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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장대 2탄…중국 '기간산업'도 앞서간다
한 석유화학 공장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집자주> 값싼 공산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과 함께 방향을 틀었다. 생산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항해시대 이전 동서 교역 루트이던 '실크로드'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테크로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기세 좋게 테크로드를 확장하는 중국의 공습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이코노믹데일리] 경제활동의 토대가 되는 한국의 기간산업이 중국발 공습에 무너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중국산 공급 과잉에 따른 양적 측면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밀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3일 "중국발 공급 과잉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의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석화) 산업 현황 및 3대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중국발 공급과잉 심화’를 3대 리스크 중 하나로 꼽았다.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대규모 석화 설비가 증설되면서 중국산 석화 제품에 대한 자급률이 높아지고 그 결과 공급과잉이 심화·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의 자급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화업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 SKC는 폴리에스테르 필름 사업부를 매각했고 LG화학은 지난해 8월 충남 대산에 있는 스티렌모노머 공장을 철거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인 LUSR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저부가가치 최종재에 한정돼 있던 중국산 석화 제품이 고부가가치 중간원료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국내 석화업계엔 이차전지·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신규 사업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철강업계도 다르지 않다. 수출 물량이 늘어난 중국산 저가 철강이 한국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최근엔 품질 좋은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특히 후판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호황의 영향으로 후판 수입량은 지난해 199만t으로 2016년(216만t) 이후 처음으로 200만t에 육박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와 차량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고품질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철강이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까지 향상돼 국산 제품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최근 수입 추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 상반기 한국이 수입한 철강 물량은 830만t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고 그중에서도 조선업 수요가 늘면서 후판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21.9% 증가한 120만t을 기록했다. 수입 후판의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으로 늘었고 이 중 중국산 비중이 60%에 달했다. 중국산 철강공세는 조선업에도 영향을 줬다. 이미 조선업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시장 판세가 뒤집힌 대표적 업종이다. 수익성 낮은 벌크선·컨테이너선·유조선 수주량은 중국이 한국을 뛰어 넘은지 오래됐고 가격 경쟁력에 밀린 한국은 이 부문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선박 가격은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지원으로 한국보다 10~20% 저렴한데, 최근 후판 가격까지 떨어져 가격이 더 떨어졌다”며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으로 인해 국내 후판 시장 플레이어인 철강사와 조선사 양쪽 다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선박인 친환경 선박까지 중국이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조선업 종합 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조달과 연구개발·설계 부문에서는 중국을 앞선 반면, 수요와 애프터마켓·서비스와 생산 부문에서 크게 뒤쳐졌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에 뒤처진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 경쟁력과 새로운 한국형 해양 전략 방향’ 보고서에서 중국 조선업이 양적 경쟁력 뿐 아니라 질적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가스운반선 수주 비중은 최근 10~20%까지 끌어올렸다. 중국 정부가 청정 연료 생산을 위한 계획을 구체화한 데다 청정 수소 생산까지 적극 지원하면서 향후 국제 해운 탈탄소를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투자 세계 1위 국가인 중국은 압도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능력을 갖추게 되는 건 물론 청정연료의 핵심 소재인 수소를 생산하는 역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해운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4-11-14 07:00:00
중국에 흔들리는 철강업계…"정부 지원 절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2020년부터 중국산 저가 철강이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며 유럽연합(EU)과 중남미 주요국들이 자국 철강 산업 보호에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중국산 저가 후판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철강사들이 극심한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다. 국내 철강사들이 지난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덤핑 제소를 한 뒤에야 정부가 뒤늦게 조사에 나서면서 늑장 대응이란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후판은 선박을 만들 때 사용하는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달 발간한 ‘월간 철강보’에서 올 상반기 한국이 수입한 철강 물량은 830만t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조선업 수요가 늘면서 후판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21.9% 증가한 120만t이었다. 수입 후판의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으로 늘었고 이 중 중국산 비중이 60%에 달했다. 그 동안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이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것과 관련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난 6월에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민간철강회의’에서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이 급증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고충을 전달했다. 4월에 열린 ‘제21차 한-일 민관철강회의’에서도 포스코는 “2023년 중국의 수출량은 약 9000만t 수준이며 한국으로 향하는 수출은 10%”라며 “한·일 양국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철강업계가 직접 나서 위기를 말하는 데는 중국의 철강 수출 물량이 올해 더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중국의 수출 증가는 한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철강량 증가로 이어지는 게 업계 공식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자문업체 마이스틸이 올해 중국 철강 수출량이 1억~1억100만t가량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해 수출량 9026만t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다. 중국산 철강재 수출은 2015년 1억1240만t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2016년에도 1억t을 넘겼다. 업계 공식을 따르듯 당시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수입 역시 급증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1373만t, 1426만t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웬만한 국가들은 중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중 관계로 정부가 고민하는 단계”라며 “어렵다는 얘기는 꾸준히 나왔는데 정부가 절차에 들어간 지는 얼마 안됐다”고 말했다.
