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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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플랫폼' vs '전통 재벌'…네이버·카카오, 한경협 합류 '새로운 긴장감'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전격 합류한다. IT 업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오는 20일 정기총회를 열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한 IT 기업들의 신규 회원 가입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하이브, 두나무 등 혁신 기업들도 함께 한경협에 새롭게 둥지를 틀며 국내 대표 경제 단체인 한경협이 '젊은 피'를 수혈해 재계의 '맏형' 위상 회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번 한경협 합류는 급변하는 대외 경제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협력 필요성이 증대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시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한경협의 적극적인 구애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경협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의 정경유착 이미지를 벗고 젊고 혁신적인 경제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23년 협회 명칭을 변경하고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 싱크탱크 기능 강화,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등 쇄신안을 발표하며 IT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회장단을 젊고 다양하게 구성하여 젊은 세대와 소통하겠다"고 밝히며 IT 기업 영입에 힘을 실었다. 한경협은 네이버와 카카오 외에도 하이브, 두나무 등 IT,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업들을 회원사로 맞이하며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20일 한경협 정기총회에 직접 참석, 경제계 인사들과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제조업 중심의 기존 한경협 회장단 구성에 IT 기업 대표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에서는 이번 IT 기업들의 한경협 합류를 계기로 한경협이 과거 '경제 맏형'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경협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회원사 이탈, 4대 그룹 탈퇴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류진 회장 취임 이후 회원사 확대, 4대 그룹 회비 납부 재개 등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류진 회장 취임 후 한경협의 신뢰 회복 노력이 인정받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경협은 향후 회원사를 600개 수준으로 확대,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2025-02-19 1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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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하와이 등지 산불과 열돔, 석유기업에 책임 묻는다
[이코노믹데일리] 로스엔젤레스(LA) 사상 최악의 화재 등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해 액손모빌, 세브론 등 석유 회사들을 대상으로 화재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앞서 진행 중인 하와이산불 관련 액손모빌, 세브론 등에 책임을 묻는 소송 역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원인들이 핵심이며, 석유 회사들이 기후 변화의 끼친 책임을 묻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산불은 주로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결합된 조건에서 발생하지만, 기후 변화가 이러한 조건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사용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전됨에 따라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특히 캘리포니아, 하와이 같은 지역에서 산불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하와이주 대법원이 하와이주 호놀룰루시 정부가 엑손모빌, 쉐브론, 수노코 등 석유기업들을 상대로 기후 피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제기한 소송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호놀룰루시는 지난 2023년 9월 발생한 하와이 화재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뒤 석유기업들이 화석연료를 채굴해 기후환경을 망가뜨리면서 큰 수익을 냈음에도 적법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며 소송에 나섰다. 액손모빌, 세브론 등 석유 회사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수십 년 동안 화석 연료의 추출과 연소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²)를 방출해 지구 온난화에 기여해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 등이 화재 피해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역시 이번 LA 역사상 최악의 산불 발생 전 일어난 화재 관련해 지난 2023년 10월 엑손모빌, 쉘, BP, 코노코필립스, 세브론 등 석유회사를 상대로 산불 피해 소송를 제기했다. AP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당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화석연료 의존의 위험성에 대해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이들 석유 재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주가 제기한 소송은 현재까지 5건이 진행 중이며, 주요 피고는 엑손모빌, 쉘, BP 외에 코노코필립스, 쉐브론, API 등 석유 및 가스 산업을 대표하는 큰 기업들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들 소송을 통해 그동안 발생한 여러 차례의 대형 산불에 대해 석유 회사들이 기후 변화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고지하거나 이를 예방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오리건주의 멀트노마 카운티가 지난 2021년 발생한 열돔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500억 달러(약 65조6000억원) 이상을 요구하며 엑손, 쉐브론 및 기타 주요 석유 회사들을 고소했다. 멀트노마 카운티는 이 지역에서 운영되는 화석 연료 회사와 단체들이 치명적인 폭염을 유발한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피고인의 화석 연료 제품 사용으로 인한 복합적인 탄소 배출이 열돔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상당한 요인이었으며 이는 카운티 주민들을 질식사시켰다”고 주장했다. 멀트노마 카운티의 경우 지난 2021년 6월 25일을 시작으로 3일 연속으로 더위가 42℃, 44℃, 46℃에 달했고 기록적인 폭염으로 멀트노마 카운티에서만 69명이 사망했다. 또 이 지역 전역에서 수백 명이 사망, 미국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기상 재해 중 하나로 기록됐다. 석유 회사들은 자신들이 기후 변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방어하고 있다. 이들은 산불이 기후 변화의 복잡한 결과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석유 회사들이 기후 변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보며, 이들이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소송들은 단순한 법적 싸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 확대됨에 따,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석유 산업에 대한 규제와 책임이 강화될 수 있으며, 이러한 소송 결과는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번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에서 석유 회사들을 상대로 한 산불 화재 손해배상 소송은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01-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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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국내 시장 시동…지배구조 개편 논의 궤도에 올리나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려아연, 두산밥캣 등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때면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참전해 새로운 형태의 'K-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국회의 상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금, 진화하는 K-행동주의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국내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대상이 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덩달아 활발해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저평가된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인 일명 ‘K-행동주의’가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주식을 매수해 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이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말한다. 특히 동종업계 기업보다 저평가된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대상이 된다. 