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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깡패' 트럼프 당선 이후 기후변화 둘러싸고 흔들리는 국제사회
[이코노믹데일리]2024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파리기후협정 재탈퇴와 조 바이든 정부의 기후정책 지우기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전기자동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예고하고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추진 역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후깡패’로 불리는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서 단일대오로 나아가던 지구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엔 최대 기후회의에서 일어난 '개최국의 반란' CNN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각국 기후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회담을 방해할까 걱정했지만 그들이 (정작) 몰랐던 것은 그들의 호스트가 바로 ‘파괴의 망치’였다는 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일어난 ‘개최국의 반란 사태’를 전했다. 미 대선 결과가 발표된 순간부터 각국 기후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존재가 바쿠에서 열리는COP29 회담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은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의 대통령이 회담에서 파괴적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이었다. CNN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가 빠르게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는 올해 가장 시급해야 할 회담 중 하나가 돼야 했던 이 회담은 ‘보이콧, 정치적 비난, 화석연료 축하 행사로 얼룩진 서커스판’이 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 개막일인 11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국의 석유와 가스를 “신의 선물”이라고 주장하며 아제르바이잔의 인권 기록에 대한 비판을 방어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 비정부기구(NGO)들, 그리고 글로벌 미디어가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12일 다시 한번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해수면 상승으로 존재 위협을 받는 섬 국가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며 프랑스·네덜란드가 자국의 해외 영토에서 “잔인한 억압”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외교 담당 최고대표인 조셉 보렐은 X(구 트위터)에 알리예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그의 수용할 수 없는 발언은 회담의 중요한 기후 목표와 아제르바이잔 COP29 의장국의 신뢰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적었다. ◆기후리더들이 對트럼프 방어 방법 찾는 중 아르헨티나 대표단 퇴장 세계 기후 리더들은 트럼프가 다시 한번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지금까지의 진전을 지키고 ‘트럼프를 방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등장은 알리예프 대통령 외에도 트럼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지도자들이 자국의 기후 행동을 재고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바쿠 회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13일,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설명 없이 COP29에서 자국 대표단을 철수시켰다.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는 CNN에 "아르헨티나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기후변화 부정론자로, 지구 온난화를 "사회주의 사기"라고 주장해왔다. 밀레이 대통령은 과거에도 반(反)기후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그는 유엔이 "이념적 의제를 강요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아르헨티나를 유엔이 주도하는 2030 지속 가능한 개발 의제에서 거리두기를 하려 했다. 아르헨티나 대표단의 철수는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바쿠 회의장에서 계속 감돌고 있는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정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발생하는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묶는 협약이다. ◆COP29회담 참석 화석연료 로비스트·산업 관계자 매년 늘어...올해 1700명 이상 해마다 COP 회담이 열리면서 매년 화석연료 이해 관계자들이 점점 더 많이 참가하고 있다. ‘킥 빅 폴루터스 아웃(Kick Big Polluters Out)’이란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에는 1700명 이상의 화석연료 로비스트·산업 관계자들이 COP29 회담 참석 등록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기반 싱크탱크 ECCO에서 기후외교를 담당하는 알렉스 스콧 선임 연구원은 CNN에 “이는 큰 문제”라며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바쿠에 모인 화석연료 로비스트 1700명 또한 파리기후협정 목표의 수호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려는 공동 목표로 하나로 결집하는 국제 협약이다. 이번 회담은 기록적인 더위가 예상되는 해를 앞두고 열리고 있으며, 이미 미국에서만 올해 연쇄적인 허리케인으로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생겼다. 일부 과학자들은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향후 10년 동안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며, 세계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기후 지키기 노력···2024 농업법에 서명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 후보 사퇴 후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기후 및 환경 자금을 각 주로 보내고, 지구 보호를 위한 마지막 규제를 마무리하려 급히 진행 중이라고 지난 11일 한 기후 담당 고위 공직자가 미 언론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매 5년마다 개정되는 2024년 농업법(2024 Farm Bill)에 서명했다.이는 미국의 농업 정책, 식량 지원, 환경 보호, 농촌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다루는 중요한 법률로, 미국 농민들에게 기후 변화 대응 및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을 지원하는 여러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은 △농업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 변화 대응' △저소득층을 위한 식량 보조 프로그램을 포함한 '식량 지원' △기후 변화와 극단적 기후 사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하는 '농민 지원' △농촌 지역의 경제 발전과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농촌 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해도 이 법안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데는 일정한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이 농업법의 일부 조항을 수정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농업법은 미국 농민들과 농촌 지역의 중요한 법률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영향을 받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민들의 지원과 식량 안전망 등은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 폐지보다는 부분 수정이나 재구성이 더 현실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2024-11-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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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장대 1탄··· 도로 위 달리는 중국산 전기차 그리고 미래차
