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야 할 중도상환수수료가 많지 않다면 중장기적으로 신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이자 부담이 덜할 수 있다. 다만 변동금리를 선택할 것인지 고정금리를 선택할 것인지는 별도의 문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16일부터 신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로 대환대출할 경우 현재의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 대출이 시행됐을 당시 적용받았던 규제가 유지되는 것이다.
단, 기존 대출 잔액 범위에서 대환대출을 했을 경우에만 해당한다. 대출 잔액이 담보의 추정가액보다 낮아야 하고 기존 대출에 특약이 있다면 특약을 이행해야 한다.
본래 대출을 받았던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할 때에는 타행 대출에 대해서도 대출규제를 적용할지 말지 은행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른 은행의 고(高) LTV 대출이 넘어오는 것을 꺼려 타행 대출에 대해서 대출규제를 적용하는 곳이 있다.
기존 대출을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은 형식적으로 기존 대출 잔액을 상환하고 새 대출을 받는 것이어서 원래 신규대출로 간주된다. 새로운 대출이므로 대출 시점에 시행 중인 LTV, DTI, DSR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은행들이 이번에 기존 대출 잔액 내에서 대환대출을 할 경우 대출규제를 예외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신 잔액 기준 코픽스의 도입 취지가 반감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코픽스는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기준금리다. 은행이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조달한 8개 금융상품의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기준과 잔액 기준 두 종류가 있는데, 금융당국이 이중 잔액 기준 코픽스를 산출할 때 각종 저축성 예금과 정부·한국은행 차입금 등을 포함하게 했다.
15일 발표되는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산출 기준 변경으로 기존보다 금리가 0.25∼0.30%포인트 낮아진다. 신 잔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하는 대출상품의 금리도 그만큼 내려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부동산 대출규제가 갈수록 강화돼 이런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2017년 8·2 대책 시행 이전 서울에 6억 원짜리 집을 사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LTV 60%가 적용돼 3억6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이번에 이자 부담을 줄이려고 신 잔액 기준 코픽스로 갈아타기를 할 경우 원칙적으로 현재 시행 중인 LTV 40%가 적용돼 대출한도가 2억4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집값이 6억원으로 변동이 없다는 전제하에서다.
그동안 원금을 갚아 대출 잔액이 2억4000만원 이하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출 잔액과 새로운 대출 한도(2억4000만원) 차액을 한 번에 갚아야 대환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자 부담을 덜어주려고 한 제도 변경 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변동금리로 갈아탈 수요도 줄고 있다.
신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로 대환할 때 대출규제 리스크는 이번에 없어졌으나 중도상환수수료는 고민해볼 사안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는 최대 1.2%다. 통상 대출 시행일로부터 3년까지 수수료가 붙는다.
대출받은 지 3년이 넘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는다면 갈아타기가 더욱 유리하다. 3년 이내라도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이 낮다면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납부 절감액이 중도상환수수료보다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