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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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임대료 갈등, 면세산업 지속 가능성 시험대로
[이코노믹데일리]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은 액수의 문제가 아닌, 이 산업을 지탱해온 계약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다. 호황기에는 과열 경쟁으로 임대료가 치솟고 불황이 닥치면 한쪽이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는 구조다. 관광객 수요가 흔들리고 소비 패턴까지 달라진 지금, 쟁점은 단순한 감액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위험을 분담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최근 법원은 신라면세점 임대료 25% 감액을 강제 조정했지만 인천공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세계면세점도 같은 사안을 두고 법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나 인천공항의 입장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면세점들이 과열 경쟁 속에 무리한 금액을 써낸 책임은 분명하다. 인천공항 면세 구역 입찰 당시 사업자들은 최저수용금액 대비 훨씬 높은 투찰가를 제시했고, 이 구조가 지금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이 줄고 개별 여행객 위주로 수요가 바뀐 현실에서 이용률과 객단가는 과거만 못하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자업자득’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공항도 사정이 있다. 면세점 임대료는 비(非)항공 수익의 핵심 축이다. 대폭 감면을 수용하면 재무 구조가 흔들리고, 그 부담은 항공사 이용료나 서비스 축소로 돌아갈 수 있다. 다른 임차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갈등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정 임대료 체계는 불황을 거의 흡수하지 못한다. 해외 주요 공항이 매출 연동형 모델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기 감면으로 시간을 버는 게 아니라 애초에 위기를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본질적 과제다. 해결책은 어느 한쪽의 양보로 끝날 수 없다. 임대료를 매출에 연동시키되 상·하한선을 두고, 경기 상황에 따라 자동 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계약 주기 중간에도 재협상 절차를 열어 분쟁을 제도적으로 풀어가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감면이 ‘특혜’가 아니라 합의된 규칙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업계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명품·주류·담배에 매출이 쏠린 구조로는 회복이 어렵다. K-브랜드, 뷰티, 식품 같은 카테고리로 넓히고 온라인 예약과 옴니채널 판매를 강화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과 편의성의 이점이 사라진 면세점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직구와 해외 현지 매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면세점 매출 회복은 결국 입국자 수에 달려 있다. 중국·동남아 단체 관광객 유치 확대, 환승 관광 프로그램 활성화 같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업계 회복은 요원하다. 면세산업을 관광 생태계와 연결해 관리할 때만 장기적 지속성이 확보될 것이다. 이번 갈등은 특정 기업과 공항 간의 법정 싸움을 넘어 면세산업 구조 전반의 시험대가 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용 완화가 아니라 구조 개편, 즉 예측 가능한 규칙과 유연한 위험분담 설계다. 갈등이 지속되면 면세점은 철수하고 공항은 공실이 늘어나는 ‘동반 침몰’로 이어질 수 있다. 서로의 계산만 앞서는 것이 아닌, 상대의 생존을 전제로 움직여야 산업 전체가 버틸 힘을 얻을 것이다.