<편집자주> 값싼 공산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과 함께 방향을 틀었다. 생산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항해시대 이전 동서 교역 루트이던 '실크로드'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테크로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기세 좋게 테크로드를 확장하는 중국의 공습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이코노믹데일리] 내연기관차 시장에선 힘을 못 쓰던 중국이 전기차(EV) 시장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에도 저렴한 가격, 정부 지원을 앞세워 성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신흥산업 연구기관인 이브이(EV)탱크가 11일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신에너지차 판매량의 약 65%를 차지했다. 미국과 유럽이 각각 20%, 10%로 뒤를 이었다. 신에너지차는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HEV), 수소전기차(FCEV) 등을 말한다. 중국은 신에너지차를 앞세워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수출국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중국 신에너지차 산업 지속가능발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2022년 대비 57.4% 증가한 522만1000대였다. 그 중 신에너지차는 120만3000대로 2022년 대비 77.6%(67만9000대) 급증했다. 올 상반기 신에너지차 수출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증가한 60만5000대였다. 중국이 신에너지차 시장을 주도한 데는 전기차가 있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비야디)만 봐도 가파른 성장세를 엿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를 보면 비야디의 올 3분기 매출액은 2011억 위안(약 38조9000억원)으로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3분기 매출(약 3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9월 유럽의 대표적인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그룹이 독일 내 공장 폐쇄 등 초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놨을 때도 중국산 전기차 공세를 이유로 꼽을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유독 전기차 시장에서 잘 나가는 이유로 공급망, 정부 지원, 저렴한 차량 가격을 꼽았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 개발 초창기부터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인재 교육 등에 유리했다"며 "인건비도 싸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판매하니 유럽과 개발도상국 시장에선 중국산을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7월 공개한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전망'을 보면 중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 대비 신에너지차 수출량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태국과 벨기에로 각각 92.3%와 80.6%였다. 필리핀, 스페인, 영국 역시 중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중 신에너지차가 각각 66.9%, 66.2%, 58.4%나 차지했다. 중국의 전기차 성장 요인으로 배터리 생산 공급망 확장을 짚은 전문가도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배터리 생산의 기본 광물인 리튬, 망간, 코발트 등은 중국산 비중이 높아 중국이 배터리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중국이 배터리 용량·수명·충전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를 대부분 생산해 전기차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자동차의 성장 질주는 멈추지 않을 기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차량에 대한 폭탄 관세 부과로 자국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려고 하고 있지만, 외려 전기차를 넘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시장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SDV와 자율주행은 이미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뛰어넘었다"며 중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 지원을 성장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2020년 2월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스마트 자동차 혁신 개발 전략'을 발표해 자율주행차 사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차량 자동화·통신망 기술 통합 등을 지원했다. 같은해 12월 중국 교통운송부도 '도로교통·자율주행 기술 발전 및 응용 촉진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하며 일부 지역에서의 로보택시 시범 운행 및 상용화 서비스 추진에 나섰다. 또 중국은 내년까지 제한구역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2035년까지 자율주행차량 대규모 양산을 달성할 계획도 세웠다. 이항구 원장은 중국의 자율주행 성장을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표현했다. 이 원장은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인데다 대부분의 기업이 국영기업이라 실패 가능성이 적고 실패해도 국가가 세금 환급 등의 방식을 통해 지원하기에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며 "기업의 수도 한국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으로 많아 생태계 경쟁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빠른 성장을 견제하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는 조언도 나온다. 조철 연구위원은 "중국산만큼은 아니라도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정부의 '투자 비용 지원'이 필수"라며 "전기차는 배터리 공급망 자체를 싸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2024-11-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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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2.0' 시대, 한국기업은 득일까 실일까
