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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반기 한은서 91조원 차입... 재정 운용 투명성 우려 증폭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올해 상반기 한국은행으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91조 6천억원을 일시 차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로,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경제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7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정부의 한은 일시 대출 미상환 잔액은 19조 9천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동안 정부는 총 91조 6천억원을 빌리고 71조 7천억원을 상환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상반기(73조 3천억원)와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 상반기(87조 2천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올해 상반기 누적 대출 규모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한은 일시 대출 급증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지목된다. 첫째, 법인세를 비롯한 세금 수입이 예상보다 저조한 점이다. 둘째, 정부의 '신속 집행' 방침에 따라 상반기 재정 지출이 집중된 점이다. 정부는 세입과 세출 간 시차로 인한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은의 '마이너스 통장'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발생한 이자액은 1,291억원(1분기 638억원, 2분기 653억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비용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빈번한 일시 차입이 통화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차입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만큼 인플레이션의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고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제도개선을 통해 빈번한 일시차입을 제한하는 한편, 정부는 감세 정책을 중단하고 세원을 확충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올해 초 정부의 일시 차입 관행 개선을 위해 조건을 강화했다. 정부에 일시차입금 평균 잔액을 재정증권 평균 잔액 이하로 관리할 것을 요구했고, 한은과의 정기적인 사전 협의도 주문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한은 대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정부의 일시 차입 증가는 재정 운용의 투명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재정증권 발행과 달리 한은 일시 차입은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아 국회와 국민이 정부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과 경제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정부의 일시 대출 한도는 올해 최대 50조원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을 합한 금액이다. 상환 기한은 계정별로 다르며, 통합계정의 경우 내년 1월 20일까지다. 정부 관계자는 "세입과 세출의 시기적 불일치로 인한 일시적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도, "향후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재정 운용 방식과 한국은행과의 관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 확보와 통화정책의 독립성 유지, 그리고 경제 안정성 확보를 위한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024-07-07 15:4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