2024-09-10 07:00:00
철강업계, 일제히 2분기 실적 악화…하반기도 '감산' 행보
[이코노믹데일리] 올해 2분기 철강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하반기에도 업황 개선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불황에 대비해 철강사들은 감산 조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원배 현대제철 부사장은 지난 25일 ‘2024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이 부동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철강 수요는 둔화되는 상황”이라며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존재해서 전반적인 상황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현대제철은 올 2분기 영업이익 98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4651억원)보다 78.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6.5%에서 0.9%로 급감했다. 현대제철은 건설 시황 둔화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시장 유입으로 제품 판매량이 떨어진 걸 이유로 꼽았다. 제품 판매량은 올 2분기 439만4000t으로 전년 동기(489만7000t) 대비 10% 넘게 떨어졌다. 현대제철 뿐 아니라 다른 국내 철강사들의 2분기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포스콜홀딩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7520억원)이 지난해(1조3260억원) 대비 43% 줄어든 가운데 철강 부문을 담당하는 포스코 역시 영업이익 41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8410억원) 동기보다 50.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2%에서 4.5%로 줄었다. 포스코홀딩스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 사업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도 끌어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동국제강도 영업이익 4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639억원) 대비 75.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2.9%에서 4.3%로 줄었다. 건설 경기 악화에도 계절적 요인으로 1분기 대비 2분기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조선업 호황에도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 영향으로 후판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 실적 악화는 철강 생산량 감소로 드러났다. 한국철강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조강생산량 2638만7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축소됐다. 특히 지난 4·5월 조강생산량이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전기로 조강생산량은 전년 대비 12.9% 감소한 가운데 지난 4·5월 각각 18.7%, 21.9%로 대폭 감소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천문학적 비용 문제로 불이 꺼지면 안 되는 고로와 달리 전기로는 휴·가동이 비교적 자유롭다”며 “전기로 운영 회사의 경우 철강 시황 침체기에 비교적 유동적으로 운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현재 진행 중인 철근 생산량 감산 정책 기조를 하반기에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한동안 철근 유통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한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며 “국내 제강사들이 도저히 제품 생산 및 판매를 할 수 없는 가격 수준으로까지 하락했다”고 전했다.
2024-07-29 16:50:40
일본제철, '레거시 타파'로 도약…국내 철강업계 '긴장'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철강업계가 시황 악화로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제철은 승승장구 하고 있다. 최근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라는 강수를 두며 북미 시장 진출까지 본격화 하자 국내 철강업계는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시장에선 일본제철의 행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달 20일 발간한 ‘월간 철강보 5월호’에서 올해 4월 일본제철의 하시모토 에이지 사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도 최고경영자(CEO)로 남은 점에 주목했다. 이전까지 일본제철은 임기가 끝난 사장이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신임 사장이 CEO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하시모토 신임 회장의 CEO 유임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일본제철의 부활을 이끈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2019년 하시모토 당시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영업이익을 적자에서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조정의 골자는 ‘레거시 제거’였다. 하시모토 사장은 노후화된 국내 설비의 비효율, 일본 철강업계의 가격 결정 방식 등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들을 끊어내지 않으면 일본제철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전임 사장들은 손 대지 않던 낡은 시스템들을 과감하게 도려내기 시작했다. 우선 5000만t 수준의 조강 능력을 4000만t으로 축소했다. 이를 위해 고로 설비 4기를 폐쇄하면서 일본 철강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나아가 구조적으로 반복된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면서 저가 수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고수익 제품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한편에서는 해외의 신규 시장을 공략했다. 2019년 세계 2위 유럽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인도 현지 고로 업체를, 2022년에는 단독으로 태국의 전기로 업체 두 곳을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의 US스틸을 2조엔(약2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일본제철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0.6%에서 2021년 9.9%, 2022년 9%, 2023년 7.6%로 개선됐다. 2021년 16.7%에 달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2022년 5.4%, 2023년 5.3%로 악화일로를 걸은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도 2021년10.7%에서 2022년 6.3%, 2023년 3.1%로 떨어졌다. 국내 철강업계가 일본제철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진우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 철강업계도 제거해야 할 레거시는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며 “최근 철강사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제철의 전략적 행보를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4-06-20 17: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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