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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한국조선해양, 해외서 받는 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 순항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19-07-23 16:54:58

독과점 우려 로 M&A 시 매출 발생 국가서도 심사

최대 난관 일본…WTO제소, ‘정부 주도’ 꼬리표 우려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기업결합심사 신고서를 국내에 이어 중국 당국에도 제출했다.

조선업뿐만 아니라 기업간 인수합병(M&A)이 발생하면 독과점 우려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국가뿐 아니라 매출이 발생하는 관련 국가에서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과정이다. 향후 여타 주요국 심사도 남아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국을 포함한 총 5개 심사대상국(유럽연합(EU), 일본, 카자흐스탄 등)을 확정했다. 향후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국가 중 한 곳이라도 승인을 하지 않으면 인수는 무산된다.

각국의 법과 절차를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낮아 보인다. 우리나라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이 최대 난관으로 지목된다. 승인 거절에 대한 명분이 뚜렷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조선업 지원을 두고 WTO에 제소한 점은 우려스럽다. 한국조선해양이 심사국 간 공조 활용, 독과점 우려 해소 입증 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기다.

해외 국가 중 중국을 첫 번째 심사국으로 꼽은 이유는 중국 내 1·2위 조선소(중국선박공업, 중국선박중공업)의 합병이다. 현대중공업 기업결합심사에도 긍정적 평가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심사대상국들은 공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장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 먼저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으로 옮겨간 시선···WTO 제소 재조명

기업결합심사의 최대 난관은 EU가 될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하는 주요 선주사들이 EU에 집중돼 있는 탓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독과점에 따른 가격인상 리스크가 주요 심사 기준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카자흐스탄은 LNG부문 주요 발주처다. EU와 마찬가지로 심사 결과가 집중되는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일본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경제보복을 강행하면서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결정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정부 주도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억지 주장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조선업 공적자금 투입 관련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정부 지원으로 한국 조선사가 저가로 선박을 수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주장이다. 당시 시장 가격 왜곡을 논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기술력=수주격차’, 주력 선종 달라···승인거절 명분 명확치 않아

우리나라와 일본 조선사간 주력 선종이 달라 일본 정부가 승인을 거절할 명백한 이유가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심사 기준으로 보면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수주경쟁을 펼치는 입장으로 자국산업 보호가 목적이다. EU, 카자흐스탄 등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독과점에 따른 가격 인상여부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해양플랜트와 LNG선 비중이 높다. 중국과 일본은 벌크선을 주력(최근 감소 중)으로 한다. 비중을 늘리는 분야로는 중국이 해양플랜트, 컨테이너선 등이며 일본은 탱커선, LNG선이다.

일본과 충돌하는 부문은 바로 LNG선이다. 그러나 일본 선사들은 설계기술인력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 조선조에 LNG선을 발주하고 있다. 전세계 LNG선 수준잔량의 89%가 국내 조선 3사라는 점에서 독과점, 가격부담 이슈는 제한적이다.

기술력 차에 힘입어 VL탱커 수주량도 국내 선사들이 압도적이다. 특히 이 분야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경쟁하면서 질(質)을 높였다. 이외에는 한국과 일본이 경쟁하고 있지만 대부분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 세계 선박발주가 하락하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 수주실적은 견조한 모습이다. 연비경쟁과 선박 기술사양이 진화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투자와 설계인력 부족으로 수주가 부진한 것일 뿐 국내 조선사들을 탓할 이유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벌크선 등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는 마진이 적기 때문”이라며 “인건비 등에서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기술력 향상을 통한 고부가가치 선에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기술력차로 수주잔고 차를 벌린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승인을 거절할 명분은 명확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U와 카자흐스탄 등은 합병에 따른 경쟁제한의 폐해보다 효율성이 높아진다면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EU는 경쟁제한 완화 관련 방안을 거래당사자가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U는 세계 2위 철도차량 제조업체 독일 지멘스와 3위 프랑스 알스톰 철도사업 합병을 불허했다. 철도운임 상승 우려를 거래당사자들이 불식시키지 못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얼마나 높은 설득력을 갖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평사 관계자는 “해외 기업결합심사 사례를 보면 당사자 입증 여부가 중요하다”며 “논리적으로 준비가 됐다면 심사대상국들이 공조를 하는 만큼 충분한 조사를 통해 ‘순서’를 잘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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