문제만 해결하면 기업가치 증대를 이룰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이윤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6일 열린 ‘고려아연 사례를 중심으로 상법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최근 불거진) 고려아연 사태는 지배권이 2세에서 3세로 승계되면서 오너 일가 간 갈등이 불거진 대표적 사례”라며 “이런 추세에 맞춰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기업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의사결정을 저지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고려아연 사태는 지난 9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한 뒤 시작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MBK가 사모펀드임에도 행동주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너 1, 2세대보다 적은 지분을 보유한 3세대 오너 시대에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이코노믹데일리 10월 8일자 B1·B2면 참고).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된 요인으로 달라진 제도적 환경과 이에 맞는 전략 수정을 꼽았다. 2016년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됐고 2020년엔 주주대표소송제도 개선,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 등 상법 개정이 이뤄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한 ‘주주 행동주의 펀드 역할 확대에 따른 시장 영향’에서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행동주의 펀드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행동주의 펀드 조성과 운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2022년부터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 활동은 뚜렷해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대상이 되는 국내 기업은 3곳에 불과하던 2017년에 비해 2021년 27곳, 2022년 49곳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는 77곳으로 급증했다. K-행동주의에서 비롯된 지배구조 개편은 현실화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2년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경영진 개인 회사와의 내부거래를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그 결과 SM은 해당 회사와 계약을 종료하고 사외이사 비율을 확대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트러스톤 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계열사인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자 태광산업 일반주주가 피해를 본다며 반대해 참여를 무산시켰다. KT&G, BYC 등도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대상이 됐다. 최근엔 머스트자산운용이 MBK와 연합해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에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제언’이라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얼라인도 두산밥캣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히는 한국의 재벌 지배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은 주주가 제공한 자본을 기업이 잘 사용하는지, 자본을 투자하고 실패했을 때 수습을 잘하고 있는지 등을 감시하는 것”이라며 “미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된 계기도 행동주의 펀드가 시장에서 활동해 경영진들이 긴장하면서 부터”라고 전했다.
2024-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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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어닝쇼크' 두산밥캣…합병 앞두고 '꼼수' 의혹 제기
[이코노믹데일리]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업 재편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두산그룹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과 관련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나 정정요구한 뒤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어닝 쇼크’를 기록하자 투자업계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요 경쟁사들이 글로벌 시장 침체에도 양호한 실적을 보이는 데 반해 두산밥캣이 유독 실적 부진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자 생산과 판매를 의도적으로 줄여 매출 하락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데서 비롯했다. 6일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2·3분기 실적이 인수합병을 앞두고 완전 박살났다”며 “글로벌 경쟁사 중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의 캐터필러는 물론 오는 8일 실적을 발표하는 일본의 구보타 예상 실적을 보면 현재 (두산밥캣은 의도가 다분한 어닝쇼크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두산밥캣과 캐터필러, 구보타 3사의 실적을 동일한 화폐 기준인 달러화로 비교해 봤다. 두산밥캣은 지난달 28일 3분기 매출이 13억6000만 달러(약 1조777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상황은 더 안 좋았다. 9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8% 급감했다.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억3000만 달러, 1억7000만 달러로 16.3%, 48.7%씩 줄었다. 특히 주력 시장인 북미 매출은 22% 감소했다. 이에 반해 캐터필러나 구보타는 지난해보다 좋지 않은 시장 상황에도 실적은 두산밥캣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캐터필러는 매출 168억 달러, 영업이익 31억 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4%, 9% 감소한 데 그쳤다. 캐터필러는 실적발표회에서 “정부의 인프라 수요 둔화로 올해는 상승 추세가 완화됐지만, 가격 인상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산밥캣과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경쟁사는 올 상반기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는 구보타다. 지난 1, 2분기 영업이익은 13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억1640만 달러보다 약 12% 올랐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건설 부문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27% 증가했다. 조만간 발표할 3분기 실적도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동종 업계 기업들이 업황 부진에도 견고한 매출을 이어가면서 투자업계에서는 두산 측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기 위해 일부러 실적을 반토막 내 가치를 낮추려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김광중 변호사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 형편에 맞게 회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두산밥캣도 실적을 의도에 따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기가 안 좋아질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생산과 재고를 줄였다고 설명하는데 원론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면서 “재벌들이 합병 직전 가치를 낮추려고 일부러 실적을 안 좋게 만든 역사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다. 당시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경쟁 건설사들이 실적 개선을 보이던 때 유독 삼성물산만 그 해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삼성은 의도적으로 실적을 낮춰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의심을 받았다. 문제는 기업들이 합병할 때마다 '실적 토막내기' 음모론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를 해소할 만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경우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지만, 1심과 2심 재판부가 정반대의 결론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삼성물산의 일부 소액주주는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다고 법원에 가격 조정을 신청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제시한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에선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지만, 이것이 삼성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이다. 현재 이 법은 의무 대상을 회사 만으로 하고 있는데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켜도 회사에 손해만 없다면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돼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는 “미국의 경우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가 있어 주주가 소송을 걸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가 인정되면 실제 시장에서 입증의 책임이 주주에서 이사로 전환되기 때문에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상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남근 의원실은 “상법 개정 관련해 당론으로 채택할지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2024-11-07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