[이코노믹데일리]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당선을 확정하면서 '트럼프노믹스 2.0'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계획을 추진해 온 한국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트럼프행정부 1기 때 보여준 트럼프노믹스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재편될 경우 우리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거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꾸준히 강조해온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우리 기업의 기여도가 높은 만큼 중국 견제 정책 강화 등을 통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노믹스 2.0으로 따져보는 득실 한국무역협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곧바로 ‘2024 미국 선거와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미국 대선 이후 예상되는 통상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고율 관세 부과와 상호관세 부분을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모든 국가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국을 포함한 수출국들이 미국에 수출할 경우 추가 관세 부담이 발생할 거라는 얘기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때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함께 한국을 주요 무역적자국으로 꼽아 온 전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 자동차 등 한국의 수출 품목을 상대로 무역적자 축소를 요구하는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의 재편 가능성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 협정인 USMCA는 중국산 제품이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트럼프 1기 때 인 2018년 체결됐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USMCA를 강화하게 될 경우 멕시코에 생산 기반을 둔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강화된 규정 준수를 위해 공급망을 조정하거나 생산비용 증가를 감수할 수도 있다. 무역협회는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당 조치를 위해 한국 기업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자동차, 배터리 등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특히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 바이든행정부의 업적 축소를 도모할 수도 있다. 무역협회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함께 관세와 규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게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수출 기업인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녹색 사기'로 전락할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바이든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꾸준히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에 대해선 지난 8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세액 공제와 세제 혜택은 일반적으로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부각된 건 IRA 폐기 가능성이다. IRA는 친환경적 투자나 전기차 등에 대해 보조금을 제공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법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녹색 사기'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IRA 폐지 가능성은 높다. 법안 폐지를 위해선 연방의회 상·하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선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와 함께 상·하원까지 싹쓸이하며 2016년 이후 8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다. 일단 전기차 시장과 연관성이 높은 배터리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IRA를 염두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3사의 올해 시설 투자금 합계는 25조원에 이르는데, 이중 상당수가 미국 내 투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냥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다소 축소될 순 있지만, 중국 전기차나 배터리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우리나라 기업들 입장에선 역으로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IRA 수혜를 받고 있는 태양광 업계 역시 트럼프 당선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동안 에너지 정책으로 태양광의 대책점에 있는 화석연료를 지원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 왔다. 지난 22일 펜실베니아주 유세에서도 "취임 첫날 (석유를) 시추할 것"이라며 에너지 산업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후보가 재생에너지에 호의적이진 않기 때문에 미국 내 태양광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라며 "화두가 된 IRA의 경우에도 당장 없애긴 어렵겠지만, 재생에너지에 인센티브를 주는 투자세액공제(ITC)가 줄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다소 줄어들 순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에 우호적일 것 같은 정유업계에서도 장단점을 따져보고 있다. 단기적으론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론 정제마진이 낮아져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도입 가격을 뺀 차익을 말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석유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유가 하락 요인이 생길 것 같다"며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들 입장에선 설비 운전 비용을 낮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조 실장은 이어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트럼프 후보가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할 걸로 보이고 이에 따라 세계 무역량이 줄기 때문에, 결국 세계 경기나 석유 수요 측면에선 악영향이 될 수 있다"며 "석유 수요와 정제마진이 함께 개선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면 정유업계 입장에선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을 확장하는 자동차 업계도 계산이 복잡해 졌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일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9' 생산을 시작했다. 또 미국 남부지역 앨리배마 공장에서도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HMGMA를 통해 전기차 모델을 연간 30만대 이상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만드는 EV9은 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혜택 여부는 불확실해졌다. 이미 현대차는 대안 마련에도 나선 상황이다. 기존 전기차 생산 공장이던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 계획을 밝힌 점이 대표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재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 이에 맞춰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는 전략은 아주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번에 모든 정책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면서 조금씩 혜택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지지층·노동자의 반발을 생각하면 정책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한국 완성차 기업들은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진다면 오히려 동등하게 해외 기업들과 겨룰 수 있는 위치를 얻게 된다"며 "현재 현대차 등 기업들이 현지에 짓고 있는 공장도 트럼프가 관세 장벽을 세울 경우 현지 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정책전략실 윤자영 책임연구원도 "실질적으로 IRA 수혜를 입는 지역들이 트럼프 지지세가 우세한 지역들이 많다"며 "법률인 IRA를 폐지하려면 상하의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획기적으로 바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IRA의 세부적인 조항들은 대통령 권한으로 바꿀 수 있어 미국에 이미 투자를 결정한 기업에겐 전기차 보조금 축소 같은 간접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철강 산업 견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기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산업 보호를 하겠다며 철강 232조로 불리는 무역확장법을 통해 일부 국가의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철강이 타깃이었지만, 한국도 관세 부과 대신 물량할당제도(절대쿼터제) 적용을 받게 됐다.