫓을 법적 근거는 없다. 공공 입찰 배제도 아무리 반복해서 담합해도 2년이 최대다. 대통령 발언이 실제 규범으로 이어지려면 국회가 여러 법을 동시에 손봐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제재는 강해 보여도 실제로는 구멍이 생긴다.
2026-02-20 10: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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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편집자 주]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행과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 온 과정과 그 영향이 충분히 돌아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재는 개별 제도나 입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검찰·법원·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 시스템 전반에서 축적돼 온 현실을 차분히 따라가고자 한다. 사법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코노믹데일리] 형사사법 절차에서 변호사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마지막 방패다. 수사 단계에서는 진술과 증거 제출을 조율하고, 재판에서는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리해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변호인의 조력은 법으로 보장돼 있다. 다만 그 조력이 어느 정도의 밀도로 제공되는지는 사건마다 다르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의 취지는 분명했다. 법률가 수를 늘려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매년 1500명 안팎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변호사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선택지는 늘었지만, 경쟁도 함께 심화됐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사건은 선택의 대상이 된다. 사건의 성격, 난이도, 예상 소요 시간, 수임 조건이 판단 요소가 된다.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사건이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고, 얼마나 깊이 관여되는지는 개별 사무실의 판단에 맡겨진다. 이 과정에서 법률 서비스는 공공성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시장의 영역이 된다. 형사 절차는 초반 대응이 중요하다. 진술 방향을 언제 어떻게 정하는지, 구속 여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이후 재판의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 수사 초기부터 충분한 준비가 이뤄진 사건과 그렇지 못한 사건 사이에는 준비 과정에서 차이가 생긴다. 그 차이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이러한 차이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피고인에게는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한다. 다만 현실에서는 사건 수와 시간의 제약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제도의 취지와 현장의 여건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사선 시장에서는 이력과 평판이 곧 경쟁력이 된다. 수사기관이나 법원 근무 경력, 특정 분야에서의 성공 사례는 신뢰의 근거로 제시된다. 사건이 몰리는 곳은 다시 더 많은 사건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한 방어를 넘어 결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변호사의 직업윤리는 의뢰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경쟁이 격화된 환경 속에서 사건은 수임 대상이자 업무로 분류된다.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관여의 깊이는 사무실의 여건과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이 흔들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의 논리가 판단의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률 서비스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방어에 투입되는 조건까지 동일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변호사 수는 늘었지만 방어의 질이 균등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형사사법 절차는 수사와 재판, 그리고 방어가 이어지는 과정이다. 어느 한 단계에서 준비의 깊이가 달라지면 이후 절차에서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방어는 권리다. 그 권리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행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은 특정 직역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법조 전체의 신뢰를 되묻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2026-02-19 10: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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