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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짓고 검사 사위 둔 서희건설, 정경유착 의혹 수면 위로
[이코노믹데일리] 포스코 출신 창업주, 전국 대형 교회 시공, 세 명의 검사·판사 사위, 그리고 대통령 부인을 향한 고가 목걸이. 중견 건설사 서희건설은 건설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성장사와 인맥 구조를 가진 기업이다. 연 매출 1조4000억원을 웃도는 이 회사는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워왔지만, 최근 사업 리스크와 정경유착 의혹이 겹치며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종합건설사 가운데 16위에 올랐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1조4736억원, 영업이익은 2357억원이다. 1982년 영대운수로 시작해 1994년 건설업에 진출하며 사명을 서희건설로 바꿨고, 1999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창업주 이봉관 회장은 포스코 출신으로, 회사 설립 초기부터 포스코 내부 토건 사업과 산업시설 정비공사 등을 꾸준히 수주해 외형을 키웠다. 서희건설이 매출 1조원을 넘는 중견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주택 시장에 뛰어든 서희건설은 ‘서희 스타힐스’ 브랜드를 앞세워 전국 80여 개 단지, 약 10만 가구 규모의 시공 수주를 따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이 사업에서 발생한다. 다만 지주택 특성상 토지 확보, 인허가, 조합 갈등 등으로 인해 사업 리스크가 크고, 품질 및 분담금 문제로 민원이 반복되면서 조합원 피해 사례도 잦다. 이봉관 회장은 회사 이름을 세 딸의 이름에서 따왔다. 장녀 이은희(통합구매본부), 차녀 이성희(재무본부), 삼녀 이도희(미래사업본부)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세 명 모두 법조인 배우자를 두고 있다. 장녀와 삼녀는 검사 출신, 차녀는 판사 출신과 혼인했다. 건설업 특성상 각종 인허가 분쟁과 민형사 소송이 빈번한 만큼 법조 네트워크가 리스크 대응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희건설은 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회장을 중심으로 교계와의 연결도 공고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전국 대형교회 40여 곳의 시공을 맡았으며, 이 회장은 2020년부터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맡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 기업인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조찬기도회는 대표적인 정경·종교 네트워크로 꼽힌다. 포스코 네트워크, 교계 인맥, 법조인 가족 등으로 구성된 서희건설의 인적·사회적 인프라는 지금까지는 ‘사업 자산’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인맥 구조가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봉관 회장은 최근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전달한 혐의로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해당 목걸이가 단순한 선물이 아닌, 사업상 청탁이나 사위의 고위직 임명과 관련한 인사 청탁의 대가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서희건설이 추진 중인 각종 사업의 대관 로비 가능성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된 물품의 실물 가격, 전달자, 시점, 동기 등을 확인 중이며, 조찬기도회나 주요 교계 인사를 매개로 한 정·교계 로비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수사하고 있다. 이 회장이 실제로 대통령 배우자에게 직접 목걸이를 전달했는지, 사위의 국무총리 비서실장 임명을 대가로 청탁한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가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업계에선 서희건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지주택 사업 특유의 구조적 불안정성에 더해, 최근 공정위 조사와 같은 대외적 규제 압박도 겹치고 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수사까지 더해지며, 리스크는 복합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희건설은 과거 정치, 경제, 종교를 아우르는 다층적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형을 키워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인맥이 오히려 사법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5-08-2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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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림자 딛고, IT-엔터테인먼트 기업 품에 안은 한경협
[이코노믹데일리] 한때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낙인찍히며 존립 위기까지 겪었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대거 영입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고 시대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품에 안으며 재계의 중심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한경협은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64회 정기총회에서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등 46개사의 신규 회원 가입을 승인했다. 이는 단순한 회원 수 증가를 넘어 조직의 체질 개선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과거 전경련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IT 공룡 기업들의 합류는 한경협이 시대 흐름을 읽고 미래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두나무, 메가존클라우드 등 혁신적인 IT 기업들과 더불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의 가세는 한경협이 전통 제조업 중심의 재계 단체에서 벗어나 디지털 경제와 문화 산업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LG유플러스, LG화학, 포스코, 동국제강 등 과거 전경련에 몸담았다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탈퇴했던 주요 대기업들의 복귀 또한 눈에 띈다. 이는 한경협이 과거의 과오를 딛고 류진 회장 체제 하에 쇄신을 통해 재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때 600여 개사에 육박했던 전경련 회원사는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400여 개사 수준으로 급감했으나 이번 대규모 영입을 통해 470개사로 증가하며 양적 회복세 또한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경협의 이러한 변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과거 정경유착의 고리로 비판받았던 전력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IT 기업들과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시대 변화에 발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에 맏형 자리를 내어준 상황에서 한경협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재계 내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로 실추된 이미지를 완전히 회복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다. 또한 새롭게 합류한 IT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한경협 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회원사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하며 2027년 2월까지 한경협을 이끌게 되었다. 류 회장은 연임 수락 연설에서 “한국 경제가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이 아닌 벼랑 끝에 서 있다”며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못하다”고 진단하며 “낡고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저출생과 주력 산업 노후화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고갈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류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단순히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수사적 표현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류 회장의 ‘벼랑 끝’ 발언은 재계의 위기감을 대변하는 동시에 정부와 국회, 국민들에게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단합과 협력을 촉구하는 절박한 외침으로 해석될 수 있다. 류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성장 엔진 재점화’를 제시하며, “낡은 규제 혁파”, “첨단산업 육성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정치적 갈등 해소를 통한 국민 통합” 등을 강조했다. 특히 다음 달 경제사절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불확실성 해소와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경협의 이번 회원사 확대와 류진 회장의 연임은 침체된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재계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딛고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혁신을 선택한 한경협의 행보가 과연 ‘경제 벼랑 끝’에 선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25-02-21 16: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