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수혜를 볼 기업도 있다. 정책 공약집 '어젠다47'에서 미국 전역에 10개 자유 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윤자영 책임연구원은 "공약의 하나로 신규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전력망 프로젝트가 있는데 여기에 더해 미국에 있는 전선·발전 분야들의 제품 교체 주기가 돌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설·기계 분야에서는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라질 수 없는 칩스 반도체업계는 고관세와 '칩스법' 개정 가능성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479억 달러(약 66조원)를 미국에 투자했다.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은 69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팟캐스트(온라인 방송)에서 칩스법을 두고 "수십, 수백억 달러의 보조금을 줄 필요 없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외국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안기형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고관세에 대해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상황에서 관세를 올리면 미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가겠지만, 지금은 미국이 우리나라 반도체를 사야만 하는 입장이라 관세를 올려서 얻게 되는 이익은 사실상 없다"며 "관세를 올려 수입 가격이 올라가면 결국 자국 기업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그런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사장을 역임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이 기존 제조기반이 구축돼 있어도, 속도적인 측면에서 반도체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강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변화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고 확대하는 것이 미국에 고용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이 국내 기업들에 제공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크게 삭감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당장 반도체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파악해 향후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고대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축하와 환영 그리고 우려 경제 단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제히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확고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미국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세계 경제의 지속 번영을 위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길 기대한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굳건한 안보 동맹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긴밀한 통상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금까지 굳건하게 유지돼 온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되길 기대한다"면서 "아울러 한미 양국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고 활발한 투자로 경제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미국의 고용창출과 산업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노력은 앞으로도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협력 관계가 지속 발전돼 양국 간 더 큰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토대 아래 경제협력도 확대⋅발전 시키길 바란다"면서 "양국 경제 관계의 핵심 축인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와 교역이 지속될 수 있도록 우호적인 투자 및 통상환경을 조성해주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경협은 미 상의와 함께 한미 양국 간 민간 경제협력 채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한경협은 "한국의 대표 대미 경제 창구로서 양국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5차 한미재계회의'를 시작으로 우리 경제계의 목소리를 미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무역협회는 ‘2024 미국 선거와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에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는 통상환경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력한 관세조치를 예고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은 대중국 견제와 자국중심주의 강화에 대해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달라진 의회 정치 지형을 고려해 통상입법 동향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분야별‧조치별 우리 무역과 투자에 미칠 실질적 영향을 분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 한국기업의 미국 투자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한국의 산업경쟁력과 한미 협력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향후 한국과 한국 기업의 전략적 가치를 미국에 알리는데 협회가 적극적으로 앞장서 나가겠다”고 전했다.
2024-11-07 07: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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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산업, 전라남도·한전과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 구축 업무 협약 맺어
