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사회변혁노동자당・한국진보연대가 모인 ‘민중공동행동’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대 재벌 그룹 사내유보금이 950조원에 육박한다며 환수를 주장했다.
이들은 2018년 말 재무제표 분석을 근거로 30대 그룹(비상장 포함)의 사내유보금이 949조5231억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66조6180억원(7.5%) 늘어난 수치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291조235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 136조3148억원, SK 119조389억원, LG 58조4523억원, 롯데 60조5271억원 순이었다.
이날 민중공동행동은 사내유보금이 기업의 매출에서 각종 비용과 배당을 지출하고 남은 이익금을 동산·부동산 형태로 쌓아둔 돈으로 그 이면에는 저임금·장시간·비정규 노동체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내유보금이 ▲재벌이 축적한 이윤이고 ▲토지와 설비 등 유형자산보다 타기업 지배를 위한 투자자산 비중이 높으므로 이미 투자에 쓰였다는 기업의 주장은 거짓말이며 ▲GDP 증가율보다 3배가량 높은데다 ▲배당금이 막대하고 ▲계열사 지분 늘리기 등 총수일가 경영권 확보에 쓰이므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중공동행동 측은 "2018년 가계부채는 1500조원을 돌파하며 2008년 약 720조원에서 2배가량 증가했다"며 "국내 기업의 연간 배당금 규모는 2014년 16조5000억원에서 2018년 31조8000억원으로 불어나 총수일족의 배를 더욱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9조6000억원을 배당해 이건희 회장이 4747억원, 이재용 부회장은 1399억원을 챙겼다. 지난 3월 2700억원을 배당한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주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836억원을 가져갔다. 고액 배당의 배경에 경영승계 재원 마련 목적이 있다는 의미다.
또한 “201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인데 같은해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 증가율은 8%에 달한다”며 “1998년 총국민소득에서 가계소득 비중은 72.8%였으나 2018년 61.3%로 줄어든 반면 기업소득 비중은 13.9%에서 24.5%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가 노동자 착취와 국민수탈로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번 돈의 합계 중 배당하지 않고 남은 돈을 산술적으로 보는 개념인데 투자와 자산매입에 쓰이므로 쌓아둔 돈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당금에 대해 윤 교수는 “주주들이 이사회를 통해 고액배당하므로 특정 주주만 챙기지 않는다”며 “국민연금도 삼성전자 주주인데 그들에게 고액배당이라고 지적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주주의 자본 투입으로 영리를 추구하고 배당과 투자로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 기업의 특성을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대기업 주주인 국민연금도 고배당을 요구한다”며 “우리나라 배당액이 지나치게 낮아 투자 매력이 없으니 높이라고 요구한다”고 거들었다.
이어 “인수합병과 계열사 지분 늘리기가 오로지 총수의 이익에만 복무하고 다른 모든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면 문제”라며 “사내유보금이 소액주주를 포함해 사회에 손해를 주는 식으로 쓰였다면 이를 막지 못한 주주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전부 경제성장률만큼의 여력만 가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윤창현 교수도 “GDP에 대한 기업 공헌도와 일자리 만들기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