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코스닥 제약 업종 시총은 2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1000억원(12.3%) 줄었다. 코스닥시장 업종 중 시총 감소 규모가 제일 컸다.
제약 업종 소속 상장종목은 지난해 말 83개에서 올해 6월 말 86개로 3개 늘었지만 시총은 오히려 감소했다.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시총규모가 가장 큰 메디톡스로 7000억원 감소했다. 셀트리온제약은 6000억원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말 시총 2조6000억원을 기록했던 코오롱티슈진은 5월 29일 '인보사' 사태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이미 5천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코스닥 시총 1위 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신라젠·헬릭스미스, 에이치엘비는 제약업종에 포함돼 있지 않다. 시장에서 사실상 제약·바이오주로 인식되는 종목들까지 고려하면 제약 관련 시총 감소 규모는 훨씬 더 큰 것이다.
거래소의 업종 분류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통', 신라젠·헬릭스미스는 '기타서비스', 에이치엘비는 '운송장비·부품' 업종에 각각 소속돼 있다.당장 올해 상반기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총은 2조5000억원 줄었고 신라젠(-1조6000억원), 헬릭스미스(-1조4000억원), 에이치엘비(-1조7000억원) 등도 1조원 이상 감소했다. 이들 4개사의 시총 감소분만 7조2000억원에 이른다.
헬스케어펀드 역시 최근 3개월간 9%가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헬스케어펀드 24개의 성과를 집계한 결과 최근 3개월 수익률이 평균 -9.15%였다.레버리지 펀드(-17.88%)를 제외하면 테마 펀드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5.50%로 더욱 부진했다.
상품별로 최근 3개월 간 수익률을 보면 '미래에셋타이거헬스케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19.41%로 가장 저조했다.이어 '삼성코덱스헬스케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19.39%),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1'(-19.21%), 'KBKB스타 헬스케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19.18%),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P'(-19.10%) 등도 손실률이 20%에 육박했다.
다만 해외 주식 비중이 높은 블랙록월드헬스사이언스펀드(2.24%), 미래에셋연금글로벌헬스케어펀드(2.20%), 미래에셋글로벌헬스케어펀드(2.20%), 프랭클린미국바이오헬스케어펀드(2.11%) 등은 수익을 냈다.
제약·바이오주, 헬스케어펀드 등의 부진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이어 올해도 악재가 잇따라 터졌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애초의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지난 3월 공개되며 제품의 유통·판매가 중단됐고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현재 코오롱티슈진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는 처지다.
또 에이치엘비는 신약 '리보세라닙' 임상 과정에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식이 지난달 27일 전해졌다.
당분간 제약·바이오주는 코스닥의 주도주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인보사 사태 등을 거치며 임상실험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객관적 데이터와 최종 결과물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는 신중한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1일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원이 넘는 규모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공시했지만 제약·바이오주의 동반 주가 급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매우 냉혹하고 차가워졌다"며 "글로벌 신약개발 같은 경우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비전 있는 임상 데이터나 대규모 계약금이 포함된 라이선스 계약 체결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