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은 전통 건축물의 아름다움이 물씬 풍긴다. 어디 외관뿐이랴. 선인들의 덕망과 학풍이 오롯이 배어든 곳이 바로 서원이다.
조선 시대 향촌 선비들의 멋과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코끝을 간질이는 가을의 정취 덕에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가을에 가볼 만한 곳으로 한국의 서원 9곳을 추천했다. 이 중에서도 한국의 5대 서원을 추려 소개하기로 한다.
◆문을 들어 올리니 자연이 성큼 다가서네···영주 소수서원
풍광이 빼어난 죽계천 앞에 터를 잡은 소수서원(사적 55호)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조선 시대 국왕으로부터 편액·서적·토지·노비 등을 하사받아 그 권위를 인정받은 서원)이다.
소수서원은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향교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입학하는 데 자격을 두지만, 수업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전해진 바 없다. 배우려는 모든 이에게 열린, 진정한 무상교육의 공간이 아니었을까.
◆퇴계 이황이 꿈꾼 유교적 이상향 '안동 도산서원'
고심 끝에 도산서당 뒤쪽에 서원 건물을 지어 서당과 서원이 어우러지게 했다.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역락서재 등 앞쪽 건물은 퇴계의 작품이요, 전교당과 동·서광명실, 장판각, 상덕사 등은 제자들이 지었다.
퇴계가 꿈꾼 유교적인 이상향인 안동 도산서원(사적 170호)은 이렇듯 스승과 제자가 시대를 달리하며 완성한 의미 있는 공간이다.
퇴계를 존경한 정조는 어명으로 ‘도산별과’를 실시했는데, 이는 조선 시대에서 한양이 아닌 곳에서 과거를 치른 유일한 경우다. 시사단(경북유형문화재 33호)은 팔도에서 모여든 선비 7000여 명이 치른 도산별과를 기념한 곳으로, 낙동강과 어우러진 풍광이 보기 좋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산서원'
서애는 이순신 장군을 발탁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고, 나라를 위해서라면 임금 앞이라도 주저하지 않았다. 후학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지금의 자리로 서원을 옮긴 이도 그다.
서원 앞으로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고, 낙동강에 발을 담근 병산은 푸른 절벽을 펼쳐놓는다.
◆태고의 자연 속에서 학문과 사색의 즐거움을 찾다···경주 옥산서원
옥산서원은 회재 이언적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고 배향(配享, 학덕이 있는 사람의 신주를 문묘나 사당, 서원 등에 모시는 것)하는 곳이다.
회재는 엄격한 강학과 성현의 문화가 만나는 이곳에서 학문과 사색의 즐거움을 찾았다.
역락문을 지나 무변루, 구인당, 민구재와 암수재까지 작은 문고리 하나 무심히 지나칠 수 없을 만큼 회재의 학문적 열정이 스며들었다.
‘마음을 씻고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구하라’는 뜻에서 그가 이 천혜의 자연을 얼마나 아꼈을지 짐작할 만하다.
◆조각보처럼 예쁜 기단, 계단에 새긴 꽃송이… 달성 도동서원
400여 년 세월을 고스란히 전하는 은행나무를 지나 수월루로 들어서면 소소하면서도 섬세한 공간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12각 돌을 조각보처럼 이은 기단 앞에 서면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지루한 강학 공간에 보물처럼 숨은 장치를 하나하나 짚다 보면 어느새 선조의 깊은 마음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서원 9곳 중 한 곳을 방문한 후 ‘#가을맛집사진전, #한국의서원’ 등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소개하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가을맛집 사진전’ 이벤트를 오는 29일까지 진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행주간 홈페이지 내 이벤트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