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의 ‘전설’로 불리는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한 한국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힌다. 1998년의 기억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당시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에서 워터해저드에 맨발로 들어가 샷을 날리는 투혼의 장면은 외환 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1988년 스탠더드레지스터 클래식에서 고(故) 구옥희 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장이 한국인 최초로 LPGA 투어 정상을 밟으며 미국 무대를 열었고, 선구자 역할을 맡은 박세리 이후 한국 여자골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꼬박 30년 만에 ‘세리 키즈’가 성장해 LPGA 투어 한국계 선수 통산 200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재미교포 애니 박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스탁턴 시뷰 호텔 앤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아 8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6언더파 197타를 적어낸 애니 박은 요코미네 사쿠라(일본)를 1타 차로 제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감격적인 생애 첫 우승과 함께 상금 26만2500달러(약 2억8000만원)를 받은 애니 박은 또 다른 값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애니 박의 우승으로 한국 국적 또는 한국계 선수들이 LPGA 투어 통산 200승을 합작하는 기념비를 세웠다. 1988년 3월 첫 승 이후 23년 7개월 만에 100승을 기록했지만, 200승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코리안 시스터스’는 2011년 10월 최나연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통산 100승의 위업을 달성한 이후 6년 8개월 만에 다시 100승을 채웠다.
LPGA 투어 통산 200승에 오르기까지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역시 박세리다. 1998년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US여자오픈을 거쳐 마지막 우승인 2010년 벨 마이크로 클래식까지 개인 통산 25승(메이저 5승)을 수확했다. 아직 깨지지 않은 한국인 LPGA 투어 최다승 기록이다.
김미현과 최나연이 8승씩, 박지은과 한희원이 6승씩 힘을 보탠 뒤 ‘골프 여제’ 박인비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인비는 메이저 7승을 포함해 19승을 거뒀다. 박인비는 첫 100승까지는 1승에 그쳤지만, 이후 18승을 올리며 탄력을 붙였다.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신지애도 11승을 얹었다.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 박인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승수를 쌓았다. 김인경이 7승, 김세영도 6승을 더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도 통산 15승으로 한국계 선수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냈고, 재미교포 미셸 위도 5승을 보탰다.
한국 국적 선수의 우승만 따지면 통산 167승을 기록 중이다. 2015년과 2017년에는 각각 한 시즌 한국인 최다 우승인 15승을 수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