[이코노믹데일리] 전라남도 해남군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1GW)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BS산업은 23일 전남도청에서 전라남도, 한국전력공사와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 전력인프라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식에는 김만겸 BS산업 대표, 박창환 전남 경제부지사, 서철수 한전 전력계통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BS산업과 전남, 한전은 이번 협약을 통해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154kV급 변전소와 송전선로 구축을 기존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협약 내용에 따라 한전은 154kV급 변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시행하고, 전남은 이에 대한 인허가 및 행정절차를 지원하기로 했다. BS산업은 변전소 부지 조성, 입주 기업 미유치 등으로 인해 한전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선투자 비용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마련됨에 따라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 유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월 솔라시도 기업도시는 산업부로부터 기회발전특구에 변전소 설치를 전제로 조건부 지정됐다. 이번 협약으로 조건 달성이 전망됨에 따라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BS산업은 전라남도, 해남군 등과 함께 솔라시도 기업도시에 국내 최대 규모(1GW)의 데이터센터 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165만㎡(약 50만평) 부지에 40MW급 데이터센터 최대 25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사업비 규모만 10조원에 달한다. BS산업은 풍부한 일조량 등 솔라시도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토대로 태양광, 풍력 등 대규모 친환경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인근 데이터센터와 산업벨트에 공급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BS산업 관계자는 “전력인프라 구축 협약 체결로 데이터센터 조성 및 입주기업 유치가 속도감 있게 추진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솔라시도에 데이터센터파크를 조기 조성하여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10-24 1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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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예산 쏟는 수소차 시대…택도 없는 생산능력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2030년 수소차 시대'를 공언하며 올해 수소버스 보조금 지급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1700여대 수소버스에 보조금을 신규 집행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수소버스 생산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만 높여 잡은 정부를 비판했고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수소버스와 달리 전기버스 보조금은 줄였다며 정부의 '특정 산업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기버스 수소버스 보조금 예산 배정 내역' 등의 자료를 14일 이코노믹데일리가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현재 정부 보조금이 지급된 수소버스는 737대에 불과했다. 올해 지급 목표로 잡은 1726대 중 42.7%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당초 목표를 달성하려면 9월부터 4개월 동안 수소버스 971대에 보조금을 집행해야 한다. 지난해 환경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 수소버스 보조금으로 4017억원을 책정해 저상 수소버스 908대, 고상 수소버스 818대 등에 지급하기로 했다. 같은 무공해차인 전기버스에 잡힌 정부 보조금 1400억원의 3배 가까운 규모다. 정부가 수소버스에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중교통의 탈탄소화가 필수기 때문이다. 수소차 확산에 필요한 충전소 설치도 승용차보다 버스가 유리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버스는 충전소를 차고지에만 설치하면 돼 충전 인프라 설치가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소버스로 올라온 건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저상버스 '일렉시티 FCEV'와 고상버스인 '유니버스 FCEV' 두 종류다. 일렉시티와 유니버스에 각각 2억1000만원, 2억6000만원의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다. 여기에 스택 교체 비용 1억1000만원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9000만원이 더해진다. 스택은 수소로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수소차 핵심 부품 중 하나로 5년마다 바꿔야 한다. 버스의 최장 운행 기간이 11년인 만큼 한 번은 스택을 교체해야 한다. 수소버스 한 대당 최대 4억~4억5000만원을 보조하는 셈이다. 정부의 수소버스 지원 계획을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비판이 내놓고 있다. 일단 저조한 보급률의 이유로 생산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계획을 꼽았다. 환경부는 2021년 수소 저상버스 38대에 보조금을 지급했고 2022년엔 143대에 보조금을 줬다. 지난해엔 고상 수소버스에도 보조금을 집행했다. 저상버스 311대, 고상버스 97대 등 총 408대에 보조금이 지급됐다. 그러다 올해 네 배가 넘는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업계는 실패를 예견했다. 보조금을 주고 싶어도 줄 차량이 없어서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생산 능력도 없는 수소버스 사업에 4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수소버스 500여대를 생산한 현대차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4월 전주공장 버스 1공장에 수소버스 설비를 증설해 연간 생산능력을 올해 3000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수소버스 확대 계획이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인천광역시의 광역버스 노선업무 담당자와 운수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소버스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업무 설명회'를 열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한 산업에 이렇게 많은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기버스는 수소버스 보조금보다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데다 매년 보조금 지급 대상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보조금 예산을 줄이고 있다. 지난 2월엔 전기차 배터리 중 LFP(리튬인산철)를 장착한 차량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정기업 밀어주기라는 의혹도 나왔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엔 현대차에서 생산하는 단 두 개의 수소버스 모델만 보조금을 주고 있다. 현대 일렉시티 FCEV는 세금을 제외한 가격이 6억3000만원이다. 이와 달리 전기버스는 국산의 경우 현대차를 포함한 5개 업체, 26개 모델이고 수입산(중국산)은 10개 기업, 31개 모델이다. 올 8월 현재 전기버스는 1736대에 보조금이 지급됐고 그중 국내산이 1080대, 수입산이 656대다. 해외 전기차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하는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수소차를 지원하는 건 국내 제조업체라는 점을 감안해도 현대차 밀어주기"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수소버스 사업을 현대차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선 다양한 국적, 제조업체의 수소버스를 도입했다. 유럽에선 독일의 에보버스, 프랑스의 사보라, 영국의 알렉산더 데니스 등 10여개 제조업체에서 제작한 수소버스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도 벨기에의 반훌, 캐나다의 뉴 플라이어가 시장에 진입했다. 일본도 도요타와 혼다가 수소버스 생산에 나섰다. 김주영 의원은 "국내 수소차 생산 능력은 책정된 예산에 비해 부족하다"며 "수소차 시대가 오려면 수소버스 생산능력 향상과 인프라 마련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4-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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