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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 넘어 '4고(高)'…요동치는 정세 속 산업계 '희비'
[이코노믹데일리]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을 일컫는 '3고(高)' 현상이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고 있다. 월달러 환율은 14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중동발 전쟁위기로 유가까지 오르면서 국내 산업계의 불확실성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경비 지출을 잔뜩 줄이며 힘겹게 한파를 버텨 낸 기업들에겐 올 1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고유가·고환율 '리스크' 안은 항공·석유화학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3고에 고유가를 더해 '4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올해 초 배럴당 70달러선에서 출발했다가 중동 정세 불안이 커지며 지난주에는 90달러를 돌파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은 이란이 원유 수출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배럴당 21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다. 수출의 절반 이상을 원유에 의존하는 이란이 스스로 수출길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주로 석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국내 원유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중동발 원유 수송량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변수다. 지금처럼 고유가가 지속하면 석유 소비가 많은 업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항공업이 대표적이다. 항공사 영업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로 국제유가 상승은 수익성에 치명적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사업보고서를 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영업이익이 3100만 달러(약 43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도 리스크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항공기를 리스(임대)하거나 구매할 때 달러를 빌려 대금을 낸다. 외화 부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지금 같은 상황은 치명적이다. 대한항공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비용이 270억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과 미주 노선으로 영역을 넓히는 저비용 항공사(LCC)에는 고유가·고환율이 더욱 부담스럽다. 한 LCC 관계자는 "기름을 많이 쓰는 장거리 노선이거나 대형 항공기일수록 부담이 크다"며 "장거리 취항에 적극적인 몇몇 항공사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수익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유가 상승이 호재로 여겨지지만 제품 수요가 저조한 지금은 악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는 지난해 중국발 공급 과잉과 플라스틱 수요 위축으로 1년 내내 실적 한파에 시달렸다.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르면 화학 제품 원료인 납사 가격도 덩달아 뛰는데 수요가 충분히 많을 땐 판매 가격을 높여 스프레드(원가와 판매가 차이)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지금처럼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 마진을 적게 남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발전 단가가 올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조정될 수 있어서다. 허윤자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가가 가스 가격에 영향을 주고 가스는 전력 도매시장 단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환율 상승도 에너지 도입 가격을 높이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에 웃고 환율에 올라타고 정유·자동차 국제유가와 환율이 상승하면서 표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도 있다. 정유업계는 최근 정제마진이 오르며 실적 개선을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납사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수익 지표다.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평균 배럴당 82.10달러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평균 84.18달러를 기록 중이다. 4월 1~20일 기준으로 보면 평균 89.56달러로 90달러에 근접했다. 정유사가 미리 확보한 원유 재고의 장부상 가격(재고평가이익)이 오르는 효과도 기대된다. 재고평가이익은 실제로 현금이 회사로 들어오진 않지만 재고자산이 늘어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처럼 비춰진다. 따라서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수요가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유사 관계자는 "고유가로 사람들이 이동과 소비를 줄이면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 악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수출 산업인 자동차 업종은 몸값이 오른 달러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오르면, 다시 말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똑같은 차를 팔아도 원화로 표시한 매출이 증가한다. 국내 공장에서 차를 제작해 미국에 팔 땐 달러로 표시한 가격이 저렴해지는 효과를 낸다. 실제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에는 환율이 작지 않은 도움을 줬다. 전년(2022년) 대비 현대차 영업이익 증가폭(5조3020억원) 중 6580억원은 환율 상승에 따른 몫이었다. 기아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조3750억원 늘었는데 이 중 5470억원이 환율 효과로 증가한 금액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현대차·기아 실적에는 다시 한 번 청신호가 켜진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사업 계획을 짜면서 예상한 평균 환율은 1270원이다. 목표 영업이익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접어든 반도체는 '4고'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인공지능(AI) 구동을 위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공개 시장에서 수요자에 의해 가격이 결정돼 수요·공급이 제일 중요하고 환율은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과 미국에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예고한 만큼 높은 물가와 금리는 부담일 수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회사가) 장비를 구입하거나 재료를 구입할 땐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제품을 판매할 때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결과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사업장에선 전기요금이 변수다. 정부는 당장은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허윤자 에경원 부연구위원은 "반도체처럼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04-23 07:40:21
'총선 끝' 전기·가스요금 오를까…정부, 인상 여부·시기 고심
4·10 총선의 막이 내리면서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위기 등으로 인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필요성은 꾸준히 거론됐지만, 관련 논의 시점은 사실상 '총선 이후'로 미뤄진 상태였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부문 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 국제연료 가격,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여부와 시기 등을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전력·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다음 달 1일 자로 공급비 조정에 들어간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공급비로 구성된다. 원료비는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를, 공급비는 가스공사 등 공급업자의 제조시설·배관 등에 대한 투자·보수 회수액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공급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천연가스 공급비 조정기준 관련 고시에 따라 매년 5월 1일 조정하게 돼 있다. 원료비는 짝수달 중순까지 정산해 제출하면 홀수달 1일자로 조정된다. 따라서 절차상 산업부가 공급비 조정 시 '인상'을 결정하면 정부 내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오를 수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름철에는 가스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스요금을 인상해도 서민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5월 이후 동결해온 가스요금의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다. 우선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지난해 말 13조7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한 손해를 일종의 '외상값'으로 장부에 기록해 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국제 가스 가격이 폭등했지만, 이를 판매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현재는 가스공사가 가스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순손실은 연결 기준 7474억원으로, 미수금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금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약 40% 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물가 상승 및 서민경제에 미치는 부담 등을 감안해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적자가 누적돼온 탓에 한전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202조원에 달한다. 한전은 그동안 한전채 발행 등으로 재정난을 틀어막았지만,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경영 정상화가 요원하다는 말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는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줄곧 거론해왔다. 이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월 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전기요금과 관련해 "계속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할지의 문제인데,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4-04-14 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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