2025-09-11 16: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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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이 보낸 SOS…'선언적 구호'냐 '정책 실행'이냐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제조업 심장에 '전력·인력·규제'라는 세 개의 족쇄가 채워졌다. 지난 3일 경기 안산에서 울려 퍼진 제조업 현장의 목소리는 지원 요구가 아니라 생존을 향한 절규에 가까웠다. 이날 안산 새솔다이아몬드공업에서 열린 'K-제조업 기업현장 간담회'는 정부와 산업계가 마주 앉아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확인한 자리였다. 기업들은 '전력·인력·규제'라는 삼중고를 토로했다. 인공지능(AI) 서버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전기 없이는 멈춰 서게 된다. 이미 조선소는 숙련공이 빠져나가며 수주 호황에도 발이 묶였다. 탄소중립 규제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지만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이날 산업계가 외친 SOS가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다. 수치는 현장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5년간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약 48% 늘어났다. 산업계가 AI 시대란 전기 없이 생존이 불가하다고 외치는 실정이나 수도권은 여전히 공급 여력이 부족하다. 조선업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LNG 운반선 수주에서 금액 기준 약 5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지켰으나 조선업 생산직에서 20·30대 인력 비중은 2015년 49.9%에서 2021년 34.1%로 급감했다. 세계 최강의 조선 기술력이 인력난이란 구조적 병목에 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 부담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특히 배터리·철강 기업들이 원재료 수입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철강 업계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시행에 따라 2026년 약 851억원, 2034년에는 55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고율 관세도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더해 법인세는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5.4% 비중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5%)의 1.5배, 주요 7개국(G7) 평균(2.4%) 2배에 달해 기업 부담이 높다. R&D와 고용에 써야 할 자원이 규제 대응과 세금으로 빠져나가면서 제조업 경영 환경은 갈수록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날 정부도 전력망 확충, 인재 양성, 규제 합리화에 더해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스타트업, 미래 도전 기업, 으뜸 기업, '슈퍼 을'로 이어지는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R&D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이다. 역대 정부는 비슷한 약속을 반복했지만 현장 체감은 더딘 경우가 많았다.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손에 꼽힌다. 전력난과 인력난, 규제 부담은 구호나 선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송전선 한 줄, 숙련공 수십 명, 규제 한 조항의 완화가 더 절실하다. 산업계가 기대와 회의를 동시에 내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투자와 제도 개선 그리고 현장에 닿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더 이상 구호에 머물 수 없다.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이름에 걸맞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산업계의 절박한 요구와 맞닿아 구체적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기업의 절박한 요구와 정부의 지원 의지가 맞물려야 비로소 제조업 부흥은 현실이 된다. 이번 간담회가 선언적 구호의 되풀이로 끝날지, 정책 실행의 분기점이 될지는 결국 정부가 보여줄 속도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2025-09-06 21: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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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익·저성장' 손질 나선 LG생활건강, 해태htb 매각 검토 속도낼까
[이코노믹데일리] LG생활건강이 ‘코코팜·썬키스트’ 등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 해태htb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최근 수년간 음료 소비 패턴 변화와 원가 부담 확대 등으로 실적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사업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이 올해 2분기 적자전환하면서 신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해졌다. LG생활건강이 M&A(인수합병)로 성장을 이뤄낸 만큼 재원 마련을 통해 뷰티 재건을 위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해태htb 매각을 포함한 음료 사업 부문 등의 전반적인 사업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음료 사업 부문은 해태htb와 코카콜라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다만 알짜로 꼽히는 코카콜라음료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태htb의 거래 규모는 약 2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태htb는 LG생활건강이 지난 2010년 지분 100%를 인수한 회사로, 썬키스트·코코팜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한때 효자 자회사로 불렸으나 지난해 매출 4140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원재료와 포장재 가격 부담, 주스·과채음료 시장 성장 둔화 등 구조적 한계가 맞물렸다는 평가다. 지난해 원재료 매입액 1468억4300만원 중 음료 사업에 사용된 금액은 673억3900만원으로, 이는 전체의 45.9%에 해당한다. 주력 부문인 화장품(29.6%), 생활용품(24.6%) 보다 부담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의 실적도 좋지 못한 상태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3조3027억원, 영업이익 19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36.3% 감소했다. 2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6049억원, 548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을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특히 화장품 사업부의 2분기 영업손실은 16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부의 분기 적자는 2004년 4분기 이후 82분기, 약 20년6개월 만이다. LG생활건강은 주력 사업인 화장품 사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사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실적 부진 등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최근 K-뷰티 호황 속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3년 인디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 지분 75%를 425억원에 사들였다. 힌스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뷰티 브랜드다. 비바웨이브는 지난해 매출 452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64%, 600%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 미래 성장을 위해 LG전자가 운영해온 미용기기 브랜드 ‘LG 프라엘’의 자산을 인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생활건강이 비핵심·저수익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프리미엄 화장품 강화 및 브랜드 인수, 글로벌 채널 확대 등 본업 경쟁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해태htb 등 음료 자회사 관련해 사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2025-08-29 18: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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